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 다녀온 ‘마네킹 쌍둥이’…방사선 조끼, 1972년형 태양폭풍 가정서 유효선량 60.7%↓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7 15:26
아르테미스 1호 실측으로 모델 검증…전신 여성 모델은 58.2%, 고에너지 1989년형 사건에서는 36.9% 감소
[기획] 달 다녀온 ‘마네킹 쌍둥이’…방사선 조끼, 1972년형 태양폭풍 가정서 유효선량 60.7%↓
NASA 아르테미스 1호에 실린 방사선 차폐조끼 '아스트로라드 베스트'(스템래드·록히드마틴 제작)· (사진 출처=NASA)

달로 향하는 우주선 안에서 1ℓ 생수 26병과 맞먹는 질량의 조끼를 입는다면 방사선을 얼마나 피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의 뼈와 장기를 본뜬 두 마네킹이 달을 다녀왔다. 조하르는 조끼를 입었고, 헬가는 입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조끼가 실제 태양폭풍 속에서 피폭량의 60.7%를 줄였다는 뜻은 아니다. 아르테미스 1호가 비행하는 동안 중대한 태양입자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60.7%는 비행 측정자료로 검증한 컴퓨터 모델에 1972년 8월의 태양폭풍을 입력해 계산한 여성 몸통 모델의 NASA 방식 유효선량 감소율이다.

조끼를 입은 조하르와 입지 않은 헬가

실험은 2022년 11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25.5일간 비행한 무인 아르테미스 1호에서 진행됐다. 성인 여성의 뼈·연조직·장기를 모사한 길이 95㎝의 몸통 팬텀 두 개가 오리온 우주선에 실렸다. 조끼를 입은 조하르는 3번 좌석, 입지 않은 헬가는 4번 좌석에 설치됐다. 연구결과는 2025년 7월 25일 투고돼 2026년 7월 8일 채택됐으며 8월 12일 발표됐다.

두 팬텀의 몸은 각각 25㎜ 두께 단면 38개로 구성됐다. 몸을 2.5㎝ 간격으로 나눈 뒤 그 사이에 수천 개의 수동선량계를 넣어 방사선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살피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CT 촬영자료를 바탕으로 261개 해부구조와 22개 조직 유형을 표시한 XCAT 디지털 모델도 만들었다. 실제 인체를 직접 실험할 수 없는 심우주 환경에서 장기별 피폭 지도를 얻기 위한 대리 신체인 셈이다.

조하르가 입은 AstroRad의 중심 차폐재는 납이 아니라 수소가 많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었다. 수천 개의 육각형 막대를 비늘처럼 이어 만들었고, 두께는 부위에 따라 13∼65㎜였다. 비행품의 질량은 약 26㎏이었다. 적색골수·대장·폐·위·유방·난소 주변에 차폐재를 집중해 온몸을 똑같이 덮기보다 민감한 몸통 장기를 우선 보호하도록 설계했다.

미세중력에서는 조끼가 아래로 누르는 무게감은 사라진다. 그러나 질량과 관성은 없어지지 않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멈출 때 26㎏을 그대로 다뤄야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예비자료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제시된 과제의 약 75%를 수행했고 엉덩이·어깨·목의 움직임 제한을 보고했다. 다만 정확한 과제 수와 동료심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착용성을 확정하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실측된 25.8%와 계산된 60.7%는 다른 결과

아르테미스 1호에서는 태양입자사건(SPE·태양이 고에너지 입자를 대량 방출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신 우주선이 내측 밴앨런대, 즉 지구 주변의 방사선대를 지날 때 능동선량계가 기록한 값으로 GEANT4 10.7.3·QBBC 방사선 수송모델을 검증했다. 모델과 검출기군의 평균 편차는 −11.4%∼+2.0%, 상관계수는 0.974∼0.993이었다. 전체 검출기 평균 편차는 −4.7%였지만 개별 검출기의 절대편차는 최대 29.5%에 달했다.

이 모델로 재구성한 밴앨런대 통과 유효선량은 조끼를 입지 않은 경우 1.61±0.005mSv, 입은 경우 1.19±0.006mSv로 25.8±0.4% 감소했다. 하지만 이 숫자도 조끼만의 순수한 효과는 아니다. 조하르와 헬가가 서로 다른 좌석에 있었고, 중앙부의 알루미늄 등가 차폐량도 각각 24.40g/㎠와 24.84g/㎠로 달랐다. 논문 역시 헬가를 조하르의 정확한 실험 대조군으로 보지 않았다.

연구진은 검증한 모델의 입력 방사선장을 1972년 8월과 1989년 10월의 역사적 SPE 스펙트럼으로 바꿨다. 스펙트럼은 입자 에너지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나타낸다. 두 모델이 같은 우주선 차폐 분포를 경험하도록 좌석별 방향 자료를 합쳤으며, 승무원이 폭풍 내내 한 자세로 고정돼 있지 않는다는 가정도 적용했다.

