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물을 가두면 30일 관찰, 빼면 30~60분 농축…아밀로이드 실험의 두 얼굴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1 08:10
국내 공동연구팀, 미세물방울의 수분 손실을 조절해 장기 응집 분석과 고밀도 클러스터 제작을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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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Rauhtopaz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포도를 마르지 않게 보관하면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오래 지켜볼 수 있고, 물을 빼면 작고 조밀한 건포도가 된다. 국내 기관 중심 공동연구팀은 이처럼 미세물방울에서 빠져나가는 물을 조절해 아밀로이드 실험의 시간표를 두 방향으로 바꿨다. 물을 가둔 조건에서는 단백질 응집을 최대 30일 관찰했고, 반대로 물을 빼는 조건에서는 이미 배양된 물방울 내용물을 30~60분 동안 탈수·농축해 미세물방울 유래 아밀로이드 클러스터(MDAC)로 만들었다. 아밀로이드를 처음부터 1시간 만에 생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시험관에서 드러난 분자 복불복

2026년 8월 12일 온라인 공개된 연구의 핵심은 새로운 치료물질이 아니라 미세물방울의 수분 유출을 실험변수로 바꾼 방법론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물방울을 공기가 거의 남지 않도록 미세튜브에 채우고 파라필름으로 밀봉한 뒤 60℃에서 배양했다. 이렇게 물방울 크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같은 조건의 물방울 집단에서 매일 약 2µL씩 표본을 꺼내 최대 30일 동안 현미경으로 측정했다. 물방울 하나를 30일 내내 연속 촬영한 실험은 아니다.

장기 관찰의 주모델은 알츠하이머병 단백질이 아니라 닭 흰자 라이소자임(HEWL)이었다. 연구팀은 HEWL을 pH 2, 60℃에서 1·5·10%(w/v) 농도로 시험했다. 지름 69µm와 117µm 물방울은 각각 0.069mm와 0.117mm로, 1mm 눈금의 약 14분의 1과 9분의 1 크기다. 이 작은 공간에서 단백질이 처음 뭉쳐 이후 성장을 이끌 씨앗을 만드는 핵생성과, 눈에 띄는 성장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지연시간을 구분해 살폈다.

5% HEWL의 평균 지연시간은 지름 69µm 물방울에서 9.77일, 117µm 물방울에서 8.75일이었다. 물방울로 나누지 않은 벌크 용액은 4.48일이었다. 공간을 작게 만들면 반응이 무조건 빨라질 것이라는 직관과 달리, 이번의 크기 안정화 조건에서는 작은 물방울일수록 응집이 더 늦었다. 특히 조건당 분석한 69µm 물방울 100개 가운데 14%는 30일 뒤에도 성장기에 진입하지 않았다. 벌크 용액의 평균값만 봤다면 가려졌을 물방울별 확률적 편차다.

다만 이 결과를 작은 물방울의 보편적 법칙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2011년 연구에서는 물방울이 작을수록 첫 핵생성 기회가 줄어 평균 지연시간이 길어졌지만, 이번 연구진 일부가 참여한 2022년 실험에서는 작은 물방울의 지연시간이 오히려 짧았다. 당시에는 147.9~260.1nL의 길쭉한 물방울에서 비대칭 증발과 모서리 농축이 관찰됐다. 부피와 형상, 증발, 대류, 계면 조건에 따라 크기 효과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수분 스위치를 반대로 돌리자 생긴 고밀도 클러스터

연구팀은 장기 관찰과 반대 방향의 실험도 했다. 물방울 현탁액 10µL와 Novec 7500 불소계 오일 120µL를 열린 96웰 플레이트에 놓고 60℃에서 30~60분 가열해 물을 빠르게 빼냈다. 밀봉 미세튜브로 물을 보존했던 장기 실험과 달리, 열린 플레이트에서는 수분 손실을 적극적으로 촉진한 것이다. 두 기능은 물방울 생성법을 공유하는 하나의 미세물방울 플랫폼과 워크플로에 속하지만 배양 용기는 서로 다르다.

