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꽃대에 붙은 평균 74마리…다윈의 151년 된 물음에 답한 고산식물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14 07:31 · 수정 2026.08.24 12:01
서로 다른 범의귀속 종이지만, 유인·포획·효소활성·곤충 질소 이동을 잇달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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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Xin-Jian Zhang et al.·Kunming Institute of Botany,, CC BY 4.0)

30㎝ 자만 한 식물의 꽃대가 파리끈끈이처럼 작동한다면 어떨까. 중국 윈난·쓰촨 고산지대에 사는 키 15∼38㎝의 범의귀속 식물 Saxifraga candelabrum에서는 작은 곤충들이 줄기와 잎, 꽃받침의 끈끈한 털에 붙어 있었다. 공개 원자료에 기록된 30개체에는 모두 2217마리가 잡혔다. 한 포기당 평균 약 74마리, 중앙값 60마리였고 범위는 0∼305마리였다. 분류된 포획물 24건 중 17건은 작은 파리류인 깔따구과였다.

이것만으로는 식충식물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우연히 벌레가 붙었을 수도 있고, 붙은 곤충에서 영양분을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냄새에 따른 방문, 끈끈한 털의 효소활성, 곤충에서 식물로 이동한 질소를 차례로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8월 4일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범의귀속과 범의귀목에서 식충성이 실험적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고 보고했다.

다윈이 멈춘 곳에서 시작된 151년 뒤의 실험

찰스 다윈은 1875년 유럽산 S. umbrosa와 종 동정에 물음표를 붙인 S. rotundifolia를 시험하며 범의귀속 일부가 동물성 물질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려면 증거가 더 필요하다며 결론을 유보했다. 이번에 조사한 S. candelabrum은 다윈이 다룬 식물과 지역도, 종도, 범의귀속 안의 분류상 절도 다르다. 따라서 다윈이 이 식물을 예언했다거나 그가 시험한 두 종의 식충성이 확인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확히는 다윈이 범의귀속 일부에서 제기한 가능성이 151년 뒤 다른 범의귀속 종에서 실증된 것이다.

이 식물은 햇빛이 들고 질소가 부족하며 계절적으로 건조한 해발 2500∼3300m의 암석 틈에 산다. 중국식물지에 기록된 종 전체의 고도 범위는 2000∼4200m다. 식충식물은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이 많고, 물은 충분하지만 영양분은 적은 곳에서 벌레잡이 기관의 비용을 보충하기 유리하다는 비용–편익 모델로 설명돼 왔다. S. candelabrum은 이 모델을 폐기하는 사례가 아니라, 계절적으로 건조한 환경이라는 수분 조건의 예외를 더했다.

표본의 벌레부터 질소의 화학적 꼬리표까지

첫 단서는 오래된 표본이었다. 1888∼2016년에 채집된 표본 45점 가운데 43점, 95.6%에서 곤충이 발견됐다. 128년은 표본 하나의 나이가 아니라 채집 기록의 기간 폭이다. 살아 있는 식물에서도 포획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 방법에는 조사 개체가 32개체로 적혔지만 공개 원자료와 개체별 분석에는 30개체만 들어 있다. 빠진 2개체의 처리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 논문 본문에는 평균 71마리라고 쓰였으나, 공개 원자료를 다시 계산한 평균은 73.9마리였다. 두 값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없다.

곤충이 단순히 우연히 부딪힌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10분 동안 방문 곤충을 셌다. 무처리 식물에는 평균 4.81마리가 찾아왔고, 냄새를 막은 투명 유리 처리에서는 0.83마리, 시각정보를 가린 흰 그물 처리에서는 3.63마리가 방문했다. 냄새 차단군과 시각 차단군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나타났다. 개화 개체에서는 고유 화합물 39종도 정리됐다. 이는 냄새가 방문에 관여한다는 증거지만, 먹잇감과 꽃가루받이 곤충을 나눠 센 실험은 아니다. 특정 향기물질이 깔따구를 유인하는지도 시험하지 않았다.

붙잡은 벌레를 처리할 능력은 ELF97 검사로 살폈다. ELF97은 인산분해효소가 작동하는 곳에서 형광을 내는 검사물질이다. 250μM 농도로 실온에서 15분 처리한 독립 실험 3회에서 줄기·잎·꽃받침의 선모가 빛났다. 유기 인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활성이 있다는 정성적 증거다. 하지만 효소의 양이나 곤충의 분해속도를 잰 것은 아니며, 이 효소 하나만으로 전체 소화과정을 설명할 수도 없다.

결정적인 추적에는 질소-15가 쓰였다. 흔한 질소보다 무거운 동위원소를 곤충에 화학적 꼬리표처럼 붙여, 그 질소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찾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질소-15로 강하게 표시한 냉동 초파리 10마리를 식물의 상부 줄기에 놓고 파라필름으로 고정했다. 초파리 한 마리의 평균 생체중은 0.403㎎으로, 10마리는 약 4.03㎎이었다.

