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 실리콘 패드로 되살린 두 결정…예미랩 COSINE-100U의 ‘빛길’ 수술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9 16:06 · 수정 2026.08.20 14:19
석영창을 없애고 가공·연마·재밀봉까지…빛 수율 15.8∼27.7p.e./keV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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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IBS·COSINE-100U 연구진, Doohyeok Lee et al., CC BY 4.0)

이번 성과는 암흑물질 검출이 아니라, 암흑물질을 찾는 검출기의 성능을 개선한 결과다. 강원도 정선 예미랩의 COSINE-100U 연구진은 두꺼운 석영창을 걷어내고 2㎜ 실리콘 광학 패드로 결정과 센서를 직접 이었다. 신용카드 약 세 장 두께의 부품으로 ‘빛길’을 단순화한 셈이다. 여기에 결정 가공과 손상면 연마, 반사재 교체, 압착 구조와 밀봉 개선을 함께 적용하자, 빛을 제대로 읽지 못해 분석에서 빠졌던 결정 두 개도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2026년 8월 12일 공개된 동료심사 전 프리프린트에 따르면 연구진은 약 23℃에서 2,462시간, 즉 102.6일 동안 얻은 자료를 분석했다. 최신 빛 수율은 결정에 따라 15.8∼27.7p.e./keV였고, 8개 가운데 6개가 20p.e./keV를 넘었다. p.e./keV는 결정이 만든 전체 빛이 아니라 1keV의 에너지가 들어왔을 때 광전자증배관(PMT)이 실제로 검출한 평균 광전자 수를 뜻한다. 이 값이 높을수록 아주 작은 에너지 사건이 광전자 부족으로 사라지거나 센서 잡음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암흑물질의 작은 속삭임을 듣는 결정

COSINE-100U는 탈륨을 첨가한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NaI(Tl) 8개로 이뤄진 검출기다. 입자가 결정에 에너지를 남기면 희미한 섬광이 생기고, 결정 양쪽의 PMT가 이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결정마다 PMT 두 개가 붙어 있어 전체 결정용 PMT는 16개다. 암흑물질이 남길지 모르는 저에너지 신호를 찾으려면 먼저 이 희미한 빛을 최대한 잃지 않고 센서까지 보내야 한다.

기존 COSINE-100에서는 빛이 결정에서 나온 뒤 1.5㎜ 광학 패드와 12㎜ 석영창, 광학 그리스를 차례로 통과했다. 서로 다른 물질의 경계가 많아질수록 센서까지 가는 빛을 잃을 여지가 생긴다. 업그레이드한 구조는 석영창과 그리스를 없애고, 결정 양 끝을 2㎜ 실리콘 광학 패드를 통해 3인치 고양자효율 PMT에 직접 결합했다. 패드는 빛을 전달하는 부품이며, 뒤에 적용된 Viton O링은 외함을 밀봉하는 부품이다.

문제는 결정이 센서보다 크다는 점이었다. 결정 지름은 4.2∼5.0인치인 반면 PMT는 3인치다. 연구진은 결정 끝 가장자리를 45도로 깎아 접촉부 지름을 약 70㎜로 만들었다. PMT의 유효 광전면 약 72㎜에 맞춘 크기다. 지름 4.8인치 결정이라면 약 12.2㎝로 CD와 비슷하지만, 빛을 받아들이는 눈은 약 7㎝인 셈이다. 다만 45도는 여러 각도를 정밀 비교해 얻은 최적값이 아니다. 연구진은 C1 시험의 성공과 잘 깨지는 NaI 결정의 파손 위험을 고려해 검증된 각도를 반복 적용했다고 밝혔다.

패드 하나가 아니라 가공·세척·밀봉을 합친 수술

업그레이드는 패드 교체로 끝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존 외함을 벗긴 뒤 광유를 흘리며 선반으로 결정을 가공했다. 광유는 가공 중 균열과 NaI 분진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결정은 건조 보관함을 거쳐 질소로 치환한 저습도 글러브박스로 옮겨졌다. 이어 무수 에탄올로 광유와 분진을 없애고, SiO₂ 연마재 3㎛와 0.5㎛를 차례로 사용해 끝면을 거울처럼 연마한 뒤 무수 이소프로판올로 세척했다.

