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8.68년마다 한 바퀴…별 S301, 은하 중심 블랙홀의 ‘회전계’가 될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4 07:38 · 수정 2026.09.07 14:41
근일점에서 모델상 광속의 8.3~8.5%…2031년 정밀 관측이 승부처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ESO/D. Ribeiro for the MPE GC team, CC BY 4.0)

별 하나가 지구 둘레를 약 1.6초에 돌 수 있는 속도로 질주한다. 우리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를 도는 별 S301은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근일점에서 모델상 광속의 8.3~8.5%, 초속 2만5000~2만5600km에 이른다. 이 속도를 직선 이동에 단순 적용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약 15초 만에 갈 수 있다. 다만 이 속도는 근일점 부근에서만 나오며 직접 분광기로 잰 값도 아니다. 블랙홀 회전은 아직 측정하지 않았다.

GRAVITY+ 공동연구진이 확정한 S301의 공전주기는 8.68±0.11년이다. 연구진이 신뢰 가능한 궤도로 인정한 궁수자리 A* 주변 별 가운데 가장 짧은 주기다. 이 별이 중요한 이유는 속도 기록 자체보다 블랙홀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느냐에 있다. 가까운 별의 궤도에는 블랙홀의 질량뿐 아니라 회전이 시공간을 비트는 아주 작은 흔적까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전등 사이의 반딧불을 찾아낸 19개 위치

S301은 2023년 봄 궁수자리 A*에서 북서쪽으로 약 15밀리각초 떨어진 곳에서 처음 식별됐다. 연구진은 2024년과 2025년 전용 관측을 더한 뒤 과거 자료를 다시 살폈다. 그 결과 2021년 자료에서 강한 신호를, 2017년 자료에서 약한 흔적을 찾아냈고, 2017~2025년에 확보한 총 19개 천문측정 위치로 궤도를 맞췄다.

관측에는 칠레 파라날천문대의 유럽남방천문대 초대형망원경간섭계와 GRAVITY·GRAVITY+가 쓰였다. 지름 8.2m급 망원경 네 대의 빛을 결합해 약 1.7밀리각초의 영상 분해능을 얻었다. S301은 K밴드 19.3±0.3등급으로 매우 희미하다. 유럽남방천문대의 설명에 따르면 하늘에서 베텔게우스보다 약 20억 배 어둡게 보인다. 밝은 별들과 밝기가 변하는 궁수자리 A* 사이에서 손전등 사이의 반딧불 같은 점광원을 가려내야 했던 셈이다.

연구진은 GRAVITY-RESOLVE라는 베이지안 영상복원 코드를 이용해 새 천체를 찾았다. 베이지안 복원은 관측자료와 사전 정보를 확률적으로 결합해 가장 그럴듯한 영상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두 종류의 점광원 피팅 코드와 전통적인 CLEAN 영상복원도 위치 확인에 동원됐다. 그러나 CLEAN을 이용한 확인은 공개 심사 답변상 주로 2023년 근일점 통과 뒤 자료에 해당한다.

초기 자료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2017년 흔적은 밝은 별 S2 부근에서 얻은 약한 검출이고, 2021년 자료는 관측 당시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아 추가 품질 선별을 거쳤다. 현재 위치오차도 미래 목표인 100마이크로각초와 같지 않다. 영상복원의 픽셀 오차 바닥은 207마이크로각초지만, 공개 심사에서는 실제 자료가 약 300~1000마이크로각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저자들은 통상 0.3밀리각초 미만이라고 답했다. 원시자료와 환원 파이프라인, 영상복원 코드는 공개됐지만 최종 19개 위치의 좌표표는 교신저자에게 요청해야 한다는 재현성 문제도 있다.

113배 넘게 늘어진 ‘바늘 같은 타원’

S301의 궤도는 원과 거리가 멀다. 앞뒤 방향이 다른 두 궤도해의 이심률은 각각 0.9832±0.0010과 0.9824±0.0011이다. S301은 가장 먼 지점과 가장 가까운 지점의 거리 차이가 약 113~118배에 이른다. 멀리서는 느리게 움직이다가 블랙홀 근처에서 급격히 가속하는 거의 바늘 같은 궤도다.

근일점 거리는 블랙홀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즉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계를 나타내는 기준 길이의 136배 또는 142배다. 거리로는 약 17억3000만~18억km, 11.5~12.0AU다. 1AU는 지구와 태양의 평균거리다. 태양과 토성의 평균거리보다 약 20% 큰 반경의 레이스트랙 중심에 태양 약 429만7000개에 해당하는 질량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이 블랙홀 질량과 지구에서 은하 중심까지의 거리 8277파섹, 약 2만7000광년은 이번 연구에서 새로 측정한 값이 아니라 궤도 계산에 넣은 고정값이다.

