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내보내는 바이오잉크, AI 로봇이 상처에 맞춰 인쇄한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9 15:18 · 수정 2026.08.19 15:17
서울대 김우진 교수팀, 하버드의대 등과 국제 공동연구… 당뇨병 생쥐에서 상처 봉합·혈관 생성 촉진 확인
산소 내보내는 바이오잉크, AI 로봇이 상처에 맞춰 인쇄한다
연구를 이끈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김우진 교수(왼쪽)와 공동 제1저자 김기태 연구교수. (사진 출처=서울대학교)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생기는 만성 상처(당뇨병성 궤양)를 상처 모양 그대로 정밀하게 치료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개발됐다. 산소를 스스로 내보내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바이오잉크(살아 있는 세포를 담아 인쇄할 수 있는 젤 형태의 재료)를, AI가 상처를 인식해 환부 위에 직접 인쇄하는 방식이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 및 약리학교실·근골격계 후성유전 노화 연구소 김우진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의대·브리검여성병원·베스이스라엘디코니스병원, 연세대학교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면역반응성 바이오잉크'를 AI 비전 기반 로봇 프린팅 시스템 'INSIGHT(인사이트)'와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산소 한꺼번에 쏟지 않는 3기능 잉크

당뇨병성 만성 상처는 전 세계적으로 치료가 가장 어려운 상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속적인 염증과 산소 부족, 면역 기능 이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잘 아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 부위의 대식세포(이물질과 손상 조직을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M1)에 머문 채 조직을 재생하는 상태(M2)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 치유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산소 공급 소재는 산소를 한꺼번에 방출해 버리거나 상처의 불규칙한 모양에 맞추기 어려웠고, 미리 제작해 붙이는 인공 피부 패치 역시 환자마다 다른 상처 형태에 정밀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잉크는 세 가지 기능을 하나로 묶었다. 다공성 젤라틴 기반 구조체가 세포가 자리 잡을 공간을 만들고, 옥수수 단백질 '제인'으로 감싼 미세입자가 과산화칼슘을 이용해 산소를 서서히 내보내며, 함께 담긴 인간 줄기세포가 혈관 생성과 조직 재생을 돕는 신호물질을 분비한다. 산소는 초반의 폭발적 방출 없이 수일에 걸쳐 안정적으로 공급되며, 세포에 해롭지 않은 낮은 농도로 재생 신호를 자극한다.

여기에 결합한 INSIGHT는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가 상처의 깊이와 형태, 색을 스스로 인식해 상처마다 다른 인쇄 경로를 자동으로 만들고, 실시간 영상 피드백을 바탕으로 바이오잉크를 상처 모양에 꼭 맞게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다. 미리 만든 패치를 붙이는 방식과 달리 환자의 상처 위에 직접, 맞춤형으로 인쇄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당뇨병 생쥐 상처 봉합 빨라져… 면역 환경 재편도 확인

당뇨병 생쥐 모델 실험에서 이 기술은 대조군보다 상처 봉합 속도를 뚜렷하게 앞당겼고, 새살(육아조직) 형성과 피부 재생, 혈관 생성을 촉진했다.

치료가 효과를 내는 원리도 세포·유전자 수준에서 확인됐다. 공동 제1저자인 김기태 연구교수는 공간전사체 분석(조직의 위치 정보를 유지한 채 어느 부위에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는지 지도처럼 읽어내는 기법)을 이끌어, 염증성 대식세포가 재생성 대식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이 실제 조직이 회복되는 부위를 따라 공간적으로 정렬돼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재가 상처의 면역 환경 자체를 치유에 유리하게 재편한다는 것을 직접 입증한 결과다.

연구팀은 지능형 소재 설계와 산소 조절, 줄기세포 기반 면역 조절, AI 적응형 로봇 프린팅을 하나로 결합해 환자 맞춤형 정밀 재생 치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당뇨병성 상처뿐 아니라 만성 염증이나 혈류 부족이 동반되는 다양한 난치성 상처로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BRL) 사업과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체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자료: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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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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