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내 당 대사 신호에 치료 유전자 ‘켜짐’…혈당 낮춘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먹은 세균이 장 안의 당 신호를 알아채고 스스로 치료물질 생산라인을 켠다면 어떨까. 화둥사범대학교 연구진은 프로바이오틱 대장균에 이런 기능을 넣어 당뇨 생쥐와 원숭이에게 투여했다. 세균은 장내 포도당 대사의 부산물을 감지한 뒤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크레틴인 GLP-1을 분비했다. 30일간 투여한 당뇨 생쥐의 혈당은 29.84mmol/L에서 9.64mmol/L로 낮아졌고, 당뇨 원숭이는 첫 투여일 14.98mmol/L에서 34일째 10.64mmol/L로 29.0% 감소했다. 그러나 원숭이의 혈당은 건강군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았으며, 사람에게 투여한 결과도 아니다.
혈당계가 아니라 장 속 대사산물을 읽는다
연구진이 만든 균은 프로바이오틱 대장균 Escherichia coli Nissle 1917, 줄여서 EcN이다. 여기에 포도당 반응 유전자 회로와 GLP-1 생산·분비 회로를 넣고 GIFT라고 이름 붙였다. 장 안에 들어간 초소형 공장이 주변 조건을 읽고 필요할 때 생산설비를 가동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다만 이 균이 혈액 속 포도당을 직접 재는 것은 아니다. 장내 포도당이 균 안에서 대사될 때 생기는 KDPG라는 중간산물을 감지한다. 평소에는 HexR이라는 전사억제 단백질이 GLP-1 생산 유전자의 작동을 막고 있다. KDPG가 늘어나면 이 억제가 풀리면서 유전자가 켜진다. 보일러 온도조절기가 정해진 문턱을 넘을 때 가동되는 것과 비슷하지만, 온도계에 해당하는 센서는 혈관이 아니라 장 안에 달려 있다.
시험관에서는 포도당 농도 약 10∼11mmol/L 부근부터 출력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5mmol/L에서 0.299×10⁴였던 출력은 10mmol/L에서 2.951×10⁴, 20mmol/L에서 5.991×10⁴로 커졌다. 하지만 이 값은 장내·배양 조건에서 확인한 회로의 전환 구간이다. 병원에서 재는 사람의 혈당 기준과 같은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 4시간 절식 뒤 생쥐 장 내용물의 포도당 농도는 정상군이 1.50∼4.78mmol/L, 유전성 당뇨 db/db 생쥐가 7.20∼22.40mmol/L였다.
유전자를 켜는 데서 분비까지 연결했다
감지만 해서는 치료물질이 몸에 전달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DPP-IV 분해에 견디도록 설계한 GLP-1(7–37) 네 개를 이어 붙인 전구체를 만들고, 장내 enterokinase가 이를 잘라내도록 했다. enterokinase는 연결된 전구체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나누는 절단 도구에 해당한다. 만들어진 물질은 LamB 신호서열과 Sec 경로, 제2형 분비계를 거쳐 세균 밖으로 나가도록 설계했다. 균을 깨뜨려 얻은 전구체와 능동적으로 분비된 물질을 비교했을 때 분비물이 생물학적 활성을 보였다. 세균이 우연히 터지면서 내용물이 새어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감지·생산·분비를 하나의 회로로 묶은 것이다.
db/db 생쥐 5마리에게 10⁹ CFU를 한 번 투여하자 혈당은 12시간 동안 30.12mmol/L에서 10.18mmol/L로 66.2% 낮아졌다. CFU는 살아서 집락을 만들 수 있는 균의 양을 세는 단위다. GLP-1을 만들지 않는 회로 대조균에서는 같은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10⁹ CFU를 30일간 투여한 시험에서는 혈당이 67.7% 감소했다. 30일째 PBS군은 29.44mmol/L, GLP-1 비생산 회로 대조균 GIFT_Lux군은 29.96mmol/L였다. HbA1c는 GIFT군 7.618%, PBS군 9.072%였지만, 30일은 생쥐 적혈구 수명 약 40∼45일보다 짧아 장기간 평균혈당을 온전히 반영한 결과로 확대해석하기 어렵다.
탄수화물 열량비를 10%로 낮춘 db/db 생쥐에서도 혈당은 25.34mmol/L에서 9.94mmol/L로 60.8% 감소했다. 단순히 고당 음식을 먹인 상황에서만 작동한 결과는 아니라는 보강 자료다. 반대로 정상혈당인 고지방식이 비만 생쥐에서는 GLP-1과 인슐린 유도가 나타나지 않았고 혈당도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체중과 지방, 일부 대사지표에서는 GIFT와 GLP-1 비생산 대조균의 영향이 비슷해 EcN 자체 효과가 섞였을 가능성이 남았다.
원숭이 혈당은 낮아졌지만 정상화되지는 않았다
당뇨 원숭이 4마리의 단회시험에서는 투여 2시간 뒤 GLP-1이 3.84pM에서 42.81pM로 약 11.2배 증가했다. 인슐린은 22.11에서 76.62로 약 3.47배 늘었는데, 단위는 연구 도표에 적힌 mIU/mL 기준이다. 혈당은 투여일 17.75mmol/L에서 다음 날 12.88mmol/L로 27.5% 낮아졌지만 3일째에는 15.00mmol/L였다. 한 번 먹으면 장기간 자동 조절되는 치료가 아니라 효과가 약해지면 다시 투여해야 하는 임시 약물공장에 가까웠다.
