390Wh/kg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14 05:46
무음극 리튬금속전지가 넘어야 할 실험실과 공장 사이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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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Haitao Niu, Tong Lin / Wikimedia Commons, CC BY 3.0)

배터리 경쟁에서 숫자는 강력하지만, 숫자 하나가 기술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양대와 삼성SDI가 개발한 390Wh/kg 무음극 리튬금속전지 안정화 기술을 보며 필자가 먼저 떠올린 질문도 “얼마나 높은가”보다 “그 성능을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였다.

무음극의 매력은 동시에 약점이다

무음극 전지는 제조할 때 별도의 음극 활물질을 넣지 않고, 충전 과정에서 얇은 금속판인 집전체 위에 리튬을 쌓아 음극을 만드는 방식이다. 흑연 음극이 차지하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390Wh/kg은 배터리 1kg에 390Wh의 에너지를 담는다는 뜻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항공·로봇용 전원의 무게를 좌우할 수 있는 수치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분명 반갑다.

그러나 무음극 구조는 처음부터 여분의 리튬을 거의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손실에 민감하다. 충전할 때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으면 바늘 모양의 덴드라이트가 자라 내부 단락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일부 리튬은 다시 쓰지 못하는 ‘죽은 리튬’으로 남는다. 한 번의 손실이 작아도 충·방전이 반복되면 용량 저하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최고 에너지밀도만큼 리튬 도금의 균일성과 반복 수명이 중요하다.

기록보다 검증 체계를 경쟁력으로

필자는 이번 안정화 기술의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 경쟁력을 판단하려면 반복 충·방전 수명, 급속충전, 저온·고온 성능, 충돌과 과충전 안전성, 대면적 셀에서의 균일성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셀 하나의 수치가 냉각장치와 보호구조를 포함한 배터리 팩에서도 유지되는지도 따져야 한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원리를 찾는 연구와 양산 조건을 잇는다는 점에서 적절하다. 이제 우리 산업은 ‘최고 수치’ 발표에 머물지 말고 동일한 조건에서 수명과 안전, 제조 수율을 비교할 수 있는 검증 기준을 축적해야 한다. 무음극 리튬금속전지의 승부는 리튬을 더 많이 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매번 같은 자리에 고르게 쌓이게 만들고, 그것을 수많은 셀에서 재현할 때 비로소 390Wh/kg은 연구 성과를 넘어 산업의 숫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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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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