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90 GPa부터 녹기 시작한 충격압축 다이아몬드—BC8은 왜 아직 보이지 않나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14 06:57 · 수정 2026.08.24 12:01
결정 방향의 차이가 사라진 2026년 용융실험…압력보다 압축경로와 시간이 가른 탄소의 상전이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U.S. Department of Energy, Public Domain—미국 에너지부 공무상 저작물)

다이아몬드 결정은 어느 방향에서 충격을 받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2026년 공개된 새 실험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녹기 시작하자 이런 방향의 개성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샌디아국립연구소 Z 장치의 판 충돌로 다이아몬드에 충격을 가해 690 GPa, 약 681만 기압에서 용융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최대 충격응력은 870 GPa, 약 859만 기압이었다. 제목에 흔히 등장하는 ‘1천만 기압’이나 ‘7300 K’와는 다른 수치다.

이 차이는 사소한 단위 문제가 아니다. 1천만 기압에서도 다이아몬드 구조가 유지됐다는 결과, 약 7300 K의 탄소, BC8이라는 고압 구조에 관한 주장은 서로 다른 연도와 시설, 시료, 압축방식에서 나온 최소 세 갈래의 연구를 한 장면처럼 합쳐 놓으면 오해하기 쉽다. 새 실험이 확인한 것은 다이아몬드의 용융 시작과 그때 나타난 충격반응의 변화다. BC8 원자배열이나 온도는 측정하지 않았다.

결정의 ‘방향성’이 사라진 순간

2026년 연구진은 [100] 방향의 단결정과 다결정 다이아몬드를 비교해 690 GPa를 용융 시작점으로 잡았다. 녹기 전에는 [110] 단결정 등을 포함해 결정 방향에 따른 충격반응의 차이가 남았다. 원자가 규칙적인 격자를 이루고 있으면 같은 물질이라도 어느 방향으로 힘을 받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고체와 액체가 함께 있는 혼합상에 들어가자 시료 종류별 결과가 서로 겹쳤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용융 이후의 다이아몬드는 결정 방향을 일일이 구분하기보다 유체역학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결론 냈다. 690 GPa라는 시작점은 2008년 충격실험의 피팅값 약 700 GPa, 계산값 약 680 GPa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따라서 새 결과는 기존 용융 시작점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결정의 반응이 용융과 함께 어떻게 하나로 모이는지를 보여준 연구에 가깝다.

다만 2026년 8월 14일 현재 공개된 것은 게재승인 초록이다. 표본 수와 두께, 오차범위, 온도 진단, 전체 충격파형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 초록에는 X선 회절도 나오지 않는다. 거시적인 충격반응으로 용융을 판정한 실험이므로, 원자가 실제로 BC8 배열을 만들었는지 여부까지 말할 수는 없다.

약 1984만 기압에서도 남은 다이아몬드 격자

BC8 논쟁을 이해하려면 2021년 미국 국립점화시설에서 수행한 별도 실험을 봐야 한다. 이 연구는 다이아몬드를 0.80~2.01 TPa로 램프압축했다. 약 0.1 TPa의 초기 탄성충격을 준 뒤 압력을 완만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한 번의 강한 충격으로 최고압에 도달한 실험이 아니었다.

시간분해 X선 회절로 구조를 살핀 결과, 최고 2.01 TPa, 약 1984만 기압에서도 통상적인 입방 다이아몬드 구조인 FC8과 맞는 회절피크가 관찰됐다. BC8·SC1·SC4 구조의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압력만 높이면 원자들이 곧바로 더 안정한 구조로 이동한다는 단순한 그림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를 동역학적 준안정성, 즉 더 안정한 목적지가 있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는 전이 장벽이라는 높은 고개를 넘지 못하는 상태로 해석했다. 실험은 나노초 시간척도, 전체 약 10 ns 규모였다. 10 ns 동안 빛도 약 3m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다이아몬드가 영원히 구조를 지킨 것이 아니라 원자들이 새로운 배열을 만들 시간이 극도로 짧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상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소량의 다른 고체상이나 고체·액체 혼합상이 배경 신호 아래 숨어 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두 조건에서는 다이아몬드 분말이 부피의 52.4%와 53.2%였고 나머지는 에폭시였다. 에폭시가 온도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이아몬드가 불투명해져 벌크 내부 온도를 광학적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압축경로 온도 역시 미확정으로 남았다.

같은 ‘약 7300 K’, 서로 다른 두 결과

약 7300 K, 섭씨로 약 7000도라는 숫자도 출처를 나눠 읽어야 한다. 2006년 오사카대 레이저공학연구소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박막을 이중충격하고 광학고온계로 약 7300 K의 색온도를 측정했다. 반사율 증가는 금속성 탄소 상태를 시사했지만, 연구진은 그것이 고체 BC8인지 금속성 액체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약 1.2 TPa의 압력도 직접 측정값이 아니라 1차원 시뮬레이션 값이었다. 이 온도를 다이아몬드의 정확한 융점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2025년 유럽 X선자유전자레이저 실험의 약 7300 K는 성격이 또 다르다. 출발 시료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유리탄소였다. 서로 다른 단발실험에서 76±8 GPa에는 일부 다이아몬드가 생겼고, 83±9 GPa에는 거의 전부 다이아몬드가 됐다. 106±11 GPa와 126±12 GPa에서는 고체와 액체가 공존했으며, 160±14 GPa, 약 158만 기압에서는 순수 액체의 회절패턴이 관찰됐다. 한 시료가 차례로 변하는 모습을 연속 촬영한 결과가 아니다.