장기시험에서는 18∼22세 수컷 당뇨 원숭이 5마리에게 2×10¹¹CFU/kg을 사흘마다 모두 12회 투여했다. 체중을 반영한 1회 투여량은 1.08조∼1.96조CFU였다. 34일째 공복혈당은 공개 개체별 원자료 산술평균 기준 10.64mmol/L, 약 192mg/dL로 내려갔다. 시작 때 약 270mg/dL보다는 낮지만 건강군의 31일째 평균 5.22mmol/L, 약 94mg/dL보다는 약 두 배 높았다. ‘정상화’가 아니라 ‘부분 조절’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다. 체중도 7.764kg에서 7.548kg으로 2.8% 줄어 큰 체중감량 효과로 표현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연구가 최초의 GLP-1 프로바이오틱스나 최초의 원숭이 시험인 것은 아니다. 앞서 GLP-1을 계속 발현하는 다른 프로바이오틱스를 당뇨 원숭이에게 투여한 연구가 있었다. 이번 결과의 차별점은 장내 포도당 반응 센서와 GLP-1의 능동 분비, 여러 당뇨 생쥐 모델과 영장류 검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했다는 데 있다.
먹는 인공췌장까지는 먼 거리
가장 큰 한계는 실험 규모다. 생쥐는 군당 4∼9마리, 원숭이는 4∼5마리였고 모두 수컷이었다. 사전 표본수 산정도 하지 않았다. 특히 원숭이 장기시험에는 GLP-1을 만들지 않는 동일 세균 대조군이 없었다. 따라서 투여 뒤 나타난 변화 전부가 GLP-1 회로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숭이의 OGTT AUC와 HOMA-IR도 감소했지만 최종 통계표는 paired t-test, 공개 심사본 범례는 unpaired t-test로 서로 다르게 적혀 있어 분석법과 P값은 저자 확인이 필요하다.
안전성 문제도 남아 있다. 실험 회로는 플라스미드 기반이고 카나마이신·암피실린 내성표지가 쓰였다. EcN이 만들 수 있는 콜리박틴의 위험과 관련된 pks 유전자섬도 이번 균주에서 삭제됐다는 기록이 없다. 임상 개발에는 회로의 염색체 통합, 항생제 내성표지 제거, 생물학적 봉쇄와 수평적 유전자 이동·환경 잔존 평가가 필요하다. 원숭이 5마리 중 중성지방은 2마리에서 증가했고 HDL은 모두 낮아졌으며 일부 개체에서는 ALT와 AST가 상승했다. 짧은 시험에서 큰 급성 독성 신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과 장기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GIFT는 혈액을 직접 읽는 폐쇄루프 인공췌장이 아니다. 음식과 장 통과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장내 신호에 반응하며, 생쥐는 매일, 원숭이는 사흘마다 다시 먹어야 했다. 사람에서는 효과와 적정 용량, 투여주기, 음식에 따른 반응, 장기 안전성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기준일까지 같은 유형의 국내 당뇨 임상시험이나 허가 제품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재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현재의 의미는 먹는 치료제가 완성됐다는 데 있지 않다. 살아 있는 세균이 장의 화학 신호를 읽고 치료 유전자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감지·반응형 인크레틴 생산균의 개념을 동물에서 보여줬다는 데 있다.
한국의 문제도 '진단'이 아니라 '조절' 구간에 있다
혈당이 내려갔지만 정상까지는 아니었다는 이번 결과는, 한국 환자들이 서 있는 자리와 겹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2021~2022년 자료로 낸 팩트시트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5.5%다. 성인 100명 가운데 15명 남짓이다. 학회가 올해 3월 학술지에 실은 최신 팩트시트에서는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의 유병률이 17.6%로 비만이 없는 경우(9.5%)의 약 두 배였고, 이들 가운데 혈당·혈압·지질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비율은 21.0%에 그쳤다.
관리가 끊기는 지점은 그 앞에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6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일반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소견을 받은 뒤 실제 진료로 이어진 비율은 39.1%였다. 검진에서 걸러도 10명 중 6명은 다음 단계로 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도도 움직이고 있다. 7월 1일부터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손상된 경우가 췌장장애로 인정돼 23년 만에 새 장애 유형이 추가됐고, 질병관리청은 하반기 과제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를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합성생물학 육성법은 시행됐지만, 심사대는 그다음이다
유전자를 넣은 균을 약처럼 쓰는 일의 제도적 자리도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달라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 합성생물학 육성법 시행을 알리며 이를 "바이오 경제 도약을 위한 초석"으로 설명했다. 질병관리청도 6월 제2차 병원체자원관리종합계획에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한 유전정보의 실물자원화 체계 마련을 담았다. 계획 문서의 무게는 육성과 산업화 쪽에 실려 있다.
남은 칸은 그 반대편이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은 것은 효과의 방향이 아니라 지속성과 안전의 근거였다. 반복 투여를 전제한 방식인 데다, 항생제 내성표지를 단 플라스미드와 장기 투여 뒤의 지표가 숙제로 남았다. 국내 만성질환 정책이 검진과 등록에서 지속 관리로 무게를 옮기는 중이라면, 살아 있는 균을 반복 투여하는 방식은 그 지속성 요구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시험받게 된다. 육성법이 연 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사람에게 쓸 때의 심사 기준이다.
자료: 화둥사범대학교, 상하이 펑셴구 중앙병원, Shanghai SynBioEra Biotechnology, UT Health San Antonio, Crown Bioscience, 식품의약품안전처·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질병관리청·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