세척한 결정은 250㎛ PTFE 반사 시트로 감쌌다. 5㎜ PTFE 내부 구조와 압력 링, 황동 볼트는 광학 패드가 결정과 PMT 사이에서 고르게 눌리도록 했다. 조립체는 무산소동 외함에 넣어 밀봉했다. 초기에는 PTFE 개스킷을 썼지만 저온에서 밀봉 성능이 약해진 사실이 확인돼 모든 결정에 Viton O링을 적용했다. 빛 수율의 변화를 2㎜ 패드 하나의 효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석영창 제거와 45도 가공, 연마·세척, 반사재와 압착 구조, PMT 교체 및 재밀봉이 동시에 이뤄졌으며 요소별 대조시험은 아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C5와 C8에서 나타났다. 두 결정은 기존 빛 수율이 각각 7.3±0.7과 3.5±0.3p.e./keV로 낮아 저에너지 물리 분석에서 제외돼 있었다. 해체 후에는 저에너지 X선 교정용 얇은 마일러 창을 통해 액체섬광체가 들어가 결정 표면에 수㎜ 깊이의 홈을 만든 사실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손상면을 연마했지만 홈 일부는 남았다.

그런데도 예미랩 상온 측정에서 C5는 17.8±0.5p.e./keV로, C8은 15.8±0.5p.e./keV로 회복됐다. 중심값으로 보면 C5는 약 2.44배, C8은 약 4.51배다. 두 결정은 여전히 배열에서 빛 수율이 가장 낮지만 물리 분석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두 결정의 합계 질량은 34.4㎏이다.

깎아낸 질량보다 커진 ‘쓸 수 있는 과녁’

재가공 과정에서 물리적인 결정 총질량은 106.3㎏에서 99.1㎏으로 7.2㎏ 줄었다. 그러나 분석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유효질량은 61.4㎏에서 99.1㎏으로 37.7㎏, 약 61% 늘었다. 결정을 깎아 전체 질량은 감소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결정이 5개에서 8개로 늘면서 암흑물질과 상호작용할 ‘과녁’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이 증가분 전체가 실리콘 패드 덕분인 것은 아니다. 종전 분석에서 제외된 결정은 총 3개였다. C5와 C8은 광학 성능이 문제였지만 C1은 PMT 잡음 때문에 빠졌으며, C1은 PMT 교체로 별도 복구됐다. 따라서 99.1㎏ 전부를 패드로 되찾았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결정 6개의 15keV 이하 단일충돌 사건률도 종전보다 낮아졌다. 표면 알파선 지표는 중심값 기준 37.0∼88.7% 감소했으며, C6의 표면 알파율은 133.09±6.19에서 15.06±1.08nBq/㎠로 약 8.8분의 1이 됐다. 다만 알파선 감소는 패드의 효과가 아니라 연마와 세척, 반사재 교체, 오염 관리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저에너지 사건률 역시 기존 자료는 양양에서, 새 자료는 더 깊은 예미랩에서 얻었고 자료량과 시점, 표면 상태도 다르다. 논문도 감소를 정성적으로 제시했을 뿐 감소율이나 단일 원인을 산출하지 않았다.

다음 관문은 영하 30도와 장기 안정성

예미랩은 지하 약 1,000m에 있다. 예비 뮤온 선속은 약 1.0×10⁻⁷개/㎠/s로 양양의 약 4분의 1이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서도 우주선 뮤온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1㎡로 환산하면 하루 약 86개, 약 17분에 하나꼴이다. 검출기 주변에는 2,200L 액체섬광체와 3㎝ 구리, 20㎝ 납, 3㎝ 플라스틱 섬광체 차폐가 놓였다.