압력과 액체의 구조·밀도는 실험을 바탕으로 구했지만 온도는 직접 재지 않았다. DFT-MD, 즉 전자의 성질을 계산하면서 원자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방법과 실험 결과를 맞춰 약 7300 K로 추론했다. 원 논문에는 7314 K와 7173 K가 함께 제시돼 있어 정확한 하나의 값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완전히 녹은 탄소의 첫 번째 배위수는 3.78±0.15였다. 결정 격자는 무너졌지만 탄소 원자 하나당 가까운 이웃이 평균 약 네 개라는 국소 결합의 흔적은 남았다는 뜻이다.

BC8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경로를 좁혔다

BC8은 고압에서 안정할 것으로 계산된 탄소 결정구조다. 이름의 8은 탄소 원자 하나에 이웃이 여덟 개 있다는 뜻이 아니라 결정 단위격자에 포함된 원자 수를 나타내는 관용 명칭이다. 2008년 연구는 550~1400 GPa에서 15회 실험하고 시료 45개를 조사한 충격곡선과 계산을 결합해 850~880 GPa에 다이아몬드·BC8·액체의 삼중점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상태가 만나는 조건을 간접 해석한 것이며 BC8 배열을 회절로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2021년 실험은 평형 전이압력을 넘으면 즉시 BC8이 된다는 기대를 흔들었지만, BC8의 열역학적 안정성 계산까지 폐기하지는 않았다. 2023·2024·2026년 계산 연구가 가열과 부분 용융, 과냉각, 유지시간을 함께 맞추는 경로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3년 계산은 이중충격 뒤 약 1 ns에 BC8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2024년 연구진은 다른 구동 시뮬레이션에서 이를 재현하지 못하고 계산기법의 인공효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실험 실패가 아니라 계산과 계산 사이의 이견이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압력과 온도라는 두 숫자만으로 탄소의 최종 구조를 정할 수 없다는 데 가깝다. 얼마나 빠르게 압축했는지, 어느 정도 가열했는지, 일부를 녹였는지, 다시 식히며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지가 원자들이 전이 장벽을 넘을지를 가른다. 2026년 새 실험은 690 GPa에서 시작되는 용융의 신호를 분명하게 만들었지만 BC8의 존재를 판정하지는 않았다. 2026년 8월 14일 현재 탄소 BC8을 직접 회절로 확인하고 회수한 동료심사 실험결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 과제는 더 높은 압력을 세우는 일만이 아니라, 짧은 순간의 구조변화를 직접 보고 원하는 경로를 충분히 오래 유지하는 일이다.

4천조 와트 레이저와 60펨토초 X선, 국내엔 두 축이 따로 서 있다

이런 실험은 장비 두 대의 합작이다. 시료를 순간적으로 짓누르는 구동장치와, 그 찰나의 원자 배열을 읽어내는 X선 탐침이다. 국내에도 두 축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광주과학기술원에 두고 운영하는 4페타와트(PW)급 레이저는 2021년 빛을 지름 1마이크로미터 남짓한 점에 모아 1.1×10²³W/㎠의 집속강도를 기록했다. 4PW는 4천조 와트다. 다만 이 출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수십 펨토초에 그친다.

탐침 쪽은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가 맡는다. 10GeV 전자빔으로 파장 0.06~1나노미터의 경X선을 만들고, 펄스 길이는 60펨토초, 반복률은 초당 60회다. 앞서 미국 국립점화시설 실험 전체가 약 10나노초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시간을 60펨토초 간격으로 쪼갤 경우 16만 컷이 넘는 셈이다. 시설도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27일 충북 오창에서 한국새빛가속기(KLS) 착공식을 열었다. 총사업비 1조1643억 원, 2030년 가동이 목표다. 부처는 이 시설을 "국가 전략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할 핵심 연구 기반 시설"로 설명했다.

최고 압력 경쟁이 아니라 '경로와 시간'을 재현하는 문제

이런 자료를 필요로 하는 곳은 분명하다. 레이저로 연료를 눌러 태우는 관성핵융합의 설계값, 그리고 목성·해왕성 같은 행성 내부의 물성 모형이다. 정부의 핵융합 투자 계획은 2024년 7월 22일 제20차 국가핵융합위원회가 의결한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에 담겼다. 기술혁신·산업화·생태계라는 3대 전략과 9개 과제를 세우고, 1조2000억 원 규모의 '핵융합 혁신형 기술개발 및 기반 구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기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게중심은 초전도 토카막 KSTAR로 대표되는 자기가둠 방식과 산업화 기반에 실려 있다.

이번 연구들이 남긴 함의는 조금 다른 곳을 가리킨다. 결과를 가른 것은 도달한 압력의 최댓값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눌렀고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가였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더 센 장비 하나가 아니라, 구동장치로 압축 경로를 설계하고 그 순간을 X선 회절로 확인하는 한 실험대 위의 조합이다. 국내 두 축은 각각 자리를 잡았지만, 공개된 사양에서 두 기능을 하나로 묶은 실험장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자료: 워싱턴주립대 충격물리연구소·샌디아국립연구소·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유럽 X선자유전자레이저·오사카대 레이저공학연구소·포항가속기연구소·기초과학연구원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핵융합위원회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