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목 림프절보다 먼저 울린 경보…두개골 골수의 ‘면역 초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4 08:05
항원 맞춤형 면역세포를 넣은 생쥐 실험서 48시간 만에 T세포 반응…새 장기·사람 치료로 확대해석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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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Jang Hyun Park et al. / Nature / WashU Medicine, CC BY 4.0)

뇌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면역계는 어디에서 가장 먼저 알아챌까. 흔히 목 깊숙한 곳의 심부경부림프절을 ‘본부’로 떠올리지만, 항원에 맞춘 T세포를 투입한 생쥐에서는 머리뼈 안쪽의 작은 ‘경비실’이 먼저 무전을 받았다. 세포를 주입한 지 48시간 뒤 심부경부림프절의 해당 T세포 수와 활성 지표는 아직 0이었지만, 뒤통수 쪽 두개골 골수에서는 유의한 항원특이 반응이 검출됐다. 다만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사람 뇌 속의 새 면역기관이 아니다. 뇌실질이 아닌 생쥐 두개골 골수에 자리한 림프절 유사 구조, 즉 ‘적응면역 틈새’다.

벽으로만 보였던 머리뼈, 뇌와 이어진 면역 경계

2026년 8월 19일 발표된 이번 연구는 갑자기 등장한 해부학적 발견이라기보다 지난 연구들이 찾아낸 연결고리에 기능을 더한 결과다. 2015년에는 경막 림프관, 2018년에는 두개골 골수와 뇌 표면을 잇는 미세 통로가 보고됐다. 2021년에는 두개골 골수가 수막 면역세포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2022년에는 뇌척수액이 두개골 골수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이 통로를 조직화된 적응면역 반응과 뇌종양 생존에 연결했다는 데 있다.

구조가 관찰된 곳은 생쥐의 후두골과 두정간골 골수다. 건강한 성체뿐 아니라 생후 7일과 1년령 생쥐에서도 확인됐다. 종양이 없던 곳에 새 덩어리를 만든다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면역 구조가 종양 환경에서 활성화되고 확장됐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T세포 교관과 B세포 훈련생이 모인 ‘항체 훈련소’

이 구조에는 항원을 T세포에 보여주는 항원제시세포와 CD4 T세포, B세포가 공간적으로 모여 있었다. 여포보조 T세포(TFH)는 B세포의 반응을 돕는 ‘교관’에 해당한다. 여포수지상세포(FDC)와 배중심 유사 B세포도 확인됐고, CXCL13·BAFF와 CD40L·IL-21·IFN-γ 관련 신호가 나타났다. 배중심(germinal centre)은 활성화된 B세포가 증식하고 표적에 더 잘 맞도록 다듬어지는 림프절 속 훈련장이다.

실제로 B세포 수용체의 클론 증식과 체세포과변이도 검출됐다. 같은 계통의 B세포가 늘어나고 수용체에 작은 변이를 축적하는 과정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두개골·흉골·대퇴골 골수를 유세포분석으로 비교하고, 뼈를 탈회한 뒤 ADAPT-3D 방식으로 투명화해 공초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또 단일세포 RNA와 B세포수용체 시퀀싱으로 개별 세포의 상태와 계통을 분석했다. 다만 논문은 이를 완전한 림프절이나 성숙한 제3차 림프조직, 독립된 새 장기로 규정하지 않고 ‘GC-like’, 즉 배중심 유사 구조라고 표현했다.

종양 발생 이틀 뒤가 아니라, 세포를 넣은 뒤 48시간

조기 경보 실험의 조건은 자연 상태와 거리가 있다. 연구진은 CT2A 교종세포에 HEL과 OVA라는 모형 항원을 발현시킨 CHELLO 세포 10만 개를 생쥐 뇌에 이식했다. 14일 뒤 OVA 전용 OT-II T세포 20만~50만 개와 HEL 전용 MD4 B세포 50만~100만 개를 정맥으로 주입하고, 다시 이틀 뒤 조직을 분석했다. 따라서 ‘종양 발생 이틀 만에 감지했다’고 표현하면 틀린다. 실제 측정 시점은 종양 이식 후 16일째다.

