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00억 개 사건에서 사라진 붕괴…X(2370)은 ‘글루온 매듭’인가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6 08:20 · 수정 2026.09.07 14:40
중앙대 참여 BESIII, K* 반K 경로의 0.1시그마 무신호로 가장 가벼운 0⁻⁺ 글루볼 우세 해석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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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Institute for High Energy Physics (IHEP), Beijing , CC BY-NC-ND (버전 미표기, 저작자 표시·비상업적 이용·변형 금)

둘은 각각 보였지만 함께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체 자료에는 X(2370)이 있었고, 다른 질량분포에는 K*(892)도 나타났다. 그런데 ‘X(2370)이 K*(892)와 반K로 붕괴한 사건’만 골라 보자 X(2370)의 봉우리가 사라졌다. 여기서 보이지 않았다는 말은 암흑물질처럼 검출 불가능한 입자로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검출 가능한 특정 강붕괴 경로에서 신호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결과가 입자의 내부를 가리키는 단서가 된 셈이다.

중앙대학교가 참여한 BESIII 국제공동연구단은 100억8700만±4400만 개의 J/ψ 사건을 분석해 이 결과를 얻었다. 초당 하나씩 센다면 약 320년이 걸리는 규모다. 다만 이는 X(2370)을 100억 개 모았다는 뜻이 아니라, X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입자 J/ψ의 전체 표본이다. 특정 붕괴를 골라낸 뒤 X 신호의 통계적 유의도는 0.1시그마에 그쳤다. 통상 신호로 해석할 수준과는 거리가 먼 무신호다.

힘을 나르는 입자가 스스로 만든 매듭

이번 연구가 겨냥한 것은 글루볼이다. 글루볼은 강한 핵력을 설명하는 양자색역학(QCD)이 예측하는 복합상태로, 힘을 전달하는 글루온들이 서로를 붙잡아 만든 매듭에 가깝다. 광자는 보통 서로 직접 결합하지 않지만 글루온은 색전하를 지녀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글루온만으로 이뤄진 상태도 원리상 가능하다. 이는 표준모형 밖의 새로운 힘을 찾는 연구가 아니라, 표준모형 QCD가 낮은 에너지에서 예측하는 독특한 상태를 시험하는 작업이다.

문제는 실제 입자 세계에서 글루볼이 고립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양자수를 지닌 쿼크–반쿼크 상태나 더 복잡한 상태와 섞이면 겉으로 드러나는 질량과 붕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글루볼의 붕괴분기비에 대한 신뢰도 높은 격자 QCD 예측도 아직 부족하다. 동적 쿼크를 계산에 넣으면 여러 중간자 준위와 혼합을 함께 풀어야 하고, 글루볼 상관함수의 통계 잡음도 커진다. 입자의 존재뿐 아니라 어느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다.

X(2370)은 2011년 학술지 논문에서 처음 보고된 뒤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쳤다. 2020년에는 K 반K η′ 경로에서 재확인됐고, 2024년 동료심사 연구에서는 양자수 Jᴾᶜ가 0⁻⁺로 결정됐다. 이는 스핀이 0이며 패리티와 전하켤레 양자수가 각각 음수와 양수인 ‘의사스칼라’ 상태라는 뜻이다. 0⁻⁺ 가설은 2⁻⁺보다 9.8시그마 이상, 1⁺⁺보다 10.8시그마 이상 선호됐다. 2026년에는 K⁰ₛK⁰ₛπ⁰, π⁰π⁰η, a₀(980)⁰π⁰ 등 복수 경로에서도 관측됐다. 첫 보고 때보다 약 45배 큰 J/ψ 표본을 바탕으로 질문이 ‘입자가 있는가’에서 ‘어떤 문으로 붕괴하는가’로 정교해진 것이다.