탈수 대상은 이미 배양된 단백질과 응집체였다. 응집이 진행된 물방울에서는 계면에 형성된 섬유망이 껍질처럼 작용해, 물이 빠질수록 표면이 좌굴하고 주름지는 형태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현미경과 원자힘현미경(AFM),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을 토대로 제시한 기계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타우 유래 6개 아미노산 펩타이드 AcPHF6뿐 아니라 타우 절편 K18과 Aβ42도 MDAC 형태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K18과 Aβ42는 각각 24시간 배양한 뒤 형태를 비교한 보충실험이었다.

연구팀은 이 조밀한 클러스터에 탄닌산을 처리하며 시험재료로서의 가능성도 살폈다. 벌크에서는 0~50µM을 시험했고, 50µM에서 ThT 형광 감소가 포화에 접근하며 AFM상 섬유가 크게 줄었다. MDAC에서는 0·10·50·500·5,000µM을 비교했다. 500µM에서 ThT 형광이 빠르게 감소해도 밝은시야 영상에서는 덩어리 형태가 상당 부분 남았고, 5,000µM에서는 심한 변형과 위성 입자가 관찰됐다. ThT 형광은 아밀로이드 섬유 신호를 읽는 방법이지만 물리적 섬유량과 완전히 같지 않으며, 탄닌산이 형광 측정 자체를 방해할 수도 있다. 불이 꺼졌다고 건물이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다.

치료 성과가 아닌 실험 플랫폼…재현성과 생리조건이 과제

가장 큰 주의점은 30일 주실험이 사람의 뇌 환경을 재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HEWL을 pH 2·60℃에서 응집시킨 조건은 사람 뇌의 온도와 pH, 세포환경과 거리가 멀다. MDAC 역시 실제 뇌 침착물에 포함될 수 있는 지질, 핵산, 세포 잔해, 세포외기질, 염증세포와 질환 특이적 번역후수식을 갖춘 복제품이 아니다. K18 실험에는 응집유도제인 헤파린도 들어갔다. 따라서 실제 알츠하이머 플라크나 신경섬유 엉킴을 재현했거나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통계적 독립성도 남은 문제다. 조건당 n=100은 독립 제조배치나 독립실험 100회가 아니라 분석한 물방울 100개를 뜻한다. 독립적인 단백질 배치와 칩 제조, 실험일 반복 횟수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세포시험도 SH-SY5Y 신경모세포종 세포주에 AcPHF6를 200µg/mL로 24시간 노출한 조건이며, 조건당 10개는 생물학적 독립반복이 아닌 기술반복이었다.

영장류시험은 8세·3.4kg의 암컷 게잡이원숭이 한 마리에서 수행한 탐색시험이었다. 왼쪽 뇌에는 MDAC, 오른쪽에는 용매를 넣어 비교했고 주입 후 103일까지 관찰했다. CA1에서는 인산화 타우 표지인 AT8과 미세아교세포 표지인 IBA1이 증가했지만, 치아이랑에서는 두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뉴런·성상교세포·시냅스 표지 변화도 뚜렷하지 않았고, 투여 후 6일과 99일 PET에서는 주입 부위의 국소 타우 추적자 핫스폿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 동물의 절편과 영상 반복에서 나온 작은 P값은 동물 수준의 재현성을 입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기 응집 동역학을 물방울별로 읽고, 이미 배양된 내용물을 짧은 탈수 단계로 조밀한 시험재료로 전환했다는 연결 자체에는 방법론적 의미가 있다. 논문이 비교한 선행사례의 관찰시간은 2.5분에서 76시간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같은 조건의 물방울 집단을 최대 30일까지 살폈다. 앞으로 약물 스크리닝 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따지려면 독립 배치와 생물학적 반복을 갖춘 재현 실험, 생리조건에 가까운 질병 모델 검증이 필요하다. 2026년 8월 21일 확인 범위에서는 독립 재현 여부를 판단할 자료가 아직 없으며, 별도 원자료·코드 저장소도 공개되지 않았다.

자료: 고려대학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세대학교, 건양대학교, 한국교통대학교, 한국원자력의학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테라사키생명의학혁신연구소, 보건복지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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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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