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CO₂ 65ppm 늘어난 32년, 가뭄 속 C₄ 풀은 왜 28% 많아졌나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7 15:19
크루거 장기 관측과 70개 연구가 드러낸 ‘탄소 비료’의 역설…먹이와 산불 연료 사이, 늘어난 탄소의 행방은 미지수
[기획] CO₂ 65ppm 늘어난 32년, 가뭄 속 C₄ 풀은 왜 28% 많아졌나
연구 관측지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의 우기 직후 초원 풍경.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Bernard DUPONT·CC BY-SA)

공기분자 100만 개 가운데 CO₂가 논문 기준 약 65개 늘어난 한 세대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의 지상부 풀은 모형상 28% 많아졌다. 1989년부터 2021년까지 화재 후 첫해에 남아 있던 풀의 최고기 바이오매스, 즉 연간 지상부 생산량의 대용치가 ㎡당 75.1g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 환산하면 1ha당 마른 풀 약 751kg이고, 105×68m 축구장 한 면에는 약 536kg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공원에 32년간 CO₂를 직접 살포한 실험 결과가 아니다. 연구진이 장기 관측자료에서 강수와 기온, 토양, 화재 등의 영향을 보정한 뒤 남은 시간 추세를 CO₂ 증가 가설로 해석한 결과다.

이미 탄소 펌프가 있는 C₄ 풀의 반전

이번 결과가 뜻밖인 이유는 크루거 사바나를 지배하는 C₄ 식물의 독특한 생리 때문이다. C₄ 식물은 잎 안에서 CO₂를 모으는 ‘내장형 탄소 펌프’를 갖고 있다. 주변 공기의 CO₂가 적어도 광합성 장소에 탄소를 농축할 수 있어, 대기 중 CO₂가 더 늘어날 때 얻는 이득은 C₃ 식물보다 작다는 통념이 있었다.

셰필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은 이 통념을 다시 검토하기 위해 야생 C₄ 풀의 CO₂ 농축실험을 다룬 70개 연구를 메타분석했다. 옥수수 같은 재배작물과 C₃ 식물, 습지식물은 제외했으며, 최종 자료에는 82종과 주변·고농도 CO₂ 비교 655쌍이 포함됐다. 종과 연구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는 점과 식물의 계통관계까지 반영한 베이지안 다층모형을 사용했다.

물 부족 여부가 결과를 갈랐다. 가뭄 조건에서 고농도 CO₂에 노출된 C₄ 풀의 지상부 바이오매스는 평균 약 40% 증가했고, 95% 구간은 약 6~88%였다. 반면 물이 충분할 때의 중심 추정치는 약 17%였지만 구간이 −4~45%로 0을 포함해 뚜렷한 효과라고 보기 어려웠다. 다만 가뭄 조건의 지상부 반응값은 22개로, 비가뭄 조건의 124개보다 훨씬 적었다. 실험의 평균 CO₂ 처리 차이도 332ppm으로 크루거에서 관측된 약 63~65ppm의 약 5배였다. 실험의 40%를 실제 사바나에 그대로 옮겨 붙일 수 없는 이유다.

533개 조사구에서 잰 것은 ‘남아 있는 풀’

크루거 자료는 본래 CO₂ 연구가 아니라 화재 관리에 필요한 풀 연료량을 파악하기 위해 쌓였다. 연구진은 50×60m 크기의 조사구 533곳에서 매년 생육기 말인 2~3월 원반형 초지계로 조사구당 104회 풀의 높이와 양을 측정했다. 전체 자료는 10,498개 조사구-연도 관측값이다. 533곳을 32년 내내 빠짐없이 조사한 균형자료는 아니며, 2020년에는 조사 지점이 약 150곳으로 줄었다.

직접 측정한 값은 우기 말의 최고기 지상부 현존 바이오매스다. 연구진은 화재가 난 뒤 첫해의 값을 연간 지상부 순생산량을 가늠하는 대용치로 삼았다. 따라서 실제 연간 광합성 총량이나 수확량을 잰 것은 아니다. 계절 중 동물이 먹었거나 고사·분해된 풀은 측정에서 빠질 수 있다.

분석에는 연도와 토양 모재, 당해와 전년도 강수량, 강우일 수, 최고기온, 화재 후 경과기간이 들어갔다. 기록적 홍수가 발생한 2000년 자료는 주 분석에서 제외했다. 크루거에서는 장기간 강수량이나 강우일 수, 한 번에 내린 비의 양이 증가하지 않았고 최고기온은 올랐다. 공원 전체 초식동물 바이오매스도 감소하지 않았다. 풀의 종 조성과 식물 키, 비엽면적을 보정한 뒤에도 각각 ㎡당 66.7g과 63.2g의 증가 추세가 남았다.

건조한 연강수량 475mm 조건에서는 상대 증가율이 약 31%였고, 비교적 습윤한 625mm 조건에서는 약 20%였다. 점토질인 현무암 토양의 증가량은 ㎡당 117.0g, 모래질인 화강암 토양에서는 52.0g으로 추정됐다. 절대적인 양뿐 아니라 비가 적은 조건에서 상대적인 ‘보너스’가 더 컸다는 점이 연구의 핵심이다.

