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DNA 한 글자가 ‘양날 가위’ TIGR–TasH의 한쪽 날을 멈췄다

지퍼의 맨 끝 한 칸이 어긋났을 때는 그대로 잠길 수 있지만, 한가운데 이가 맞지 않으면 지퍼 전체가 멈출 수 있다. DNA를 자르는 분자 가위에서도 비슷한 일이 관찰됐다. 톈진의과대학 연구진은 표적 DNA의 다섯 번째 글자 하나가 맞지 않자 TIGR–TasH 복합체가 완전히 닫히지 못했고, DNA 두 가닥을 자르던 효소가 한 가닥만 자르는 니케이스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니케이스는 DNA 이중나선의 양쪽을 끊는 DSB(이중가닥 절단) 대신 한쪽에만 nick(한 가닥 절단)을 내는 효소다.
두 가닥을 따로 확인하는 RNA 유도 가위
연구 대상은 염생 세균을 감염시키는 Salicola phage CGphi29에서 유래한 SpTasH다. TIGR–Tas는 CRISPR와 구별되는 RNA 유도 DNA 표적화 계열이다. 2025년 최초 연구에서는 Foldseek로 찾은 구조 후보 2만8,902개를 DALI 분석으로 2만3,937개까지 걸러냈다. 이어 관심 군집의 대표 단백질 2,200개가 모두 2만1,385개 단백질을 대표한다고 정리했다. 단백질 서열이 크게 갈라져 일반적인 상동성 검색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계열이다.
SpTasH는 같은 TasH 단백질 두 분자가 짝을 이루는 동종이량체다. 각 단백질에는 DNA를 자르는 HNH 핵산분해효소 영역이 하나씩 있다. 중앙의 coiled-coil 영역은 두 단백질을 묶고, C말단의 Nop 영역은 tigRNA 결합과 성숙, DNA 구조 변화에 관여한다. 성숙한 tigRNA는 36뉴클레오타이드이며, 두 스페이서의 가변부 16뉴클레오타이드가 DNA의 서로 반대되는 두 가닥을 나눠 인식한다. Cas9이 주로 하나의 RNA–DNA 이중나선으로 표적을 읽는 것과 다른 구성이다.
완전히 일치하는 표적을 만나면 두 군데의 지퍼가 함께 잠긴다. W203 잔기는 RNA–DNA 이중나선을 받치고, K211 잔기는 DNA 사이로 들어가 두 가닥을 벌린다. 이어 Nop 영역과 β-hairpin, wedge loop가 기질이 놓인 홈을 닫으면서 두 HNH 절단부가 각각 한 가닥씩 자를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DNA 두 가닥을 따로 확인하는 자물쇠가 모두 맞아야 양쪽 가위날이 닫히는 셈이다.
첫 번째 불일치는 넘겼지만 다섯 번째에서 멈췄다
연구진은 표적 DNA의 서로 다른 위치에 한 글자 불일치를 만들었다. MM1에서는 spacer A의 첫 위치를 A에서 T로 치환해 U–T 불일치를 만들었다. 불일치가 RNA–DNA 이중나선의 끝에 놓인 데다 인접 염기 사이의 π–π 적층, 즉 납작한 염기들이 층층이 포개져 구조를 지탱하는 상호작용이 유지됐다. 전체 구조와 촉매 중심은 완전일치 상태와 거의 같았고, 실제로 DNA 두 가닥이 모두 절단됐다.
MM5에서는 spacer A의 다섯 번째 위치를 C에서 G로 바꿨다. 절단점과 가까운 중앙부의 불일치는 spacer A와 target strand A 사이의 RNA–DNA 잡종을 무너뜨리고 완전한 R-loop 형성을 방해했다. R-loop는 RNA가 DNA 한 가닥과 결합하면서 나머지 한 가닥을 밀어낸 구조다. 두 지퍼 가운데 한쪽이 중앙에서 멈춘 모습에 가깝다.
이때 Nop A는 완전일치 DNA와 결합한 상태와 비슷했지만, Nop B는 DNA가 붙기 전 RNP 상태에 가까웠다. β-hairpin과 wedge loop도 충분히 접근하지 못해 DNA 결합 홈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반대편인 spacer B와 target strand B의 결합은 유지됐다. 절단 실험에서는 target strand B만 잘렸고 target strand A의 절단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0%라는 뜻이 아니라, 제시된 실험의 검출 범위에서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한쪽 HNH가 작동하는 동안 다른 HNH는 target strand A를 자를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MM5의 극저온전자현미경 지도에서는 양쪽 HNH와 DNA 대부분이 해상되지 않았다. 따라서 어느 HNH가 모집되고 배제됐는지는 구조에서 가위날의 위치를 직접 본 결과가 아니라, 완전일치 구조와 절단 결과를 결합해 세운 모델이다.
0.302나노미터 구조에서도 보이지 않은 부분
MM1과 MM5 구조의 전체 해상도는 각각 3.04Å와 3.02Å, 나노미터로는 0.304nm와 0.302nm였다. 원자 수준에 가까운 숫자지만 전체 지도의 평균 해상도가 높다고 모든 부품이 선명한 것은 아니다. MM5 모델에는 단백질 잔기 483개와 뉴클레오타이드 62개가 포함돼, MM1의 잔기 598개와 뉴클레오타이드 97개보다 작았다. 움직임이 큰 HNH와 DNA 부분이 지도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맞닿는 차이다.
