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발 110일 전 JWST에 남은 붉은 점…초신성 2026sqf의 동반별이었나

별이 폭발하기 전으로 망원경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목적으로 찍어 둔 우주 사진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게드대학교 주도 25인 연구팀은 초신성 SN 2026sqf가 나타나기 약 110일 전 JWST 영상에서 그 자리와 가까운 붉은 적외선 점 하나를 찾아냈다. 폭발 전 모습을 기록한 일종의 ‘우주 CCTV’인 셈이다. 다만 이 사진에 백색왜성과 동반별 두 개가 나란히 찍힌 것은 아니다. JWST가 실제로 확인한 것은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적외선 점광원이며, 백색왜성과 탄소가 풍부한 동반별이라는 설명은 여러 관측을 연결해 얻은 조건부 해석이다.
수소가 가린 정체, 시간이 지나자 Ia형의 흔적이 나왔다
SN 2026sqf는 2026년 7월 8일 06시 01분 09초(UTC) NGC 3310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이 채택한 거리는 19.0±1.5Mpc, 약 6,200만±500만 광년이다. 같은 은하의 SN 2021gmj 팽창광구법 기반 거리는 17.8Mpc이고, 적색편이 기반 거리는 20.6Mpc다. 마지막 비검출은 7월 5일이어서 폭발 초기부터 빠르게 관측된 사건이다.
처음 드러난 정체는 지금과 달랐다. 발견 당일에는 좁은 수소·헬륨·질소·탄소 방출선이 보여 플래시 이온화를 겪는 II형 초신성으로 해석됐다. 플래시 이온화는 폭발의 강한 빛이 별 주변 가스를 순간적으로 달궈 특정 원소의 빛을 내게 하는 현상이다. II형은 대질량별의 중심부가 무너지는 핵붕괴 폭발로 이해되는 부류다.
그러나 수소선은 20일 넘게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Fe III·Si II·Ca II와 약한 S II 등 Ia형 초신성에 가까운 흡수선이 나타났다. 후기 스펙트럼도 기존 Ia-CSM 사례들과 가장 잘 맞았다. Hβ 등가폭은 약 5∼7Å, Hα와 Hβ의 선속비는 약 5였으며 g·r 광도곡선도 재분류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RAPAS ProAm 네트워크가 7월 23일 Ia-CSM 가능성을 제안했고, ZTF 협력단은 8월 7일 재분류 결과를 공개했다.
Ia-CSM은 백색왜성의 열핵폭발로 생기는 Ia형 초신성이 주변물질(CSM), 곧 폭발 전에 별이 내보낸 가스와 강하게 충돌하는 유형을 뜻한다. TNS의 현재 표기는 Ia-CSM이지만, 연구진도 열핵폭발 기원을 ‘확인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표현했다. 데이터베이스의 분류와 폭발 원인의 최종 확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중적외선으로 갈수록 밝아진 점, ‘먼지 이불’을 두른 거대 별
폭발 전 자료는 우연히 남아 있었다. HST는 1997∼2024년 여러 차례 이 영역을 관측했고, JWST의 MIRI는 2024년 4월 12일, NIRCam은 2026년 3월 20일 촬영했다. 두 JWST 프로그램 모두 SN 2026sqf의 전구계, 즉 폭발을 일으킨 별의 체계를 찾으려던 관측은 아니었다.
