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시기·AI 의료데이터 윤리, 국가생명윤리심의위가 다시 살핀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6 05:44
연명의료 특별전문위는 연내 권고안 마련…데이터 활용 동의·가명처리 제도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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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CI Clinical Center / Mathews Media Group,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자 공개 및 미국 NIH 저작물))

삶의 마지막 치료를 언제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의료데이터를 어떤 절차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다룰 국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됐다.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생명 보호, 의료 연구와 개인정보 보호가 맞닿는 두 쟁점을 별도의 특별전문위원회가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7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제1차 정기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과 AI·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각각 담당할 특별전문위원회 운영계획을 심의하고, 산하 분야별 전문위원회 구성 계획도 논의했다.

제7기 위원회는 민간위원 13명과 정부위원 6명 등 모두 19명으로 구성됐다. 김옥주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26년 3월 3일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연명의료 특별전문위원회에는 의료·윤리·환자·법조·종교·언론계 전문가 14명이 참여한다. 연명의료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시기 등 현행 제도의 쟁점을 검토한 뒤 2026년 안에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법 개정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제도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할 때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연명의료 유보·중단 이행은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임종과정이라고 판단한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기와 실제 결정을 이행할 수 있는 시기가 서로 다른 만큼, 이번 논의는 그 과정에서 나타난 쟁점을 다시 살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등록 규모도 커졌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8월 16일 오전 1시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50만4759명이다.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20만5550명,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자는 53만4795명으로 집계됐다.

연명의료 제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013년 11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약 6개월간 논의한 뒤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의 입법화를 권고했다. 이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돼 2018년 시행됐다. 대법원도 앞서 2009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와 환자의 의사를 엄격히 확인하는 조건 아래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했다.

위원회는 제도 시행 5주년인 2023년에도 소위원회 9회와 정책간담회 3회를 거쳐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기, 무연고자 결정 절차, 의료기관윤리위원회 활성화, 생애 말기 돌봄 개선을 권고했다. 새 특별전문위원회는 이런 앞선 논의와 제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개선점을 검토하게 된다.

AI·보건의료 데이터 특별전문위원회는 시민단체·보건의료계·산업계·법조계·윤리계·연구계·정부 전문가 13명으로 꾸려진다. 주요 검토 대상은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동의 절차와 가명정보 활용이다. 가명정보는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어렵게 처리한 정보를 뜻한다.

현재 생명윤리법은 인간대상연구에서 사전 서면동의를 원칙으로 두고, 제한적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인 IRB의 동의면제를 허용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과학적 연구 등을 위해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복지부는 2024년 영상·텍스트처럼 일정한 표 구조가 없는 비정형 의료데이터의 가명처리 기준도 구체화했다. 특별전문위원회는 이처럼 연구 동의와 데이터 활용에 적용되는 제도를 함께 검토한다.

상설 전문위원회는 생명윤리·안전정책, 배아, 인체유래물, 유전자, 연구대상자보호 등 5개 분야로 구성된다. 연명의료부터 AI 의료데이터까지 기술과 의료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분야별 논의와 특별 논의를 통해 다루는 구조다.

자료: 보건복지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국가생명윤리정책원),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법원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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