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조절로 암 악액질 완화 가능성…KIST, 생쥐서 기전 확인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8 05:33
천연물 마이켈리올라이드가 유익균·면역 신호 바꿔 악력과 일부 골격근 지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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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CDC / Dr. V. R. Dowell, Jr., Public Domain — CDC PHIL: Copyright Rest)

암세포를 직접 줄이지 않고 장내 미생물과 면역 반응을 조절해 암 환자의 근육 손실을 막을 가능성이 생쥐 실험에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천연물 마이켈리올라이드(Micheliolide·MCL)가 암 악액질 동물 모델의 악력과 일부 골격근 지표를 개선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암 악액질은 암이 진행되면서 체중과 근육이 줄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복합 질환이다. 단순한 영양실조와 달리 음식을 더 먹는 것만으로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 염증과 대사 이상, 호르몬 변화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암종 등에 따라 진행성 암 환자의 최대 80%에서 악액질이 나타나며, 암 사망의 최대 30%를 직접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확인된 논문은 2026년 5월 5일 학술지 ‘Microbiom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젊은 수컷 생쥐의 CT26 대장암과 LLC 폐암 악액질 모델을 사용했다. 군마다 8~10마리를 배치하고 MCL 5mg/kg 또는 25mg/kg을 매일 먹이는 방식으로 투여했다.

MCL은 종양 크기와 전체 체중, 종양을 제거한 뒤의 체중, 지방량을 유의하게 바꾸지 않았다. 반면 악력과 일부 골격근의 무게, 근섬유 단면적은 개선됐다. 근섬유 단면적은 근육을 가로로 잘랐을 때 각 섬유가 얼마나 굵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선 효과는 폐암 모델보다 대장암 모델에서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MCL이 암으로 약해진 T세포 기능과 염증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관찰했다. 장내 미생물을 항생제로 제거한 생쥐에서는 MCL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약물 자체만이 아니라 장 속 미생물 생태계가 근육 보호 과정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험 종료 시 혈장 속 MCL 농도는 검출 한계보다 낮았다.

분석에서는 장내 세균 포카이콜라 불가투스(Phocaeicola vulgatus)가 MCL 투여 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이 균을 종양 접종 11일째부터 21일 동안 매일 10억CFU씩 생쥐에게 먹이자 맹장의 부티르산과 악력, 대퇴사두근·전경골근 무게가 증가했다. CFU는 살아서 증식할 수 있는 균의 수를 세는 단위다.

다만 비오틴 생합성 증가 결과는 대사물질을 직접 정량한 값이 아니다. 장내 세균의 16S 유전자 자료를 PICRUSt2라는 분석 도구에 넣어 미생물이 지녔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을 계산한 결과다. 이번 성과는 장내 유익균과 면역 신호를 함께 조절하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젊은 수컷 생쥐에서 얻은 결과인 만큼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치료제 이용 환경도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에는 NCI 기준 승인된 암 악액질 치료제가 없다. 일본은 2021년 아나모렐린을 비소세포폐암과 대장암·위암·췌장암의 악액질에 승인했지만, 임상시험 대상과 평가된 암종에는 제한이 있었다. GDF-15 억제항체 폰세그로맙은 전이성 췌장암 악액질 환자를 대상으로 목표 982명 규모의 2b·3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1차 완료 예정일은 2028년 1월이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국 국립의학도서관·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NLM/NCBI),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ClinicalTrials.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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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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