후보 광원은 NIRCam의 모든 관측 대역과 MIRI의 5.6·7.7·10㎛ 대역에서 검출됐다. MIRI의 11.3㎛ 이상 6개 대역에서는 검출값이 아니라 밝기의 상한값만 얻었다. 선속밀도는 NIRCam 1.5㎛에서 0.27마이크로얀스키였고, MIRI 10㎛에서는 5.25±0.73마이크로얀스키였다. 뒤의 값이 약 19배 크다. 파장이 긴 중적외선에서 훨씬 밝다는 것은 따뜻한 먼지가 별빛을 흡수한 뒤 적외선으로 다시 내보내는 ‘먼지 이불’ 해석과 잘 맞는다. 다만 두 수치는 2026년과 2024년에 각각 측정돼 같은 순간의 밝기를 비교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소광된 별의 흑체와 따뜻한 먼지, 차가운 먼지를 합친 세 성분 모형으로 분광에너지분포(SED)를 맞췄다. SED는 파장에 따라 천체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내는지 펼쳐 놓은 일종의 빛 지문이다. 모형이 가리킨 별은 온도 4,000K 이하, 반지름 200∼800태양반지름인 크고 차가운 천체였다. 약 0.93∼3.72AU로, 태양 자리에 놓는다면 표면이 지구 궤도 부근에서 주 소행성대 바깥까지 뻗는 규모다. 이는 별 자체의 반지름이지 백색왜성과 동반별 사이의 거리가 아니다.
이 크기와 온도, 먼지 방출은 AGB별 가능성을 제시한다. AGB별은 생애 후반에 크게 부풀어 오르고 많은 물질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별이다. 순수 탄소질 먼지 모형이 관측값에 합리적으로 맞았기 때문에 탄소가 풍부한 AGB별이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탄소 분자선이나 먼지의 광물학적 성분을 분광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규산염 먼지도 배제되지 않았고, 낮은 광도의 적색초거성 역시 일부 광도 범위가 겹친다.
백색왜성과 동반별이 한 외피를 공유했다는 가설
초신성이 실제 열핵폭발이고 적외선원이 실제 전구계라면, 관측은 Ia형 초신성의 단일축퇴 경로를 시험할 기회를 준다. 단일축퇴는 백색왜성이 보통별인 동반성에서 물질을 받아 폭발에 이르는 경로다. 연구진이 제시한 구체적인 장면은 백색왜성과 먼지가 많은 AGB별이 공통외피, 즉 두 별을 함께 감싼 가스층 안에 놓였다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주변 가스도 상당히 짙어 보인다. 좁은 Hα 성분의 속도는 97±10km/s였고, 중간폭 성분은 정의에 따라 FWHM 약 1,600km/s 또는 HWZI 약 2,300km/s였다. 연구진은 구대칭 정상풍, 바람속도 100km/s, Hα 변환 효율 최대 0.1 등을 가정해 질량손실률을 연간 0.01∼0.04태양질량으로 추정했다. 매년 목성 약 10∼42개 질량을 방출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직접 측정값이 아니라 모형값이며, 선폭을 어떻게 넣느냐만으로도 결과가 네 배 달라진다. 주변물질 약 0.5태양질량이라는 값도 후속 연구가 필요한 예비 광도곡선 모형 결과다.
Ia-CSM은 전체 Ia형 가운데 약 0.02∼0.2%로 추정되는 희귀한 부류다. 발생률 8∼56Gpc⁻³yr⁻¹을 20Mpc 안의 균일한 공간분포로 단순 환산하면 기대간격은 약 530∼3,700년, 중앙값으로는 약 1,030년에 한 번이다. 희귀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례의 폭발 전 영상은 전구계를 따지는 데 특히 값진 자료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의 우선권 주장도 모든 초신성 가운데 최초라는 뜻이 아니라 ‘JWST 폭발 전 영상에서 찾은 최초의 열핵초신성 전구계 후보’로 한정된다.
하늘의 작은 오차가 실제로는 75광년…답은 폭발 뒤 사진에 있다
가장 큰 경계선은 위치다. 후보와 초신성의 측정 위치 차이는 자료에 따라 0.071∼0.134초각이지만 전체 불확도 규모는 약 0.25초각이며, 한 자료에서는 0.27초각이다. 하늘에서는 미세한 각도여도 19Mpc 거리에서는 약 23pc, 75광년에 해당한다. 이는 쌍성 간격이 아니라 위치 오차의 범위다. 그 안에 우연히 놓인 다른 별이 적외선원일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다.
