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공동면 뒤 시냅스가 크게 줄었는데도 기억 저하는 없었다…기억의 흔적은 어디에 남나
도시의 도로 절반가량이 사라졌는데도 목적지로 가는 길을 기억할 수 있을까. 생쥐를 48시간 인공동면 상태에 둔 실험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등쪽 해마 CA1 방사층의 제한된 표본에서 시냅스 밀도는 풀링 산술평균 기준 0.634개/㎛³에서 0.301개/㎛³로 52.5% 감소했다. 그러나 생쥐가 회복한 뒤 검사한 공포 맥락과 설탕 위치 기억에서는 대조군보다 유의한 저하가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절반’은 뇌 전체나 생쥐 개체마다의 값이 아니라, 작은 표본들을 합쳐 계산한 산술평균이다. 같은 자료의 중앙값으로 계산하면 감소율은 38.9%였다.
냉동수면이 아니라 신경회로로 유도한 48시간의 동면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이 만든 상태는 자연동면이나 냉동 보존이 아니다. 연구진은 시상하부의 Q 뉴런에 hM3Dq라는 흥분성 DREADD를 발현시켰다. DREADD는 특정 약물에 반응하도록 설계한 인공 수용체다. 이어 CNO 1㎎/㎏을 복강에 주사해 Q 뉴런을 활성화하고, 생쥐를 20℃의 지속 암조건 챔버에서 48시간 지내게 했다. 이를 Q 뉴런 유도 저대사 상태인 QIH라고 부른다. 대조군에는 hM3Dq 대신 형광단백질 mCherry를 발현시키고 같은 CNO를 투여했다.
QIH 생쥐 3마리의 적외선 피부 표면온도 최저값은 22.4~24.4℃였고, 대조군 3마리는 31.6~32.9℃였다. 이는 심부체온이 아니라 피부에서 측정한 값이다. 해마 CA1에서는 약 1시간 뒤 뉴런 155개의 발화 빈도가 0.863Hz에서 0.272Hz로 약 69% 줄었다. 뇌 활동과 대사가 억제된 동면 유사 상태를 만든 셈이지만, 연구진이 기억을 확인한 시점은 이 상태가 아니라 생쥐가 깨어나 회복한 뒤였다.
시냅스 감소와 행동 기억 사이에 나타난 간극
기억검사에는 특정 방과 전기충격을 연결하는 맥락 공포조건화와 플러스 미로에서 설탕이 있던 팔을 찾는 공간기억 과제가 쓰였다. 공포조건화에서는 0.75mA의 전기충격을 2초씩, 30초 간격으로 5회 가했다. QIH군 10마리의 정지행동 비율은 처리 전 54.0%에서 회복 5일 뒤에도 54.0%였고, 대조군 6마리는 51.2%에서 60.0%였다. 공간기억 탐침시험의 수행값은 QIH군 85.5%, 대조군 73.2%였으며 집단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각 집단이 4마리에 불과하므로 QIH군이 더 우수하다고 해석할 수도, 작은 손상까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기억이 QIH 과정에서 이미 해마에 덜 의존하는 형태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점검했다. 회복 뒤 NMDA로 해마를 병변화하자 두 집단 모두 공포 맥락에서 정지행동이 줄었다. 회복한 기억에도 해마가 계속 관여했다는 뜻으로, 단순히 기억 저장 장소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을 약화시킨다. 다만 다른 뇌 영역이 함께 관여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한 결과는 아니다. 장소세포에서도 평균·최대 발화율과 공간정보 등은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장소장 크기는 QIH 뒤 유의하게 작아졌다. 모든 공간지도 지표가 그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시냅스 감소량 역시 관찰법에 따라 달랐다. 전자현미경 분석은 한 표본당 850㎛³, 한 변이 약 9.5㎛인 정육면체 정도의 작은 영역을 살폈고, 집단별 16~24개 표본이 생쥐 3마리에 중첩돼 있었다. 반면 생체 2광자 현미경으로 같은 수상돌기 7개를 추적했을 때 가시 밀도의 순감소는 19.7%였다. 가시는 신호를 받는 수상돌기의 작은 돌기다. 전자현미경의 52.5%와 측정 대상과 분모가 다르므로 두 수치를 같은 실험의 결과처럼 합칠 수 없다.
