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거친 해상도로 태풍의 길·힘·크기 함께 읽었다…평균 하루 번 AI ‘WeatherNext Cyclones’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08.19 16:05 · 수정 2026.08.20 14:21
28km 격자에서 태풍 속성을 별도 추정…5일 경로오차 230km, 운영 검증에서는 해역·예보시점별 성적 엇갈려
[기획] 거친 해상도로 태풍의 길·힘·크기 함께 읽었다…평균 하루 번 AI ‘WeatherNext Cyclones’
2014년 10월 9일 필리핀해를 북상하는 슈퍼태풍 봉퐁(Vongfong)을 NASA 아쿠아(Aqua) 위성의 MODIS 장비가 촬영한 가시광 위성사진. WeatherNext Cyclones 같은 태풍 예측 모델은 이런 열대저기압의 경로·강도·강풍반경을 예측한다. (사진 출처=NASA)

태풍이 다가올 때 필요한 답은 세 가지다.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강해지는지, 위험한 바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다. Google DeepMind와 Google Research 등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WeatherNext Cyclones(WN-C)’는 이 세 질문에 한 시스템으로 답했다. 2023~2024년 전 세계 동질표본에서 닷새 뒤 태풍 중심의 평균 경로오차는 230km였다.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앙상블 예측시스템인 ECMWF ENS는 370km, 범용 AI 날씨모델 GenCast는 335km였다. WN-C의 격자 한 칸은 적도 부근에서 약 28km로, 태풍 전용 지역모델보다 훨씬 거칠다.

연구진이 말하는 ‘하루를 벌었다’는 모든 재난경보가 24시간 빨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WN-C가 5일 전에 기록한 230km의 평균 경로오차에 ENS는 약 3일 18시간 전에 도달했다. 같은 정확도를 언제 확보했는지 비교하는 선행시간으로 보면 ENS보다 30시간 조금 넘게, GenCast보다 약 24시간 앞섰다는 의미다. 개별 태풍의 경로가 언제나 140km씩 더 정확해졌다는 뜻도 아니다.

큰 흐름과 작은 눈벽, 서로 다른 문제를 한 모델에

태풍 경로는 태풍을 밀고 당기는 대규모 대기 흐름인 조향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강도는 중심의 눈벽, 바다와의 상호작용, 높이에 따라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는 수직바람시어처럼 더 작은 규모의 물리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기존 예보에서는 전지구 모델이 넓은 범위의 흐름과 경로를 보고, 태풍 전용 고해상도 지역모델이 중심부의 강도와 구조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WN-C는 이 분업을 하나의 확률예측 시스템 안으로 가져왔다. 6시간 간격으로 최대 15일까지 태풍 중심의 위치와 존재확률, 최대 1분 지속풍속, 최저해면기압, 최대풍속반경과 강풍반경을 출력한다. 여기서 태풍의 ‘크기’는 눈이나 구름의 지름이 아니다. 시속 약 63·93·119km 이상에 해당하는 34·50·64노트 바람이 중심에서 북동·남동·남서·북서 방향으로 각각 얼마나 멀리 뻗는지를 뜻한다. 기온·기압·바람·습도 같은 전지구 대기장도 함께 예측한다.

다만 15일치를 출력할 수 있다는 것과 15일째까지 모든 항목에서 기존 모델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다르다. 강한 결정론적 성능 근거는 주로 5일 이내이며, 확률평가 일부가 7~10일까지 제시됐다. 태풍이 낳은 강수량, 폭풍해일, 지형에 따른 정밀 돌풍과 침수 깊이도 직접 예측하지 않는다.

20TB 날씨자료에 10MB 태풍 ‘정답표’를 붙이다

WN-C의 핵심은 거친 격자에서 태풍의 눈과 눈벽을 직접 그려낸 데 있지 않다. 0.25도, 적도 부근 약 28km 격자의 전지구 대기장과 태풍의 속성을 공동학습한 뒤 중심 위치·풍속·기압·강풍반경을 별도 출력하도록 했다. 비교 대상인 HAFS-A·B는 6km 부모격자 안에서 약 2km 이동격자를 사용한다. 가장 촘촘한 2km 격자와 비교하면 WN-C의 간격은 약 14배, 단순 격자면적은 약 196배다. WN-C는 이 해상도 차이를 물리적으로 해상한 것이 아니라, 큰 규모의 대기 신호에서 태풍 속성을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진단·다운스케일링 구조를 택했다.