둘 다 있었는데, 함께 고르자 X가 사라졌다

연구진은 먼저 J/ψ가 빛을 내며 붕괴해 K⁰ₛ 두 개와 π⁰ 하나를 남긴 사건을 재구성했다. 전체 K⁰ₛK⁰ₛπ⁰ 질량분포에서는 X(2370) 봉우리가 확인됐다. 별도의 K⁰ₛπ⁰ 질량분포에서는 K*(892)⁰ 봉우리도 확인됐다. 이어 적어도 한 K⁰ₛπ⁰ 조합이 K*(892)⁰의 공칭 질량에서 ±50 MeV/c² 안에 들어오는 사건만 선택했다. X가 K* 반K를 거쳐 최종 입자를 남겼을 법한 표본만 추린 것이다.

그러나 이 선택 뒤에는 X(2370) 봉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J/ψ 생성부터 X와 K*를 거쳐 최종 입자까지 이어지는 전체 확률인 연쇄분기비의 중심값은 (0.1±1.2(통계)±1.1(계통))×10⁻⁶이었다. 90% 신뢰수준 상한은 2.7×10⁻⁶이다. J/ψ 100만 번당 해당 연쇄붕괴가 2.7번 미만이라는 뜻이며, X 자체가 100만 번 붕괴할 때 2.7번 미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신호량은 비보정 최대우도 피팅으로 구했다. 연구진은 X의 질량과 폭을 각각 2359 MeV/c²와 170 MeV로 고정하고, 효율과 위상공간을 반영한 Breit–Wigner 선형태에 가우스형 검출기 분해능을 결합했다. 배경은 3차 다항식으로 표현했으며 효율과 분해능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다. 최신 결합 질량 2.359 GeV/c²는 양성자 질량의 약 2.5배지만, 입자의 크기가 2.5배라는 뜻은 아니다. X(2370)이라는 이름의 2370은 역사적으로 굳어진 명칭이다.

‘맛깔 단일항’이 글루볼 단서가 되는 까닭

무신호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화된 G-패리티 선택규칙에 있다. 0⁻⁺ 맛깔 단일항이 K*(892) 반K로 붕괴하는 과정은 이 규칙이 보존되면 금지된다. 맛깔 단일항은 u·d·s 가운데 어느 특정 쿼크 맛깔 방향에도 치우치지 않는 대칭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K* 반K 억제는 X(2370)이 맛깔 단일항이라는 해석과 맞는다.

하지만 맛깔 단일항이 곧 ‘쿼크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쿼크와 반쿼크도 맛깔 단일항 조합을 만들 수 있다. BESIII가 글루볼 우세 해석을 제시한 것은 이번 무신호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단서를 함께 놓았기 때문이다. X(2370)의 0⁻⁺ 양자수와 최신 결합 질량은 글루볼 계산이 제시하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 최신 논문이 종합한 0⁻⁺ 글루볼 질량 범위는 2.3~3.0 GeV/c²이며, 2019년 순수게이지 격자 계산값은 2.395±0.014 GeV/c²였다.

또 X(2370)은 글루온이 풍부한 J/ψ 방사붕괴에서 비교적 많이 생성되고, K 반K π·ππη·ππη′·K 반K η′ 등 여러 맛깔 조합에서 관측됐다. ηc와 비슷한 다입자 붕괴패턴도 보였고 K* 반K뿐 아니라 γω와 γφ 경로도 억제됐다. 반면 논문이 비교한 η·η′ 방사여기 모형들은 K* 반K 부분폭을 15~200 MeV로 예상한다. 연구진은 실제 부분폭을 2 MeV 미만으로 추정했지만, 이는 직접 피팅한 값이 아니라 생산률 등에 의존한 파생 추정이다.

강한 후보이지만 아직 닫히지 않은 결론

이번 결과가 직접 측정한 것은 한 붕괴경로의 억제다. 글루온 함량이나 쿼크–반쿼크 혼합률을 잰 것은 아니며, X(2370)이 글루온 100%인 순수 글루볼이라고 확정하지도 않았다. 생산률이 순수게이지 격자 예측보다 크다는 반론이 있고, 작은 글루볼–참모늄 혼합이 생산률을 높일 수 있다는 모형도 제시됐다. 정확한 혼합각은 결정되지 않았다. 질량을 근거로 0⁻⁺ 테트라쿼크 가능성을 제안한 연구도 있지만, 최신 K* 반K 억제까지 검증한 모형은 아니다.

