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약 1000만 기압·7300 K, 다이아몬드는 ‘중간 고체상’ 없이 녹았다

종이 한 장이나 굵은 머리카락 정도로 얇은 다이아몬드에 시속 약 8만8200㎞의 충격파를 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충격파가 두께 100㎛의 시료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나노초다. 미국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연구진은 이 찰나에 약 1나노초짜리 X선을 비춰 다이아몬드의 원자배열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약 1000만 기압과 7300K 부근에서 남아 있던 고체는 입방 다이아몬드 구조를 유지했고, 그 양이 줄어들다 결국 회절 신호가 사라졌다.
7300K는 섭씨 약 7027도다. 태양 명목 유효온도 5772K보다 약 1500K, 절대온도 기준으로는 26% 높다. 압력 1TPa(테라파스칼)는 약 987만 표준대기압이며 정확히는 1000만bar다. 이를 1㎟ 면적에 가한다고 계산하면 약 102t짜리 물체가 누르는 힘에 해당한다. 연구진이 이런 극한 조건에서 얻은 결론은 ‘모든 탄소가 1TPa에서 항상 액체다’가 아니다. 나노초 단일충격이라는 특정 경로에서 검출 가능한 중간 고체상 없이 다이아몬드가 녹았다는 증거다.
‘곧바로 녹았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이번에 관찰된 경로는 ‘입방 다이아몬드 → 입방 다이아몬드와 액체의 공존 → 액체’다. 압력을 가한 순간 시료 전체가 한꺼번에 녹았다는 뜻이 아니다. 다상 모델에서 고체분율은 655GPa·약 7571K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1054GPa·약 7149K에서 0이 된다. 따라서 연구진이 제시한 고체·액체 공존구간은 655∼1054GPa 전체다.
기사에서 대표 조건으로 쓰이는 약 1TPa·7300K도 한 차례 실험에서 정확히 포착한 상전이점이 아니다. 감쇠충격 7회를 평균화한 대표점은 997.11GPa·7289.94K였고, 온도의 실험 간 표준편차는 85.21K였다. 이와 별도로 모델이 계산한 1TPa 용융선은 1000.77GPa·7217.56K다. 실험 평균과 모델값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이 결과는 2008년 제기된 다이아몬드–BC8–액체 삼중점 해석과 충돌한다. BC8은 다이아몬드보다 높은 압력에서 안정할 것으로 예측된 탄소 결정구조다. 당시 연구는 약 850∼880GPa에서 나타난 압축률과 충격속도 변화를 근거로 삼중점을 추론했지만, BC8의 원자배열을 X선으로 직접 관측하지는 않았다. 반면 2021년 완만한 램프 압축에서는 다이아몬드 구조가 약 2TPa까지 준안정 상태로 남았다. 같은 탄소라도 한 번 세게 때리는지, 두 번 충격을 주는지, 천천히 누르는지에 따라 강한 공유결합을 끊고 원자를 재배열할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모델상 1TPa에서 액체 탄소의 밀도는 약 7.030g/㎤, 고체는 약 6.833g/㎤다. 액체가 약 2.9% 더 조밀하다. 충분히 큰 고체 조각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다이아몬드가 자기 용융액 위에 얼음처럼 뜰 수 있다는 비유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모델 밀도를 이용한 설명이며 부력을 직접 측정한 실험은 아니다.
4나노초 안에서 구조·빛·속도를 함께 읽다
시료는 지름 약 2㎜, 두께 약 100㎛의 미세결정 화학기상증착(CVD) 다이아몬드였다. 정상충격 실험은 로체스터대 레이저에너지연구소의 OMEGA EP에서, 감쇠충격 실험은 OMEGA 60과 OMEGA EP에서 이뤄졌다. 정상충격 12회와 감쇠충격 7회를 합쳐 총 19회였으며, 정상충격 가운데 압력과 온도를 함께 산출한 실험은 9회였다.
연구진은 충격속도계(VISAR), 스트리크 광학 고온계(SOP), 분말 X선 회절(XRD)을 결합했다. 정상충격에는 파장 351㎚, 약 10나노초, 2000∼5500J의 레이저를 사용했다. 결정구조를 확인하는 X선 섬광은 약 1나노초 동안 지속됐다. 다만 19회 모두에서 회절·온도·반사율을 동시에 얻은 것은 아니다.