연도를 CO₂로 읽을 때 지켜야 할 선

현장 회귀식에는 CO₂ 농도 자체가 아니라 ‘연도’가 설명변수로 들어갔다. 논문은 이 기간 대기 CO₂가 약 350ppm에서 415ppm으로 65ppm 늘었다고 제시했다. 미국해양대기청 마우나로아 연평균 자료로 독립 검산하면 353.20ppm에서 416.41ppm으로 63.21ppm 증가한다. 자료원과 반올림 기준에 따른 차이다.

따라서 ‘CO₂ 65ppm이 풀을 정확히 28% 늘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진의 주장은 측정된 기후·토양·화재·식생 요인을 보정하고도 남은 증가가 CO₂ 상승과 가장 일관되며, 별도의 농축실험과 생태계 모의가 이 해석을 지지한다는 수준이다. 75.1g/㎡의 95% 신뢰구간은 74.5~75.8g/㎡로 좁지만, 이는 선택된 회귀모형 안에서 평균을 추정한 정밀도다. 측정되지 않은 장기 변화나 변수 선택, CO₂로 인과를 귀속하는 불확실성까지 포함한 범위는 아니다.

자료의 빈자리도 남아 있다. 해마다 조사 지점의 수와 구성이 달랐고, 조사구는 화재 관리를 위해 설치돼 초식 영향이 강한 하천 주변과 일부 토양을 주로 피했다. 원반형 초지계의 원래 보정실험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아 출판된 보정선을 디지털화해야 했다. 연구진의 재표본화와 측정오차 검증에서는 같은 최적모형이 선택됐지만, 비무작위 결측이나 모든 미측정 교란요인까지 제거한 것은 아니다.

물 절약의 가능성, 먹이와 불 사이의 탄소

‘가뭄 속 탄소 비료’는 탄소를 더 먹이는 효과만을 뜻하지 않는다. 식물 잎의 기공은 CO₂를 받아들이는 문인 동시에 물이 빠져나가는 수도꼭지다. CO₂가 많으면 이 문을 덜 열고도 탄소를 얻어 평상시 물 손실을 줄이고, 가뭄이 닥쳤을 때 잎의 수분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작은 아직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 물이 충분한 조건에서는 기공전도도, 즉 기공을 통한 기체 이동 정도가 약 33% 감소했다. 가뭄 조건에서는 감소 추정치가 약 8%였지만 95% 구간이 약 −24~+11%로 뚜렷하지 않았다. 토양수분 증가도 검출되지 않았다. 직접 확인된 결과는 가뭄 때 잎의 수분상태가 개선되고 광합성이 약 23% 증가하는 경계선상의 반응이었다. 뿌리 바이오매스 증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늘어난 풀은 초식동물에게 먹이가 될 수 있지만 건기에는 산불의 연료가 된다. 조사구의 조건부 화재확률은 1989~2020년 모형에서 12.1%에서 17.0%로 변했지만, 공원 전체 소실면적의 증가는 검출되지 않았다. 지상부 풀의 탄소는 금고보다 환승역에 가깝다. 자라는 동안 대기 탄소를 붙잡아도 동물이 먹거나 불에 타면 다시 대기로 돌아갈 수 있다. 논문 저자는 증가량을 0.37t C/ha로 환산했지만 이는 영구 격리량이 아니다.

Community Land Model 5, 즉 지표의 물·탄소·에너지 흐름을 계산하는 CLM5는 2100년 C₄ 풀의 탄소가 2015년보다 0.01~0.05kg C/㎡, 6~2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두 개의 50×50km 격자에서 모든 식생을 C₄ 풀로 바꾼 모의라 나무와 다른 식물의 경쟁을 제외했다. 과거 연간 변동 설명력도 약 35~39%였고,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강한 뿌리 증가를 예측했다.

이 결과를 한국 초지에 바로 적용할 수도 없다. 크루거와 같은 규모로 자연 C₄ 초지를 수십 년 추적하며 CO₂ 효과를 분리한 국내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법정 초지는 목초 재배지뿐 아니라 사료작물지와 목장도로, 축사·부대시설까지 포함한다. 2023년 면적은 31,784ha로 국토의 약 0.3%이며, 제주가 15,435ha로 49%를 차지했다. 크루거의 28%를 국내 생산량이나 토양탄소, 탄소배출권에 대입할 근거는 없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사바나에 이롭다는 결론이 아니다. C₄ 풀이 세계 육상 순일차생산의 약 30%에 관여하는 열대·아열대 사바나에서, 기존 모델이 작게 보았던 건조조건의 CO₂ 반응을 추가한 것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풀이 얼마나 더 자라느냐를 넘어선다. 그 탄소가 초식과 불, 토양을 거치며 어디로 이동하고 얼마나 머무는지를 밝혀야 ‘가뭄 속 탄소 비료’의 실제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

자료: 셰필드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남아프리카국립공원청·미국해양대기청·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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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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