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연, 전자파 차폐·적외선 은폐 겸한 고강도 초박막 필름 개발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8.20 12:38
탄소나노튜브 '벽돌'에 맥신 '시멘트'…17.5㎛ 두께로 90dB 차폐·인장강도 1.02GPa
재료연, 전자파 차폐·적외선 은폐 겸한 고강도 초박막 필름 개발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스텔스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탄소나노튜브-맥신 하이브리드 필름 공동 연구진. (사진 출처=한국재료연구원)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두께로 전자파를 사실상 전부 차단하면서 열화상 카메라에도 잘 잡히지 않는 필름 소재가 경남 창원 연구 현장에서 나왔다. 한국재료연구원(KIMS·원장 최철진)은 융·복합재료연구본부 김태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선준·김재우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탄소나노튜브(CNT) 섬유와 맥신(MXene)을 결합해 전자파 차폐와 적외선 스텔스(적외선 방출을 줄여 열화상 탐지를 피하는 기능)를 동시에 구현한 고강도 초박막 복합소재 필름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대 무기체계와 첨단 전자기기가 고도화되면서 적외선 탐지와 전자파 위협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가볍고 유연한 차폐 소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금속 소재는 무겁고 부식에 약한 데다 유연성이 떨어진다. 대안으로 꼽혀 온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가볍고 강하며 전자파 차폐 성능이 우수하지만, 실 형태여서 넓은 면적의 필름으로 만들기 어렵고 적외선 방출이 많다. 반대로 전기가 잘 통하는 2차원 나노소재인 맥신은 적외선 방출이 적어 스텔스 소재로 쓸 수 있지만 기계적 강도와 장기 안정성이 부족했다.

탄소나노튜브는 '벽돌', 맥신은 '시멘트'

연구팀은 두 소재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건축물의 '벽돌-시멘트(brick-and-mortar)' 구조에 착안했다. 탄소나노튜브 섬유 표면에 맥신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아민 작용기를 만든 뒤, 섬유를 맥신 용액에 연속적으로 통과시키면서 나란히 감아 필름 형태로 제작했다. 정렬된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벽돌, 섬유 사이를 채운 맥신이 전기가 통하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이 구조는 섬유 사이의 미끄러짐을 억제해 필름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필름 전체에 끊김 없이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어 전자파 차폐 성능을 끌어올린다. 표면을 덮은 맥신은 적외선 방출을 줄여 열화상 카메라 같은 적외선 탐지 장비에 노출되는 정도를 낮춘다. 연구원이 공개한 열화상 측정 이미지에서도 항공기 모형 가운데 하이브리드 필름을 덮은 부위만 온도가 낮게 표시돼, 일반 탄소나노튜브 필름을 덮은 부위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7.5㎛ 두께로 차폐 90dB…강철에 버금가는 강도

개발된 필름의 두께는 17.5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통신·레이더 대역에서 입사하는 전자파의 99.9999999% 이상을 차단하는 약 90데시벨(dB)의 차폐 성능을 나타냈다. 인장강도(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세기)는 1.02기가파스칼(GPa)로 고강도 강철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기존 맥신 필름과 비교하면 고온·다습한 환경과 반복적인 변형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연속 공정 기반으로 필름을 만들 수 있어 향후 대면적 생산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구팀은 핵심 기술의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며, 필름 대면적화와 실제 부품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요소기술인 탄소나노튜브 섬유 생산 기술은 두 건의 기술이전이 진행되고 있다. 활용처로는 전투기·무인기·드론 등 무기체계의 생존성 향상과 항공우주 전자장비 보호, 5G·6G 통신기기와 웨어러블 기기,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차세대 전자제품의 전자파 차폐 소재가 꼽힌다.

김태훈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의 핵심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나노소재를 벽돌과 시멘트처럼 결합해 각 소재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것"이라며 "미래 무기체계와 항공우주 분야는 물론 차세대 통신기기와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전자파 문제를 해결하는 다기능 소재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연구단 사업(전자파솔루션융합연구단)과 한국연구재단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복합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 하이브리드 머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8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자료: 한국재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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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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