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 수년 전 혈액에 나타난 대기오염 관련 변화

폐암이 발견되기 수년 전 채취한 혈액에서 대기오염 노출과 관련된 변화가 포착됐다. 대기오염이 폐암 위험과 이어지는 몸속 과정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는 결과다.
미국암학회와 에모리대 롤린스 공중보건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미국암학회의 암예방연구 코호트 두 개에 참여한 1357명을 분석했다. 채혈 당시 참가자들은 모두 암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이후 폐암을 진단받은 671명과 대조군 686명으로 최종 분석군을 구성했다. CPS-II에서는 채혈부터 진단까지 기간의 중앙값이 7년, CPS-3에서는 2년이었다. 중앙값은 대상자를 기간순으로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이다.
연구진은 혈액에서 검출된 대사체 1401개 가운데 결측률과 재현성 기준을 통과한 1138개를 분석했다. 대사체는 몸이 영양분을 분해하거나 에너지를 만들고 물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생기거나 사용되는 작은 분자다. 혈액 속 대사체 구성을 살피면 몸 안에서 진행되는 생화학적 변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오염 노출량은 개인 측정값이 아니라 채혈 당시 거주지의 인구조사 블록 단위 추정치를 이용했다. 분석 결과 522개 대사체가 최소 한 가지 오염물질과 통계적으로 연관됐으며, 신원이 확인된 402개는 지질 44%, 외인성물질 대사 23%, 아미노산 대사 18%에 주로 분포했다. 이 가운데 8개 대사체는 대기오염 노출과 이후 폐암 위험 양쪽에 모두 관련된 후보로 나타났다. 8개 중 7개는 실제 표준물질과 질량, 머무름시간, 분해스펙트럼을 대조하는 MSI Level 1 수준으로 확인됐다.
매개분석에서는 γ-글루타밀글루타민과 N-(2-푸로일)글리신이 PM10과 폐암의 연관성에 관여할 후보로 나타났다. 페닐아세틸글루타메이트는 PM2.5, 4-비닐과이아콜 글루쿠로나이드는 오존과 폐암 위험을 잇는 후보였다. PM2.5와 PM10은 각각 지름 2.5㎛ 이하와 10㎛ 이하의 미세 입자를 뜻한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염증과 산화 과정 등에 관련된 대사 경로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실외 대기오염과 대기 중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Group 1 발암요인으로 분류했다. 당시 폐암에 관한 충분한 근거와 방광암 위험과의 양의 연관성을 제시했으며, 2010년 세계 폐암 사망 약 22만3000건을 대기오염에 귀속시켰다. 세계보건기구의 2021년 대기질 지침은 PM2.5를 연평균 5㎍/㎥와 24시간 평균 15㎍/㎥, PM10을 연평균 15㎍/㎥와 24시간 평균 45㎍/㎥로 권고한다.
별도의 2023년 연구에서는 EGFR 변이 폐암 3만2957건의 자료와 생쥐 실험을 통해 PM2.5가 폐 대식세포의 IL-1β 분비를 유도하고, 이미 암 유전자 변이를 지닌 세포의 종양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기전이 제시됐다. 대식세포는 폐에 들어온 이물질을 처리하는 면역세포이며, IL-1β는 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이번 결과가 곧바로 혈액검사를 이용한 폐암 조기진단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위험 예측이나 조기진단에 활용하려면 추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국가폐암검진은 54~74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며, 핵심 기준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다. 대기오염 노출이나 혈중 대사체는 현재 명시된 검진 대상 선정 기준이 아니다. 이번 논문은 2026년 8월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자료: 미국암학회, 에모리대 롤린스 공중보건대학원, 국제암연구소, 세계보건기구,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국립암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