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둥 458번을 포갠 4㎞ 광섬유…캠퍼스 지하 취약대 4곳을 그리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8.23 08:29
통신선을 2,137개 진동 채널로 바꾼 ‘천둥 지진파’ 지질 영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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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OAA Photo Library; OAR/ERL/NSSL / C. Clark, Public Domain)

400m 트랙 10바퀴 길이의 통신선이 땅속 청진기로 바뀌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캠퍼스에 묻힌 약 4㎞ 광섬유로 천둥이 땅을 흔드는 순간을 모아 지하 약 100m까지의 구조를 계산하고, 주변보다 지진파 속도가 느린 취약대 4곳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싱크홀이나 동굴 4개를 직접 발견했다는 뜻이 아니다. 균열이나 풍화암, 퇴적물, 유체 등이 뒤섞인 저속도 구역을 속도 지도로 찾아낸 결과다.

연구진은 기존 통신 광섬유를 따라 2m 간격으로 2,137개 측정 채널을 구성했다. 실제 지진계 2,137대를 묻은 것이 아니라, 광섬유 분산음향센싱(DAS·한 가닥의 케이블을 따라 여러 지점의 미세한 변형을 연속 측정하는 기술)으로 케이블 축 방향의 늘어남과 줄어듦을 읽었다. 논문은 2026년 8월 21일 게재됐다.

번개가 공기를 때리고, 천둥이 땅을 흔들었다

천둥 지진파는 단층이 파열하면서 발생하는 지진이 아니다. 번개가 공기를 급격히 가열하고 팽창시키면 천둥 충격파가 생긴다. 이 가운데 일부가 지면과 결합하면 레일리파(지표 부근을 따라 퍼지며 땅을 흔드는 탄성파) 등으로 바뀐다. 지형과 도시 구조물에 따라 러브파와 산란파도 국지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짧은 지반 진동을 지하를 살피는 자연 진원으로 이용했다.

문제는 천둥을 실험실 장비처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발생 위치와 높이, 세기와 이동 경로가 제각각이고 비와 도시소음, 건물과 지형도 파형을 바꾼다. 사건당 쓸 만한 표면파 열차도 강한 충격 뒤 약 1∼2초 이어지는 정도였다. 연구진이 천둥 한 번으로 영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약 2.5년의 연속 기록에서 고품질 사건 458건을 수작업으로 골라야 했던 이유다. 이 사건들은 바이살라가 운영하는 번개망 자료의 발생 시각과 위치, 피크전류와 대조해 확인했다.

1∼2초 흔적 14만여 개를 309개 가상송신점으로

분석 과정은 희미한 사진 여러 장을 포개 윤곽을 살리는 작업과 닮았다. 연구진은 시기에 따라 250 또는 500㎐로 기록된 자료 가운데 500㎐ 자료를 250㎐로 낮췄다. 이어 0.1∼50㎐ 대역과 450∼2,100m/s 속도 범위의 파동을 남겼다. 주파수 성분을 고르게 만드는 스펙트럼 백색화와 진폭을 ±1로 바꾸는 원비트 정규화도 수행했다.

그다음 60개 채널, 곧 120m 구간을 하나의 가상송신원으로 묶었다. 458건과 309개 지점에서 나온 계산 가능한 약 14만1,000개 가상 기록을 상호상관하고 중첩해 최종 309개 가상송신점 기록으로 압축했다. 여기서 상호상관은 서로 다른 측정 기록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파동의 시간 관계를 찾아내는 계산이다. 수많은 천둥에서 반복되는 지반 반응을 모아 불규칙한 진원의 영향을 줄이려는 절차였다.

연구진은 각 지점에서 분산곡선, 즉 주파수에 따라 표면파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낸 곡선을 구했다. 이를 전단파 속도(Vs·지반의 단단함과 균열 등에 민감한 지진파 속도) 구조로 역산했다. 역산은 관측된 파동과 가장 잘 맞는 지하 속도배치를 거꾸로 찾는 계산이다. 각 곡선에서 500만개 모델을 탐색한 뒤 다시 500만개를 재탐색했고, 이렇게 얻은 309개의 1차원 깊이 모델을 서로 보간했다.

따라서 결과는 지하를 직접 촬영한 완전한 3차원 CT가 아니다. 광섬유를 따라 계산한 309개 세로 방향 모델 사이를 이어 만든 ‘3차원 유사영상’이다. 측정점 사이에서 구조가 연속되는 모습은 관측 그 자체가 아니라 계산으로 채운 결과다.