학습에는 1979~2018년 ERA5 재분석장과 2016년 이후 ECMWF HRES 초기 분석장 등 약 20TB의 대기자료가 쓰였다. 여기에 약 45년 동안 기록된 5,000개에 가까운 열대저기압을 담은 약 10MB의 태풍표를 결합했다. 용량만 단순 환산하면 약 200만 대 1이다. 작은 태풍표가 거대한 날씨자료 속에서 무엇을 중심·강도·크기의 신호로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답표 역할을 한 셈이다.

태풍 중심은 격자 위에 종 모양으로 퍼지는 가우시안 존재확률장으로 바꿨고, 강도·기압·반경은 중심 주위 120km 원에 펼친 값으로 학습했다. 확률모델 FGN은 신경망 내부에 잡음을 주입하고 독립적으로 학습한 네 모델을 결합해 서로 다른 미래를 만든다. 연구진은 50개 또는 1,000개의 시나리오를 생성했다. 시나리오가 많으면 드문 가능성을 더 촘촘히 살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예측이 자동으로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ECMWF 분석장에서 출발하므로 초기조건의 불확실성까지 표본화한 앙상블도 아니다.

경로뿐 아니라 강도와 강풍반경까지…조건은 서로 달라

2023~2024년 전 세계 평가에서 5일 경로오차 230km는 189개 예보 사례를 대상으로 한 앙상블 평균이다. 강도와 구조의 주요 비교는 북대서양·동태평양으로 범위가 좁아진다. WN-C의 3일 강도오차는 HAFS보다 3.75노트, 시속 약 6.9km 작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우위는 주로 0.5~3.25일에 나타났다.

24시간 동안 최대풍속이 30노트, 시속 약 55.6km 이상 증가하는 ‘급격한 강화’ 탐지에서도 차이가 났다. 적중과 함께 오경보·누락에 벌점을 주는 CSI 지표로 보면 첫 24시간 WN-C는 약 0.5, 기존 개별모델은 0.3 미만이었다. 이는 단순 적중률이 아니다. 기존 모델과 WN-C를 합친 합의예보는 경로오차를 18~38%, 평균 28% 줄였고 강도오차는 5~14%, 평균 6% 줄였다. 서로 다른 오차 특성을 지닌 예측을 함께 볼 때 추가 이득이 있었다는 결과다.

강풍반경은 정답으로 쓰는 관측 자체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해상 관측의 불확실성은 34·50·64노트 반경에서 각각 약 40·30·25해리이며, 항공기 정찰이 있을 때도 약 30·25·15해리다. 최대풍속반경은 출력되지만 관측 부족으로 핵심 성능검증에서 제외됐다. WN-C가 태풍의 모든 구조를 같은 수준으로 검증했다는 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운영 현장의 성적표는 혼합…예보관을 돕는 또 하나의 신호

2025년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가 활용한 GDMI는 WN-C의 전신인 FNV3 출력을 현장용으로 후처리한 모델지침이다. 논문의 모든 사후 WN-C 결과와 완전히 같은 모델은 아니다. 북대서양 48시간 경로오차는 135건의 동질 비교에서 GDMI가 41.4nmi(76.7km)로 공식예보의 49.2nmi(91.1km)보다 작았지만, 120시간에는 59건의 동질 비교에서 GDMI 173.1nmi(320.6km), 공식예보 168.5nmi(312.1km)로 순서가 바뀌었다. 동태평양 120시간 경로에서는 49건의 동질 비교에서 GDMI가 87.3nmi(161.7km), 공식예보가 111.9nmi(207.2km)였다. 반면 같은 해역 120시간 강도오차는 49건의 동질 비교에서 GDMI 16.7노트, 공식예보 14.2노트로 공식예보가 앞섰다.