시간차도 문제다. 연구진은 2021·2023년 HST 자료와 2024년 MIRI, 2026년 NIRCam 측광을 한 SED로 합쳤다. 하지만 AGB별이나 공통외피계가 시기에 따라 밝기가 변했다면 하나의 정적인 천체처럼 묶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 후보 남동쪽에는 다른 광원도 보여 복잡한 배경과 낮은 MIRI 해상도에 따른 빛의 혼합 가능성도 남는다. 더구나 연구 원고는 8월 13일 공개된 동료심사 전 자료다.
결국 세 개의 고리가 모두 확인돼야 한다. SN 2026sqf가 물리적으로 Ia-CSM인지, 적외선 점이 실제 폭발 전구계인지, 그 동반성이 탄소가 풍부한 AGB별인지가 각각 별개의 검증 대상이다. 결정적인 시험은 초신성이 충분히 어두워진 뒤 같은 자리를 JWST로 다시 보는 것이다. 적외선원이 사라지거나 뚜렷하게 변한다면 폭발과의 연결이 강해지고, 후속 분광은 탄소질 먼지와 규산염 먼지를 가르는 단서를 줄 수 있다. 지금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두 별의 초상이 아니라, 폭발 전에 그곳에 먼지 많은 무엇인가가 있었을 가능성이다.
SN 2026sqf 연구에서 한국 기관의 직접 참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에 참여하는 KMTNet은 별도의 Ia형 초신성 SN 2018aoz를 추정 첫빛 후 약 1시간 이내부터 포착한 바 있다. 이는 국내의 초기 초신성 관측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SN 2026sqf 참여 근거는 아니다.
한국이 시험 장비를 댄 102색 하늘 지도…'사전 기록' 자산
폭발 전 기록의 가치는 미리, 넓게, 자주 찍어 둔 자료에서 나온다. 여기에 한국이 기여한 자산이 하나 있다. 2025년 3월 11일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렉스(SPHEREx)는 하늘 전체를 102개 색 대역으로 쪼개 기록하는 전천 분광 탐사로, 2년에 걸쳐 은하 4억5000만 개 이상과 우리은하 별 1억 개 이상의 자료를 모은다. 일반 카메라가 세 가지 색으로 세상을 찍는다면 서른 배 넘는 색으로 하늘 전체를 훑는 셈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은 이 망원경의 지상 극저온 시험 장비를 맡아 개발에 참여했다.
이런 전천 자료는 '다른 목적으로 찍어 둔 기록'이 뒷날 폭발의 사전 증거가 되는 구조를 하늘 전체로 넓힌다. 물론 넓게 훑는 탐사와 좁게 파는 정밀 관측은 역할이 달라, 이번 사례 같은 전구계 후보를 집어내는 일은 여전히 대형 망원경의 몫이다.
지분 없어도 열리는 아카이브…'발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JWST는 NASA와 유럽·캐나다 우주국이 함께 꾸린 공동 임무로, 한국 기관의 지분은 없다. 다만 지분이 없다고 기회까지 닫히는 것은 아니다. NASA와 칼텍은 SPHEREx 관측 자료 전량을 적외선 공공 아카이브(IRSA)로 공개해 천문학계 공동의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이렇게 열린 자료는 장비 소유와 무관하게 누구나 파고들 수 있다.
결국 폭발 전 증거 찾기는 망원경을 가진 나라만의 경기가 아니라 아카이브를 뒤지는 모든 연구자의 경기가 된다. 국내 연구자에게는 공개 전천 자료를 상시 발굴 대상으로 삼는 체계가 관측 장비 하나에 맞먹는 자산이 될 수 있다. SN 2026sqf의 결론이 폭발 후 재관측에 달렸듯, 무엇을 언제 다시 봐야 하는지 짚어 주는 근거 역시 아카이브에서 나온다.
자료: 세게드대학교·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국제천문연맹 천문현상통보시스템·Zwicky Transient Facility·RAPAS ProAm 네트워크·한국천문연구원·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