절단 실험은 38염기쌍 DNA를 대상으로 37℃, 염화마그네슘 5mM, pH 7.5 조건에서 최대 60분간 진행됐다. RNP는 500nM, DNA는 50nM로 효소가 기질보다 몰수 기준 10배 많았다. 그래프에서 읽은 60분 절단 신호는 완전일치 표적이 약 52%, MM1이 약 45%, MM5가 약 13%였다. 겉보기 속도상수 kobs는 완전일치가 분당 0.012, MM1이 분당 0.022였지만, 이 값은 반응이 진행되는 양상을 나타내는 적합값이지 최종 절단율과 같은 수치가 아니다. MM5의 kobs는 산출되지 않았다.
Nop 영역은 불일치를 감시하는 것뿐 아니라 tigRNA를 성숙시키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조사한 후보 잔기 10개를 각각 알라닌으로 바꾸자 K167A를 제외한 9개 치환체에서 전구체 tigRNA 가공이 크게 줄었다. 알려진 촉매 잔기 H296A도 활성을 잃었다. 다만 공개된 결과는 독립적으로 세 번 수행한 실험의 대표 겔이며, 원시 겔 강도값과 전체 통계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완성된 치료 가위가 아니라 설계 원리를 보여준 단계
단일 불일치로 TasH가 니케이스처럼 작동하는 현상과 기본 구조는 앞선 연구에서 이미 보고됐다. 2026년 3월 온라인 공개된 선행 연구는 A5G 또는 A23G 가이드 변이로 서로 다른 DNA 가닥을 nick하고, 두 가이드를 조합해 양가닥 절단을 회복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MM1과 MM5 구조를 비교해 불일치 위치에 따라 왜 절단 방식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했다는 데 있다. 단백질의 촉매부위를 고치지 않고 표적과 가이드의 짝을 이루는 염기 하나로 가닥 선택성을 조절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첫 위치와 다섯 번째 위치만 비교한 데다 치환 자체도 A1T와 C5G로 달랐다. 위치 효과와 불일치 염기의 화학적 종류를 완전히 분리했다고 볼 수 없다. 연구진이 제안한 독립 seed 모델, 즉 R-loop가 각 스페이서 중앙에서 시작해 양끝으로 퍼진다는 설명도 추가적인 생화학·반응속도·단분자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는 정제한 RNP와 짧은 DNA를 사용한 시험관 연구다. 인간 세포나 동물, 내인성 유전체에서의 효율과 전달, 면역반응, 독성 자료는 없다. 효소를 DNA보다 10배 많이 넣은 조건에서도 MM5의 60분 절단 신호는 약 13%였다. 니케이스라는 이름만으로 안전성을 보장할 수도 없다. 전체 불일치 조합과 전유전체 오프타깃, 예상 밖의 이중가닥 절단과 유전독성을 세포에서 확인해야 한다.
2026년 8월 15일 기준 구조 기탁번호는 부여됐지만 PDB 좌표와 전자현미경 지도를 내려받아 독립적으로 재분석할 수 있는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문 공개 뒤 약 2주밖에 지나지 않아 직접적인 독립 재현이나 재현 실패가 축적될 시간도 짧았다. 따라서 이번 성과의 현재 위치는 고효율 치료 도구의 완성이 아니라, DNA 한 글자가 분자 가위의 두 날 가운데 하나를 멈추게 하는 작동원리를 밝힌 도구 후보 연구다.
한국 연구진은 '한 가닥 절단'을 안전장치가 아니라 무기로 썼다
같은 성질을 정반대 목적으로 쓴 연구가 국내에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연구진은 2022년 3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신델라(CINDELA)를 보고했다. 암세포에만 있는 삽입·결실 돌연변이 여러 곳을 유전자가위로 동시에 잘라, 이중가닥 절단을 감당하지 못한 암세포만 죽게 만드는 전략이다. 사람 암세포주와 생쥐 이식종양, 환자에게서 얻은 교모세포종에서 정상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작동했다.
후속 연구는 절단 방식을 바꿨다. 같은 연구단이 참여해 지난해 8월 학술지 캔서 리서치에 실은 논문에서는 합성 가이드RNA 네 개만으로 세포 종류를 가려 죽이는 것이 가능했고, 오프타깃을 줄이기 위해 이중가닥을 자르는 대신 Cas9 니케이스로 한 가닥만 끊고 그 복구를 PARP 억제제로 막았다. 지질나노입자로 배양세포와 이식종양,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 넣자 DNA 복구 유전자 BRCA2가 멀쩡한 암세포도 버티지 못했다. 한쪽 날만 남은 가위가 이번 연구에서는 정확도의 지표였다면, 여기서는 복구 억제제와 짝지어 치사 도구가 됐다.
제도는 '치료·산업화' 칸을 채우는 중, 논문은 아직 시험관에 있다
정부 문서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에 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7월 21일 첨단재생바이오 정책을 설명하며 "세포·유전자치료 기술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실제 치료와 제품화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밝히고, 유전자 편집·전달을 차세대 원천기술 지원 대상으로 꼽았다. 관계 부처가 8월 12일 내놓은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계획에는 유전자·세포 치료제의 사업화를 위해 민관 공동투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2031년까지 기술이전과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도가 채우는 칸과 논문이 남긴 칸은 다르다. 이번 결과는 정제한 단백질과 짧은 DNA로 얻은 것이고, 국내 후속 연구가 보여주듯 니케이스가 임상으로 가려면 전달체와 병용약, 세포·동물에서의 독성 자료가 함께 붙어야 한다. 가닥 선택성이 안전으로 이어지는지는 도구의 이름이 아니라 그 자료가 판정한다.
자료: 톈진의과대학, 톈진의과대학 암연구소·병원·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울산과학기술원(UNIST)·보건복지부·관계부처 합동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