충격속도가 약 21㎞/s에서 24㎞/s로 높아지는 범위 전체에서 다이아몬드 회절선의 강도는 약 10분의 1로 감소했다. 동시에 온도와 반사율도 용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했고, 더 강한 충격에서는 회절선이 사라졌다. 정상충격에서 압력과 온도를 함께 구한 범위는 656±32∼1269±20GPa, 7160±358∼11999±600K였다. 최고값인 1269GPa·11999K는 이미 고온 액체영역의 측정점이지 다이아몬드의 용융점이 아니다.
측정에는 모델과 가정도 들어간다. 압력은 VISAR로 측정한 충격속도를 다상 위고니오 관계에 넣어 환산했다. 온도는 회색체 가정과 ‘방사율=1−반사율’, 석영 기준물질 보정에 의존했다. 액체 탄소의 약한 확산산란도 배경에서 선명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용융 판정은 액체 원자구조를 직접 촬영한 결과가 아니라 고체 회절선의 감소·소실, 온도와 반사율 변화, 자유표면 신호, 다상 모델을 종합한 해석이다.
BC8은 없었나…한 개의 회절 피크가 남긴 한계
압축된 시료에서 명확히 추적된 회절 피크는 사실상 하나였다. 이를 다이아몬드의 (111) 피크로 해석하면 한 실험의 밀도는 6.677g/㎤가 된다. 같은 피크를 BC8의 112 또는 002로 배정하면 각각 4.722g/㎤와 8.674g/㎤로 계산돼 기존 충격압축 밀도와 약 30% 어긋난다. 같은 밀도의 BC8이라면 약 48도에서 나타나야 할 추가 피크도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남은 고체를 입방 다이아몬드로 판단한 근거다.
그렇다고 BC8의 존재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결정립이 충분히 크다면 시료의 약 1%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크기가 1㎚ 미만인 극미세 BC8은 회절선이 5∼10도 이상 퍼져 배경에 묻힐 수 있다. 결론은 ‘BC8이 없다’가 아니라 ‘이번 미세결정 CVD 다이아몬드의 나노초 단일충격 경로에서 검출 가능한 BC8이 나타나지 않았다’다.
다른 압축 경로에서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2023년 계산은 584GPa의 첫 충격 뒤 두 번째 충격을 가하면 과냉각 액체에서 약 1나노초 만에 BC8이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24년 LLNL 관련 연구진의 계산은 그 구체적 경로를 재현하지 못하고 계산법의 인공효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별도의 이중충격 경로에서는 BC8 합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아직은 계산연구 사이의 논쟁이며 실험 검증이 필요하다.
핵융합 ‘3배’와 행성의 다이아몬드 비는 입증하지 않았다
보충자료는 핵융합 설계에 미칠 가능성도 다뤘다. 첫 충격을 낮춰 중수소·삼중수소(DT) 연료의 엔트로피를 약 13% 줄일 가능성과, 별도 스케일링에서 비행 중 애디아뱃(연료가 얼마나 압축하기 어려운 상태인지 나타내는 척도)이 10% 낮아질 때 핵융합 방출에너지가 약 3배가 될 수 있다는 조건부 1차원 계산을 제시했다. 이는 이번 실험에서 핵융합 출력이 3배로 증가했다는 뜻이 아니다. 천왕성이나 해왕성의 다이아몬드 비를 직접 입증한 결과도 아니다.
2026년 샌디아국립연구소와 워싱턴주립대의 별도 실험은 단결정·다결정 다이아몬드의 용융 시작을 약 690GPa에서 확인하고 최고 870GPa까지 측정해 이번 연구의 시작 압력을 대체로 지지했다. 그러나 XRD를 사용하지 않아 1TPa 직접용융이나 BC8 부재를 재현한 실험은 아니다. 2026년 8월 22일 현재 동일한 XRD·속도계·고온계 조합을 이용한 독립적인 1TPa 재현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저자 김용재 연구원은 실험 설계와 수행에 참여했다. 김 연구원은 2014년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19년 LLNL에 합류했다. 국내에서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과 유럽 XFEL을 결합해 물을 2GPa 이상으로 압축한 연구가 수행됐지만, 압력과 펄스, 시료, 진단체계가 이번 실험과 크게 다르다. 국내 연구진이 순수 탄소를 1TPa 단일충격으로 압축해 같은 진단 조합을 재현했다는 근거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하나의 새로운 숫자보다 경로의 중요성이다. 탄소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세게 누르고 얼마나 뜨겁게 했는가만이 아니다. 원자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는지, 압력이 어떤 순서와 속도로 올라갔는지도 함께 묻지 않으면 극한 상태의 물질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자료: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로체스터대 레이저에너지연구소, 샌디아국립연구소, 워싱턴주립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양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