폭 40∼100m 저속도대 4곳…검증은 절반씩 겹쳤다

영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WZ1부터 WZ4까지 네 저속도 취약대였다. 폭은 약 40∼100m, 시작 깊이는 약 28∼50m였다. 40∼100m는 50m 수영장보다 조금 짧은 규모부터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규모까지다. 영상이 도달한 약 100m는 층고를 3.3m로 잡은 30층 건물을 땅속으로 세운 높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범위 전체가 빈 공동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단파 속도가 느려지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퇴적물과 풍화암, 균열, 유체나 공기가 찬 공간도 저속도 신호를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장 지질을 고려해 네 구역을 카르스트 균열 복합체로 해석했지만, 각 구역의 정체를 시추나 굴착으로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취약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속도 이상대라는 뜻이지 붕괴가 임박했다는 판정이 아니다.

다른 자료와의 비교도 결과를 일부 지지하는 수준이었다. 2017∼2025년 InSAR(위성 레이더로 지표의 미세한 위치 변화를 추적하는 기술) 자료에서는 WZ1과 WZ2 부근에 위성 시선방향의 침하 신호가 나타났지만 WZ3과 WZ4에서는 같은 신호가 없었다. 기존 주변소음 토모그래피도 WZ4와 WZ2 부근의 저속도를 지지했으나 WZ1과 WZ3은 재현하지 못했다.

두 MASW 측선에서 얻은 결과와 B1∼B5 시추자료의 주요 속도 경계도 DAS 모델과 대체로 부합했다. MASW는 지표에 설치한 여러 센서로 표면파를 분석해 지하 전단파 속도를 추정하는 탐사법이다. 다만 핵심 비교 지점은 MASW 측선 중심에서 약 50m 떨어져 있어 같은 위치를 맞대어 검증한 것은 아니었다.

천둥 관측의 ‘최초’가 아니라 지하 영상화의 개념증명

이번 연구의 의의는 천둥 진동을 처음 지진계로 포착했다는 데 있지 않다. 천둥 진동 관측은 적어도 1991년부터 있었고, 같은 연구진도 2019년 30분 동안 18건을 DAS로 포착했다. 연구진과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이번 성과를 ‘천둥 지진파를 이용한 최초의 성공적 지진 영상화’라고 밝혔다. 최초라는 범위는 관측이나 발견이 아니라 영상화에 한정된다.

처리자의 판단이 들어간 부분도 남는다. 458건을 수동 선별했고, 자동으로 찾은 분산곡선 후보 가운데 모드 도약이나 필터 누출을 피하기 위한 최종 선택도 사람이 했다. 초기 역산에서 이상이 나타난 구간은 약 6∼8m 간격으로 더 촘촘히 분석했다. 연구진은 단일 역산 오류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독립 분석자가 같은 선택과 결과를 얻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DAS 자체도 케이블 축 방향 변형에 주로 민감하다. 파동이 들어오는 방향과 케이블 굴곡, 약 1m 깊이 콘크리트 관로 안에서의 결합 상태에 따라 같은 진동도 다르게 기록될 수 있다. 천둥 역시 통제된 진원이 아니어서 이번 현장에서는 약 2.5년에 걸쳐 458건을 모아야 했다. 약 100m라는 깊이도 이 캠퍼스의 지질과 주파수, 광섬유 배열에서 얻은 결과이며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되는 장비 성능값은 아니다.

한국에는 기존 광케이블로 지진과 진동을 관측하는 기반기술과 인공진원을 이용한 지하탐사 사례가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3∼2024년 지중·해저 다크파이버의 진동 센서화 기술을 연구했고, 대전의 광케이블로 51∼201㎞ 떨어진 ML 1.3·1.7·2.2 지진을 관측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에서는 약 250m 측선과 5∼140㎐ 바이브로사이스를 사용해 이미 위치를 아는 터널 주변을 분석했다. 그러나 천둥 지진파 토모그래피의 국내 실증사업이나 상용제품, 공식 정책 채택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천둥이 곧바로 싱크홀 경보기가 된다는 결론이 아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의 짧은 진동과 이미 땅속에 깔린 통신망을 오랜 시간 모으고 계산하면 지하의 속도 이상대를 그리는 자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개념증명이다. 다음 질문은 다른 암종과 기후, 광섬유 포설 조건에서도 같은 깊이와 구조가 재현되는지, 네 취약대의 실제 정체가 무엇인지에 남아 있다.

자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미국과학진흥협회, 바이살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학교, 국토교통부, 국토안전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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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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