사라진 돌기 10개 중 8개가 같은 ‘못자리’로 돌아왔다
생체 추적에서 더 눈에 띈 결과는 회복기의 재구성이었다. QIH 첫 24시간에 사라진 가시 가운데 82.1%가 회복 때 같은 위치에 다시 나타났다. 소실률과 신생률을 곱해 계산한 우연 재출현값 16.8%보다 높았다. 사라진 돌기 10개 중 약 8개가 같은 못자리에 다시 생긴 셈이다. 그러나 같은 위치가 곧 같은 시냅스를 뜻하지는 않는다. 새 가시가 원래의 축삭 상대와 다시 연결됐는지, 신호 전달 효율까지 같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엔그램 세포 사이의 연결 배치도 살폈다. 엔그램 세포는 학습 당시 함께 활성화돼 기억 흔적을 이루는 세포 집단이다. CA3와 CA1의 엔그램 세포 사이 시냅스를 eGRASP 계열 기술로 표시하고, 점 두 개 이상이 5㎛ 안에 있으면 군집으로 분류했다. 5㎛는 0.005㎜에 불과한 거리다. QIH군에서 이 군집의 밀도는 대조군과 유의하게 다르지 않았지만, 군집 밖의 엔그램 시냅스는 0.1528개/㎛³에서 0.0793개/㎛³로 48.1% 감소했다.
남아 있던 군집 시냅스가 특별히 큰 것도 아니었다. 군집 엔그램 가시의 부피는 0.059㎛³로, 같은 엔그램 수상돌기의 다른 가시 0.097㎛³보다 오히려 작았다. 이는 기억을 ‘오래 남는 큰 시냅스 하나에 새긴 글씨’로만 보기보다, 일부 연결이 모여 있는 배선 패턴과 그 패턴을 다시 세우는 규칙에도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장기강화인 LTP, 즉 반복된 신호로 시냅스 전달이 강해지는 현상이 기억에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시냅스의 강도와 크기에 더해 공간적 배치와 회로 위상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연관’은 찾았지만 원인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군집 시냅스만 선택적으로 없애거나 복원하지 않았다. 하루 6시간씩 이틀 동안 이소플루란 마취와 CA1의 액틴 중합 억제제 Cytochalasin D 처리를 결합한 조건에서는 군집 밀도와 공포기억이 함께 감소했지만, 마취·약물·군집 붕괴 가운데 어느 요인이 기억 저하를 일으켰는지 분리할 수 없다. 하나의 축삭 말단이 여러 가시에 닿는 MSB 구조도 QIH 군집에서는 12개 중 4개, 비QIH 무작위 표본에서는 60개 중 2개였으나 군집 여부와 생리상태가 동시에 달랐다. 같은 QIH 내부에서는 군집 12개 중 4개와 다른 엔그램 시냅스 62개 중 9개를 직접 비교했으며,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p≈0.206).
행동실험은 집단당 4~10마리, 전기생리와 현미경 실험은 흔히 2~3마리에서 이뤄졌다. 수십~수백 개의 뉴런과 표본, 시냅스가 같은 동물에 중첩돼 완전히 독립된 반복으로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기억은 시냅스가 줄어든 QIH 도중이 아니라 회복 뒤 측정했다. 남아 있던 구조가 기억 정보를 계속 보관했는지, 일부 단서가 회복기에 회로를 다시 만들었는지는 아직 구분되지 않는다. 차이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완전한 보존이나 두 집단의 동등성을 증명하지 않는다.
한국 연구진과의 연결도 있다. 이번 표지법은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dual-eGRASP와 직접 이어진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은 2018년 공포학습 뒤 CA3·CA1 엔그램 세포 사이 연결 수와 가시 크기가 증가한다고 보고했고, 2023년에는 새 엔그램 연결의 생성과 소거학습 뒤 약 12%씩의 연결 소실을 생체에서 추적했다. 서울대학교와 기초과학연구원의 2026년 연구는 시냅스 크기뿐 아니라 밀도까지 줄이면 자연적 회상과 광유전학적 회상이 함께 손상될 수 있음을 보였다. 기초과학연구원·한국뇌연구원·서울대학교 연구진은 성상교세포와 엔그램 뉴런의 접촉 감소가 원격 기억 저하와 관련된다는 결과도 내놨다. 기억 흔적을 군집 배치만이 아니라 연결의 강도·수와 주변 교세포까지 넓혀 살펴야 하는 이유다.