피팅 역시 완전히 모형 독립적이지 않다. X의 질량과 폭을 고정했고 배경 함수와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다. 서로 다른 붕괴채널에서 구한 질량에도 편차가 있어 주변 공명, 간섭, 배경과 선형태에 대한 민감성을 더 살펴야 한다. 연구진은 X(2120), X(2260), X(2600), 문턱효과와의 간섭을 포함한 추가 부분파 분석과 ωω·φφ·ωφ·K*(1410) 반K 경로 탐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ESIII 밖의 독립 검출기에서 같은 결론이 재현됐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핵심 논문은 2026년 7월 공개된 첫 번째 프리프린트로, 아직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지 논문이 아니다. 중앙대학교 소속 공동저자 3명이 BESIII 국제공동연구단에 참여했고 한국연구재단 과제 지원도 명시됐지만, 개인별 기여표가 없어 중앙대 연구진이 이번 분석을 주도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충돌과 데이터 취득은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전자양전자충돌기Ⅱ와 BESIII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현재 가능한 결론은 신중하지만 분명하다. X(2370)이 특정 붕괴문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장 가벼운 0⁻⁺ 의사스칼라 글루볼 성분이 이 입자를 지배한다는 해석을 지지한다. 다만 그 매듭에 글루온과 다른 성분이 각각 얼마나 얽혔는지는 후속 붕괴채널 분석과 외부 실험의 독립 확인이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았다.

베이징 밖의 사냥터…독일은 짓고, 중국은 50배를 노린다

X(2370)의 정체를 다툴 무대는 베이징 밖에도 있다. 미국 제퍼슨랩의 글루엑스(GlueX) 실험은 글루온 자유도가 들뜬 '하이브리드 중간자' 탐색을 공식 목표로 내걸었고, 독일 다름슈타트에 건설 중인 국제 가속기시설 FAIR에서는 18개국 420여 명이 참여하는 판다(PANDA) 실험이 반양성자 빔으로 강입자 분광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충돌기의 뒤를 이을 초타우-참 시설(STCF)을 제안한 상태다. 설계보고서 기준 질량중심 에너지 2~7GeV에 광도는 현 시설의 약 50배로, 2026~2030년 5개년 계획에서 정부 지원 확보를 노린다.

이 지형에서 한국의 접근로는 국제공동연구 참여다. 국내에는 J/ψ를 대량으로 만들 전자·양전자 충돌기가 없어, 글루볼급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려면 해외 시설의 데이터 접근권이 곧 연구 기회가 된다.

'기초 성질 빼곤 논쟁 중'…무신호가 좁힌 것과 남긴 것

학계 리뷰들의 진단은 냉정하다. 2009년 실험 현황 리뷰(크레데·마이어)는 스칼라 글루볼이 주변 중간자와 섞여 있다는 증거는 상당하지만 완전한 이해는 없고, 의사스칼라 글루볼의 증거는 기껏해야 약하다고 평가했다. 2023년의 또 다른 리뷰도 글루볼의 가장 기초적인 성질을 빼면 전부 논쟁 중이라고 적었다. 수십 년째 후보는 있는데 확정은 없는 분야라는 얘기다.

이번 결과의 몫은 그 논쟁에 '붕괴 패턴'이라는 정량 잣대를 하나 더한 데 있다. 특정 경로의 부재는 모형이 임의로 흉내 내기 어려운 제약이어서, 후속 채널 분석과 다른 시설의 교차 검증이 쌓이면 의사스칼라 글루볼 논쟁은 처음으로 닫힐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선다. 반대로 다른 무대에서 같은 억제가 재현되지 않으면 해석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무신호 하나가 열어 둔 두 갈래이며, 어느 쪽 답이든 여러 실험이 함께 내게 된다.

자료: BESIII 국제공동연구단·중국과학원 고에너지물리연구소·중앙대학교·한국연구재단·미국 제퍼슨랩(GlueX)·독일 FAIR·PANDA 실험·중국 초타우-참시설(STCF) 연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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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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