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전력 얻고 빛으로 상태 보여주는 생분해성 체내 소자

몸속에 넣은 의료기기가 배터리 없이 전기를 만들고, 피부 밖에서 비춘 빛에 반응해 자신의 상태까지 보여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와 홍콩폴리텍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초음파로 구동되는 생분해성 마찰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에 머신러닝으로 설계한 발광 분자를 결합했다고 밝혔다.
삽입형 의료기기는 몸 안에서 진단이나 치료 기능을 수행하지만, 한번 삽입하면 기기의 구조와 작동 상태를 계속 확인하기 어렵다. 균열이나 배터리 누출 같은 문제가 생겨도 곧바로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은 검사 시점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식이고, 전기 신호를 지속해서 읽는 장치는 몸속에 남는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이 만든 소자는 전력 생산과 상태 표시 기능을 하나의 생분해성 구조 안에 담았다. 생분해성은 정해진 역할을 마친 뒤 몸속에서 분해될 수 있도록 재료를 설계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외부 전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일시적 삽입형 의료기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은 마찰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방식으로 만든다. 이는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촉하거나 마찰할 때 생기는 정전기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다. 체외에서 초음파를 쏘면 소자 내부 재료가 움직이며 전하가 발생하고, 이 전하를 모아 전력으로 이용한다. 몸속 소자에 배터리를 넣거나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도 바깥에서 초음파를 가해 필요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구조다.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능에는 머신러닝으로 선별한 인광성 이리듐(Ⅲ) 발광 분자가 쓰였다. 인광은 빛을 받은 물질이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다시 빛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다. 발광 파장은 544~574나노미터의 녹색과 노란색 사이 영역으로 설계됐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를 뜻하며, 이 파장대는 사람의 눈이 비교적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가시광선 영역이다.
발광 분자의 광발광 양자효율은 0.82로 나타났다. 이는 흡수한 빛에너지가 발광으로 전환되는 정도가 약 82%라는 의미다. 이 분자를 생분해성 고분자 안에 넣어 소자를 만들었으며, 피부 밖에서 자외선 램프를 비추면 소자가 내는 빛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대형 영상 장비 없이 빛의 변화로 삽입물의 상태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전기 생산 성능도 확인됐다. 소자는 제곱센티미터당 0.5와트 세기의 초음파를 받을 때 약 3.6볼트의 전압을 만들었다. 하나의 구조가 초음파를 전기로 바꾸는 기능과 외부 빛에 반응해 정보를 보여주는 기능을 함께 수행한 것이다. 전기 출력과 빛이라는 서로 다른 두 신호를 이용해 소자의 기능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피부 아래에 소자를 넣어 검증했다. 체외 초음파를 가했을 때 전기 출력이 발생했고, 피부 아래의 발광 신호도 확인됐다. 시간이 흐르며 삽입 소자가 분해되는 과정 역시 빛의 변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몸속에서 사라지는 소자가 어느 단계까지 분해됐는지 외부에서 읽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연구는 생분해성 삽입물에 자가발전과 시각적 상태 확인 기능을 동시에 부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몸속에서 일정 기간 작동한 뒤 분해되는 의료기기를 만들 때 전원 공급과 상태 확인을 한 구조에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검증은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과정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단계다.
자료: 한국연구재단, 연세대학교, 홍콩폴리텍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