연구진은 빛이 유한한 속도로 이동해 생기는 뢰머 지연과 1차 포스트뉴턴 슈바르츠실트 세차를 궤도모형에 포함했다. 슈바르츠실트 세차는 블랙홀의 질량 때문에 타원 궤도의 가장 가까운 방향이 한 바퀴마다 조금씩 돌아가는 상대론적 효과다. S301에서는 한 궤도당 약 1.9~2.0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분광자료에서는 S301의 연속광이나 흡수선이 잡히지 않았다. 지구 쪽으로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속도인 시선속도를 알 수 없어, 천구면 앞뒤가 뒤집힌 두 개의 3차원 궤도해가 남았다. 두 해의 적합도는 사실상 같으며 최고속도 2만5000~2만5600km도 이 궤도모형에서 계산한 값이다. 현재 상대론 매개변수는 0.94±0.88로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값 1과 일치하지만 불확도가 너무 커 기존 주력별 S2보다 제약력이 약하다. 새로운 정밀 상대론 검증에 성공한 단계는 아니다.

회전하는 숟가락이 꿀을 끌고 가듯

회전하는 블랙홀은 주변 시공간을 함께 끌고 간다. 회전하는 숟가락이 끈적한 꿀을 끌고 도는 모습과 비슷한 이 현상을 렌즈–시링 효과, 또는 프레임 끌림이라고 한다. 그 결과 별의 근일점 방향과 궤도면이 미세하게 변한다. S301은 S2보다 블랙홀에 약 10배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가까울수록 급격히 강해지는 이 효과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렌즈–시링 효과가 만드는 궤도면 안의 세차는 한 바퀴당 최대 0.11도다. 그러나 이 값은 블랙홀이 최대한 빠르게 회전하고 회전축과 별 궤도의 방향이 유리할 때의 상한이다. 실제 효과는 회전량과 방향에 따라 0에 가까울 수도 있다. 따라서 S301을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궁수자리 A*가 빠르게 회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연구진의 미래 관측 모의실험도 조건부 전망이다. 2026~2035년에 위치를 100마이크로각초, 시선속도를 초속 1km 정밀도로 재고 매년 10회씩 관측하면서 근일점 부근에 10회를 추가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여기에 블랙홀이 최대 회전 상태이고 회전축 방향도 유리하다고 가정했을 때 회전량의 불확도를 0.2 아래로 낮추고, 무회전과 비교해 5시그마를 넘는 검출 가능성이 나왔다. 하지만 100마이크로각초와 초속 1km는 현재 S301에서 달성한 값이 아니라 GRAVITY+와 미래 장비의 목표 정밀도다.

2031년, 회전과 주변 중력을 가려낼 시험대

다음 승부처는 S301이 다시 블랙홀 가까이 달려드는 2031년이다. 근일점 전후에 위치와 시선속도를 촘촘하게 모아야 아주 작은 궤도 비틀림을 포착할 수 있다. 실제 회전이 느리거나 회전축 방향이 불리하다면 10년 안의 검출 유의도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2031년 관측 한 번으로 회전값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궁수자리 A* 주변의 별과 항성질량 블랙홀이다. 이들의 평범한 뉴턴 중력도 S301의 궤도를 흔들어 회전 신호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20태양질량 블랙홀 60개를 넣은 100회 모의실험에서는 궤도면 교란이 한 바퀴당 0.65각분을 중심으로 넓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통의 분포에서는 회전 신호보다 작을 것으로 봤지만, 허용된 질량이 얇은 원반에 몰린 극단적인 경우 뉴턴 세차가 렌즈–시링 효과보다 최대 한 자릿수 배 커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결국 S301만 바라봐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별들의 궤도를 함께 관측해 주변에 퍼진 질량의 중력을 보정하고, 작은 회전 신호를 질량 효과로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2차 포스트뉴턴 모형까지 적용해야 한다. S301은 블랙홀의 회전값을 이미 알려준 별이 아니라, 그 값을 얻기 위한 시계를 훨씬 블랙홀 가까이에 놓아준 별이다. 2031년을 전후한 관측은 그 시계의 미세한 비틀림을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자료: GRAVITY+ 공동연구진, 유럽남방천문대(ESO),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MPE), 한국천문연구원(KASI),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공동연구진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