표지 초파리의 δ¹⁵N은 7515∼8503‰였다. δ¹⁵N은 대기 질소와 비교한 동위원소비의 차이를 천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질소 함량이 그만큼의 퍼센트로 늘었다는 뜻이 아니다. 처리한 S. candelabrum 전체 조직의 δ¹⁵N 평균은 36.41±18.90‰, 비표지 대조군은 0.36±4.68‰였으며 원자료 재계산 결과 p값은 0.000154였다. 초파리가 직접 닿은 조직을 제외했는데도 꽃과 잎에서 표지가 검출됐다. 기존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에서도 농축이 나타났지만, 비식충성 범의귀속 식물과 비식충성 대조종에서는 유의한 농축이 없었다. 이는 곤충의 질소가 줄기를 거쳐 다른 조직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식충성은 확인됐지만 ‘얼마나 이로운가’는 남았다

연구진은 2.086Gb 규모의 유전체를 8개 가상염색체로 조립하고 31종과 비교했다. 끈끈이형 식충식물 3계통에서 공통으로 확장된 유전자군 20개와 수렴적으로 빠르게 진화한 후보 유전자 53개를 보고했다. 수렴진화는 서로 먼 생물이 비슷한 환경에서 닮은 특징을 따로 획득하는 현상이다. 후보들은 점액 분비와 영양분 수송, 소화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전자를 조작해 기능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방어나 스트레스 반응과 함께 나타난 신호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가장 큰 빈칸은 자연 상태에서의 양이다. 이번 시험은 자연 먹이보다 훨씬 강하게 표지한 초파리를 인위적으로 붙여 질소 이동을 검출한 실험이다. 자연에서 포획한 곤충이 식물 전체 질소의 몇 퍼센트를 공급하는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토양의 동위원소 평균도 시간에 따라 상승했기 때문에 뿌리를 거친 우회 경로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직접적인 흡수시험은 상부 줄기에만 적용됐으며, 꽃과 잎의 높은 신호가 종자 수나 생존율을 높이는지도 시험하지 않았다.

발표 후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2026년 8월 14일 현재 독립 연구진의 재현도 확인되지 않았다. S. candelabrum의 확인된 자생지는 중국 북서 쓰촨과 북부 윈난이며 한국 자생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생물자원관 공개 목록에 제시된 국내 범의귀속 분류군에도 이 종은 없다. 이번 결과를 한국 자생 범의귀류나 범의귀속 전체의 식충성으로 넓혀 말할 근거는 아직 없다. 151년 된 물음은 한 종에서 실험적 답을 얻었지만, 그 전략이 자연에서 얼마나 큰 몫을 하는지는 이제부터 풀어야 할 질문이다.

6만2604종을 세어 놓은 나라, 목록 다음이 남았다

이번 발견의 출발점은 새로 찾아낸 종이 아니었다. 1888년부터 표본장에 쌓여 있던, 이름은 이미 있던 식물이다. 한국이 지난 30년 동안 공들인 일도 그 앞 단계에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월 9일 2025년 말 기준 국가생물종목록에 6만2604종을 올렸다고 밝혔다. 신종 307종이 포함됐고, 30년 전의 약 두 배다. 지난해 9월에는 담수생물만 따로 묶은 통합목록 2만3000여 종도 공개됐다.

목록은 국제 규범과 맞물려 있다.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나온 이익을 원산지국과 나누도록 한 나고야의정서 체제에서, 어떤 생물이 우리 땅에 사는지를 국가가 확정해 두는 일은 권리 주장의 전제가 된다. 다만 이름을 확정하는 작업과 그 종이 실제로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밝히는 작업은 다른 일이다. 이번 연구가 1888년 채집분까지 거슬러 표본의 곤충을 세고, 냄새와 효소, 질소의 이동을 따로 시험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늘한 바위틈에 갇힌 식물들, 국내 점검표에도 올라 있다

이 식물이 사는 조건은 해발 2500m 이상의 암석 틈이다. 기온이 오르면 위로 물러설 자리가 줄어드는 서식지다. 국내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의 신호가 잡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섬 지역 조사에서는 새로 확인된 미기록종 곤충 45종 가운데 55.5%가 열대·아열대성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 '제1차 국가 생태계 평가보고서'를 내고 국내 생태계서비스의 연간 가치를 34조 원으로 평가했다.

관리의 틀은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이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국내에서 이행하기 위한 범부처 최상위 전략으로, 첫해 이행 결과 294개 과제 가운데 253개가 완료된 것으로 집계됐다. 과제의 축은 목록화와 보호지역 확대에 있다. 이번 연구가 던진 질문은 그 틀 안에서 답하기 어려운 종류다. 목록에 이미 올라 있는 흔한 종이 사실은 곤충에서 질소를 얻고 있었다면, 무엇을 세었는지만이 아니라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도 점검표에 들어가야 한다.

자료: 중국과학원 쿤밍식물연구소·중국과학원대학·중국과학원 우한식물원·지서우대학교·미국 플로리다대학교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영국 왕립식물원 큐·국립생물자원관·기후에너지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제1차 국가 생태계 평가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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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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