이번 결과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다. 102.6일은 1년보다 짧아 연주기 변조나 암흑물질 신호를 검증한 자료가 아니다. 실제 저에너지 분석 문턱과 갱신된 암흑물질 민감도도 발표하지 않았다. 최신 현장 수치는 아직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프리프린트 단계이며, 원자료와 분석 코드의 공개 저장소도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 배열의 −30℃ 물리자료 취득은 2026년 5월 시작됐지만 이번 분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0.70㎏짜리 NaI-037 시제품 한 개를 −33℃ 액체섬광체 속에서 약 150일 운전했을 때 빛 수율은 21.9±0.2에서 23.2±0.2p.e./keV로 높아졌고, 59.54keV 에너지 분해능은 4.02±0.15%에서 3.66±0.13%로 개선됐다. 그러나 이 시제품은 45도 가공을 하지 않은 작은 결정 하나여서 대형 결정 8개의 저온 성능과 수년간 안정성을 대신 증명할 수 없다.

COSINE-100U가 이번에 보여준 것은 암흑물질의 발견이 아니라, 더 작은 신호를 읽기 위한 공학적 기반이다. 다음 검증 대상은 영하 30도에서 전체 배열이 실제로 어느 문턱과 배경률을 보이는지, 그리고 개선된 광학·밀봉 구조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다. 2㎜ 패드가 연 ‘짧은 빛길’이 암흑물질 탐색의 더 낮은 에너지 영역으로 이어지는지는 그 자료가 나온 뒤에 판단할 수 있다.

같은 결정, 엇갈린 답…‘다마 미스터리’ 3대륙 경주

이 검출기가 겨눈 과녁은 이탈리아에 있다. 그란사소 지하의 DAMA/LIBRA(다마) 실험은 COSINE과 같은 NaI(Tl) 결정 약 250㎏에서 신호율이 1년 주기로 오르내리는 연주기 변조를 20년 넘게 보고해 왔다. 지구가 태양을 돌며 암흑물질과 만나는 비율이 계절 따라 변한다는 해석이다. 누적 유의도는 13.7σ(시그마·통계적 확신도)로 물리학계의 발견 기준 5σ를 훌쩍 넘지만, 같은 물질로 이를 재현한 실험은 아직 없다.

검증 경쟁은 세 대륙에서 굴러간다. COSINE-100은 양양 6.4년 치 최종 자료에서 변조를 찾지 못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3σ가 넘는 반박을 실었고, 스페인 칸프랑크의 ANAIS-112(112.5㎏)도 6년 자료가 다마 신호와 4σ 수준으로 어긋났다. 호주 스타웰 금광의 SABRE South는 결정 7개(35~50㎏)로 올해 자료 수집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계절이 북반구와 반대인 남반구에서 재면 변조가 계절 탓인지 가려진다.

이 경주에서 한국의 발판이 예미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약 308억 원을 들여 2022년 10월 준공했고, 실험 전용면적 약 3,000㎡는 종전 양양 실험실(300㎡)의 10배, 면적 기준 세계 6번째 규모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이곳에서 COSINE-100U와 함께 몰리브덴 결정을 6㎏에서 200㎏으로 키워 중성미자 성질을 규명하는 AMoRE-II도 준비하고 있다.

‘마침표’ 뒤에 남은 숙제…경쟁은 문턱 아래로

남은 과제는 이미 논문들에 적혀 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업그레이드의 목적을 다마 검증과 함께, 더 가벼워 더 희미한 신호를 남기는 저질량 암흑물질에 대한 감도 향상으로 명시했다. ANAIS 연구진도 6년 결과에서 핵반동(원자핵이 튕겨나가며 빛을 내는 반응)에 대한 검출기 반응 등 계통 불확실성 해소와 다마 결정 자체의 추가 특성 평가를 논쟁 종식의 조건으로 지목했다.

IBS는 이 최종 분석을 오랜 논쟁을 종결지은 성과로 자평하며 무게를 저에너지 새 영역으로 옮기고 있다. 예미랩 준공 때 예고된 후속 실험 COSINE-200이 다음 단계다. 당시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초과학 역량을 높이기 위해 거대 연구시설에 대한 투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 대륙이 같은 물질로 자료를 쌓는 지금, 이번 광학 수술은 그 검증대에 오를 한국 답안의 바탕이 된다.

자료: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경북대학교 등 COSINE-100 국제공동연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DAMA/LIBRA·ANAIS-112·SABRE S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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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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