1972년형 SPE를 넣었을 때 여성 몸통 모델의 NASA 방식 유효선량은 조끼 없이 222.3mSv, 조끼를 입으면 87.5mSv로 계산됐다. 감소량은 134.8mSv, 감소율은 60.7%였다. 유효선량은 장기별 선량에 방사선의 종류와 조직의 민감도를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하는 위험 대리지표다. 센서 하나가 받은 흡수선량도 아니고, 암 발생률이 60.7% 줄었다는 뜻도 아니다.

유방 75.0%, 뇌 3.1%…효과는 장기와 폭풍에 따라 달랐다

같은 1972년형 몸통 모델에서도 보호 효과는 균일하지 않았다. 조끼가 집중적으로 덮은 유방의 선량은 75.0%, 위는 66.5%, 대장은 65.3%, 폐는 61.4%, 골반·요추 적색골수는 57.5% 감소했다. 반면 보호 중심에서 벗어난 갑상선은 30.5%, 눈은 3.8%, 뇌는 3.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유효선량 60.7% 감소와 뇌 3.1% 감소는 동시에 참이다. 이 조끼는 전신을 같은 비율로 차단하는 갑옷이 아니라 몸통의 민감 장기에 방패를 집중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키 163㎝·질량 62.0㎏인 성인 여성 전신 XCAT 모델에서는 1972년형 SPE 유효선량이 204.2mSv에서 85.3mSv로 58.2% 감소했다. 줄어든 118.9mSv는 세계 평균 자연방사선 연 2.4mSv의 약 50년분과 숫자상 비슷하다. 다만 수시간∼수일에 집중되는 태양폭풍 피폭과 수십 년에 걸쳐 분산되는 지상 피폭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노출이 아니다.

더 높은 에너지 입자가 많은 1989년형 사건에서는 효과가 낮아졌다. 몸통 모델은 233.5mSv에서 143.6mSv로 38.5%, 전신 여성 모델은 219.0mSv에서 138.2mSv로 36.9% 감소했다. 같은 조끼라도 입자의 에너지 분포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는 뜻이다. 60.7%·58.2%·38.5%·36.9%에는 별도의 불확실성 범위도 제시되지 않아 모두 점추정치로 읽어야 한다.

재료의 총량뿐 아니라 배치도 중요했다. 같은 26㎏의 HDPE를 손·발·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16.4㎜ 두께로 균일하게 입힌 가상 보호복과 비교하면 장기 집중형 조끼의 유효선량 감소 성능이 약 30% 높았다. 이는 실제 보호복끼리 벌인 비교시험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결과이며, 30%포인트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피소를 대신하지 않는 다층 방어 수단

이 결과에는 여러 한계가 겹친다. 조끼와 팬텀은 각각 하나뿐이었고, 수천 개 센서는 생물학적 표본이 아니라 측정 지점이다. 우주선 외피는 알루미늄·폴리에틸렌 혼합 구면껍질로 단순화됐고 일부 화물과 비구조물도 생략됐다. 전신 계산 역시 한 체형과 기준 무중력 자세만 사용했다. 조끼도 조하르의 체형에 맞춘 주문품이어서 다른 체형·성별·자세로 결과를 곧바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상업적 이해관계도 공개됐다. 제1저자 조던 M. 후리와 교신저자 오렌 밀스타인을 포함한 연구진 일부는 제조사 스템래드 직원이었다. 밀스타인은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이며 소수지분 보유자이고, 관련 특허 발명자에도 포함됐다. 스템래드는 이스라엘우주국 계약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발표 후 열흘이 지난 2026년 8월 22일 현재 독립 비행 재현이나 직접 학술 반박, 정정·철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반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검증할 시간이 짧았다는 의미다.

AstroRad는 은하우주선 전체에 대한 해법도 아니다. 아르테미스 1호의 전체 노출은 은하우주선이 지배했고, 차폐 위치에 따른 흡수선량 차이는 작았다. 우주선 내부 대피소를 대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조끼의 현실적인 역할은 태양폭풍 때 대피소 밖에서 긴급 작업을 해야 하는 승무원을 위한 보완적 방어층에 가깝다. NASA의 현행 경력 유효선량 600mSv 미만과 사건당 SPE 250mSv 미만 기준도 무위험선이 아니라 임무 설계·관리 한도다.

국내에서 같은 형태의 착용식 조끼를 심우주 비행으로 검증했다는 공개 1차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천문연구원은 저궤도 방사선 측정기 LEO-DOS를 33개월간 운용했고, 달 남극의 방사선 에너지 분포와 시간 변화를 측정할 LVRAD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도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과 수소 함량이 높은 복합 차폐재를 연구했다. 이번 마네킹 실험이 보여준 핵심은 하나의 60.7%가 아니라 실제 계측, 인체 모델, 입자 에너지, 장기별 보호와 착용성을 함께 검증해야 심우주 방사선 방어의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 독일항공우주센터·미국항공우주국·이스라엘우주국·스템래드·록히드마틴·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우주항공청·한국천문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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