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수소시설 고압설비 지하로…건설연, 3단계 방호기술 개발

도심 수소시설의 고압설비를 지하에 넣어 좁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사고 피해까지 줄이는 방호기술이 현장 검증 단계에 들어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수소 생산·충전시설의 주요 고압설비를 지하 방호공간에 배치하고 지상 운영시설과 연결하는 ‘지상–지하 입체화 방호구조 안전성 설계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평택 테스트베드에 적용해 현장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핵심은 수소 압축·저장설비를 단순히 지하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누출 감지, 사고 차단, 강제환기, 폭발 피해 저감, 실시간 안전관리를 하나의 체계로 묶은 점이다. 안전체계는 사고가 나기 전 막는 ‘예방’,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영향을 줄이는 ‘피해 저감’,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조치하는 ‘실시간 대응’의 3단계로 구성됐다.
수소가 새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밸브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설비를 정지시킨다. 동시에 강제환기를 가동해 지하공간에 모인 수소를 밖으로 내보낸다. 지반과 지하구조물, 방호시설은 충격과 파편을 견디도록 설계했으며, 방산구는 폭발압력을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안전한 방향으로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수소의 물리적 특성에 있다. 수소는 공기 중 체적농도가 약 4~75%일 때 연소할 수 있고, 불이 붙는 데 필요한 최소점화에너지가 약 0.019밀리줄로 낮다. 작은 점화원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기보다 가벼워 밀폐된 지하공간의 위쪽에 쌓이기 때문에 상부에서 신속하게 배기하고 누출 직후 공급을 차단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연구원이 수치해석과 누출·화재·폭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방호기술을 적용하면 구조물 파괴와 파편 발생 등을 합친 종합위험도가 5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 수치는 실험과 해석에 따른 평가 결과로, 장기간 실제 시설을 운전해 확인한 성능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선 연구에서는 고압설비를 지하에 배치할 경우 지상 설치 방식보다 필요한 면적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폭발 때 압력을 빼내는 방산구를 최적화하면 폭발압력이 70%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23년 논문에서 지하공간의 수소 누출 상황을 8개 조건으로 나눠 각각 180분 동안 전산해석하며 환기 조건에 따른 확산 양상을 살폈다.
부지 절감은 수소시설을 도심에 배치할 때 의미가 있다. 생산·충전설비를 모두 지상에 펼쳐 놓는 대신 위험도가 높은 장치를 지하 방호공간에 모으면 같은 땅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호와 환기기술은 지하화로 생길 수 있는 밀폐공간의 위험을 관리하는 기반이 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건설연 주요사업 ‘수소도시 기반시설의 안전 및 수용성 확보기술 개발’의 하나로 추진됐다. 연구기간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수소 시범도시 3곳이 선정된 뒤 9개 지방자치단체가 수소도시 사업을 추진했으며, 2025년 신규 사업에는 국비 200억원이 지원됐다.
제도상 수소법에 따른 기본계획에는 수소 생산시설과 연료공급시설의 설치계획, 수소의 안전한 활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고압가스와 관련된 안전사항에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이 우선 적용된다. 새로운 지하 방호시설이 실제 도시에 들어서려면 기술 성능뿐 아니라 기존 안전제도와 연결되는 설계기준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건설연은 평택에서 확보할 실증자료를 규제샌드박스 안전기준과 국가건설기준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기술은 상용시설 적용을 마친 단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안전성과 운용방식을 검증하고 제도화 근거를 쌓아가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자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유체기계학회, 국제차세대융합기술학회, 국토교통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