대조 CT2A군 4마리와 CHELLO군 5마리를 비교했을 때, 유의한 항원특이 T세포 반응은 두개골 골수에서만 검출됐다. CHELLO군의 두개골 골수 OT-II 세포는 시료당 32.45~117.57개, 평균 73.64±17.91개였다. ±는 평균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표준오차다. 활성 지표인 CD69 양성률은 평균 60%, CD44 양성률은 평균 80%였지만 개체별 범위는 각각 0~100%, 33.3~100%로 넓었다. 심부경부림프절에서는 이틀째 OT-II 세포 수와 활성률이 모두 0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모든 조직에 주입한 T세포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흉골·경막·비장에서도 이식 세포 자체는 확인됐다.

이때 먼저 나타난 것은 T세포 반응이다. 이틀째 B세포의 배중심 유사 반응은 모든 조직에서 0이었다. 1주 뒤에는 CHELLO군에서 MD4 배중심 유사 B세포가 평균 6.40±1.68%, 범위 0~10%로 나타났다. 모형 항원이 없는 일반 CT2A 종양에서도 두개골 골수의 내인성 배중심 유사 B세포 비율은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절대 수는 늘었다. 군당 5마리에서 대조군은 3201~5254개, 종양군은 4689~7588개였다. 모형 항원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라는 단서인 동시에, 작은 표본에서 얻은 결과라는 한계도 보여준다.

생존은 늘었지만 완치는 아니었다

두개골 골수에서 T세포와 B세포의 상호작용을 막자 생쥐의 중앙생존일은 대조군 29일에서 23일로 짧아졌다. 대조군은 10마리로 생존 범위가 23~34일, CD40L 차단군도 10마리로 19~30일이었다. 반대로 CD40 작용항체 20마이크로그램, IFN-γ 2마이크로그램, IL-21 0.2마이크로그램을 하이드로겔 300마이크로리터에 섞어 두피 밑에 주사한 3제 병용군은 중앙생존일이 32일로 늘었다. 대조군은 5마리에서 26일(23~28일), CD40 단독군은 9마리에서 21일(15~28일), 병용군은 10마리에서 32일(25~38일)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를 치료 성공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병용군도 모두 38일까지 죽었다. CD40 단독군의 중앙값은 대조군보다 짧았지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위해를 단정할 수도 없다. 두피 아래 하이드로겔 역시 발견된 미세 구조만 골라 조절한 것이 아니라 주변 면역세포와 경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두피에 젤을 바르면 뇌종양을 치료한다’는 결론과는 거리가 멀다.

배출경로도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다. AQP4 결손 생쥐에서 두개골 골수로 들어오는 항원과 면역반응이 줄어 뇌척수액·글림프계 배출과 두개골 통로의 관여가 지지됐지만, 전신 확산이나 경막 등 다른 경계조직의 기여까지 배제하지는 못했다. 심부경부 림프 배출을 차단하거나 전형적인 말초 림프기관이 부족한 생쥐에서도 두개골 반응은 남았으나 반응 크기와 생존은 감소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별도 연구에서도 항-CTLA-4 교종 면역치료에 심부경부림프절의 B세포·항체 반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개골 골수가 혼자 작동한다기보다 조기 감지를 맡고 목 림프절과 비장이 후속 반응을 증폭한다는 역할 분담 모델이 더 타당하다.

사람 근거는 더욱 제한적이다. 기존 공개자료에서 교모세포종 환자 8명과 비악성 질환자 5명, 모두 13명의 두개골 골수를 재분석해 희귀한 TFH 유사 전사 신호를 찾았을 뿐이다. 새로 수집한 사람 조직이나 3차원 조직영상, 임상자료는 없으며 생쥐와 같은 배중심 유사 구조도 확인하지 못했다. 기존 인체 연구는 사람 두개골 골수의 T세포·B세포 조직화가 약하고 성숙한 제3차 림프조직의 유전자 특징도 부족하다고 보고했다.

대다수 실험의 표본은 군당 3~10마리였고 사전 검정력 계산과 눈가림도 없었다. 주로 8주령 수컷을 사용했으며, 일부 종양이 연수막을 침범해 항원이 두개골 가까이에 직접 노출됐을 가능성도 남는다. 발표 닷새 뒤인 2026년 8월 24일까지 직접적인 독립 재현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제1저자이자 공동교신저자인 박장현 연구원은 연구 당시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의대 소속이었고, 2026년 가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독립 연구실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과제가 지원됐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사람에게 같은 구조가 있는지, 자연 종양항원에도 같은 반응 순서가 나타나는지, 두피 아래 투여가 안전하고 유효한지다. 이번 결과는 새로운 치료법의 완성이 아니라, 뇌 면역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한 생쥐 기전 연구다.

자료: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의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 한국과학기술원,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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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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