1904년 엔그램 개념, 1949년 세포집단 이론, 1973년 해마 LTP, 2012년 광유전학적 엔그램 회상 연구를 거치며 기억의 물리적 자리를 찾는 질문은 계속 바뀌어 왔다. 이번 결과는 개별 시냅스의 중요성을 지운 것이 아니라 질문의 단위를 확장했다. 기억의 흔적이 사라졌다기보다, 그 흔적을 찾아야 할 범위가 시냅스 하나에서 미세한 군집, 회로의 연결 배치, 회복 때 구조를 재건하는 정보로 넓어진 셈이다. 자연동면이나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적용할 근거는 아직 없으며, 발표 이틀째인 2026년 8월 15일 기준 독립적인 직접 재현이나 반박도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3차원 전자현미경이 국내에선 뇌전증 환자의 뇌를 들여다봤다
시냅스가 줄어든 뇌를 들여다보는 일은 한국 연구실에서도 진행됐다. 결론은 반대편에 가까웠다. 한국뇌연구원 이계주 박사팀은 지난해 9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서울대병원과 함께 난치성 소아 뇌전증의 주요 원인인 국소피질이형성증 환자의 뇌조직을 3차원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에필렙시아에 실었다. 발작이 시작되는 부위에선 흥분성 시냅스의 밀도가 낮아진 대신 일부만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고, 신호를 눌러주는 억제성 시냅스는 흥분성 시냅스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의 뇌조직에서 밀도 감소가 병으로 나타난 사례다.
최근 성과는 질환 쪽에 몰려 있다. 윤종혁 박사팀은 올해 5월 타우 병증 생쥐의 뇌 7개 영역을 훑어 알츠하이머 초기의 분자 신호 회로도를 그렸고, 8월엔 심혈관 치료제 프라수그렐이 도파민 신경세포를 지켜 파킨슨병 모델 생쥐의 보행을 회복시켰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선 김은준 단장의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이 자폐 등의 원인 유전자를, 강봉균 단장의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이 학습과 기억의 분자 기전을 맡는다.
정부 계획의 축은 1998년 제정된 뇌연구촉진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5개 부처가 2023년 내놓은 제4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2023~2027)은 뇌과학 기술수준을 세계 최고 대비 85%로 끌어올리고, 자폐·치매 등 주요 뇌질환의 국산 치료제 2종과 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뇌산업 전문기업 10곳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걸었다. 뇌과학 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에는 2023~2032년 4497억 원, 연평균 450억 원가량이 배정됐다.
기술수준 85%를 겨냥한 계획표, 공식 진단이 짚은 빈칸
약점을 먼저 지목한 것은 정부 문서 자신이다. 과기정통부가 2018년 확정한 제3차 계획 '뇌연구혁신 2030'은 유망 11개 기술의 수준을 글로벌 최고 대비 평균 약 77%로 진단하며 세계 최초 원천기술 확보가 미흡하다고 적었다. 같은 부처가 2021년 내놓은 추진 방향도 국내 뇌 관련 산업을 태동기로 규정하며 2030년까지 뇌질환 진단·치료 핵심기술 5건, 글로벌 톱 융복합기술 5건을 내걸었다. 계획표의 무게중심은 응용과 산업 쪽에 있다.
이번 논문이 건드린 것은 그보다 한 층 아래다. 논문 저자인 다나카 가즈마사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 조교수는 대학 보도자료에서 "기억 유지에 필요한 구조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지만, 탐구해야 할 질문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남긴 숙제는 군집이 유지되는 기전, 기억들 사이의 상호작용, 시간이 지나도 구조가 버티는 방식, 사람으로의 확장이다. 국내 후속 과제도 나와 있다. 이계주 박사는 뇌전증에서 얻은 배치 정보를 인공 뉴런 모델에 넣어 신경 흥분성 변화를 모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뇌조직에서 잰 구조를 계산 모형으로 옮기는 일이다.
자료: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도쿄이과대학·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쓰쿠바대학·서울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한국뇌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서울대학교병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