논문의 주된 평가는 모든 비교모델이 같은 태풍을 해당 시점까지 유지하고 실제 태풍도 열대·아열대 상태인 사례만 남긴 동질 검증이다. 태풍 발생을 놓치거나 너무 일찍 소멸시킨 경우, 온대저기압으로 바뀌는 전 생애 과정까지 포괄한 시험은 아니다. WN-C도 원시 위성·레이더·부이 관측에서 곧바로 예보하는 완전한 종단간 AI가 아니라, 관측을 동화한 ECMWF 분석장을 초기조건으로 받는다. 기준시각의 초기장을 얻는 데도 약 6.5시간의 지연이 있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위성자료로 중심 위치·최대풍속·강풍 및 폭풍반경을 매시간 생산하는 AI 실황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기상청은 2026년 7월 중심 위치·중심기압·강풍반경을 포함한 열대저기압 감시 및 태풍 진로예측 시스템 구축을 계획했지만, 8월 17일 현재 구축 완료와 현업검증 성적을 밝힌 후속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WN-C가 기상청 현업에 정식 도입됐다는 공식 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WN-C는 공식경보의 대체재가 아니다. 눈벽을 직접 계산하는 수치모델, 관측자료, 태풍별 맥락을 판단하는 전문예보관에 다른 오차 특성을 가진 확률 신호를 더하는 모델이다. 코드와 연도별 가중치는 공개됐지만 독립 연구팀이 전체 학습과 전 세계 성능을 재현했다는 동료심사 결과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거친 모자이크로 태풍의 치수를 읽어내는 방법이 실제 예보에서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더 많은 해역과 계절, 실패 사례를 포함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예보관을 배우는 알파웨더, 비를 그리는 나우알파…KIM은 세대교체 중

한국의 추격도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이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2019년 벤처형 조직을 꾸려 인공지능 예보지원 프로그램 '알파웨더'를 개발해 왔다. 예보관이 예보를 만드는 과정을 학습해 시간당 100기가바이트, 고화질 영화 스무 편 분량의 관측·모델 자료 분석을 거드는 조수 격으로, 2027년까지 3단계 고도화가 목표다.

비 예측에서는 결과물이 먼저 나왔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초단기 강수예측모델 '나우알파'는 10분 간격으로 최대 6시간 뒤의 비를 40초 만에 그려낸다. 기상청은 지난 6월 시범운영 중인 이 모델을 오는 10월부터 정식 예보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예보의 뼈대인 수치모델은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2011년 개발을 시작해 2020년 4월 현업에 오른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은 전지구 격자 간격이 약 12km로 WN-C의 절반 이하이고, 한반도 주변은 3km 지역모델이 받친다. 기상청은 전지구를 한 판으로 풀되 한반도 부근만 3km로 조밀하게 계산하는 가변격자 차세대 모델을 올해 12월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빅테크 AI 기상모델 접목과 AI 앙상블 확대, 초단기부터 3개월 기후까지 아우르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여러 예측 업무에 두루 쓰는 범용 기반 모델)의 상세 설계도 연내 과제로 올렸다.

국회는 격차를 물었고, 개발사는 예보관을 가리켰다

2024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은 개발에 789억여 원이 든 KIM의 사흘(72시간) 예측 강수 유무 적중률(CSI) 5년 평균이 0.44로 영국 UM(0.46), ECMWF(0.48)에 못 미친다며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영국·미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출발해 세계 1~2위 모델과 격차를 좁히는 중이라고 설명해 왔다.

다음 수는 이미 문서에 적혀 있다. 기상청의 2026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은 자체 모델 고도화와 나란히 주요 빅테크 AI 기상모델의 접목을 명시했다. 가중치까지 공개된 WN-C를 한국 바다에서 시험할 통로가 계획 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딥마인드 역시 이 기술이 예보관의 대체 불가능한 현장 전문성과 결합할 때 가치가 있고, 거친 격자에서 왜 정확한지는 아직 열린 연구 과제라고 인정하며 각국 기상기관에 공개 모델 기반의 협력을 청했다. 검증의 무대는 이제 북서태평양으로 넘어와 있다.

자료: Google DeepMind·Google Research,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 미국 해양대기청(NOAA),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콜로라도주립대 대기연구협력연구소(CIRA), 영국 기상청, 세계기상기구(WMO),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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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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