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무더기를 로봇이 집어 검사장비에 넣는다…아이벡스, 오픈소스 로봇·비전으로 '난적재' 자동화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7.23 16:39 · 수정 2026.09.07 13:54
NIPA 오픈소스 사업화 과제 선정…뒤엉킨 부품을 3D 비전으로 인식해 7초 안에 집어내는 산업용 피지컬 AI
볼트 무더기를 로봇이 집어 검사장비에 넣는다…아이벡스, 오픈소스 로봇·비전으로 '난적재' 자동화
(사진=아이벡스 제공)

상자에 아무렇게나 쏟아부은 볼트 무더기에서 하나를 정확히 집어 검사장비에 밀어넣는 일. 사람에겐 쉬운 이 동작이 로봇에게는 오랫동안 난제였다. 부품이 겹치고 방향이 제각각인 '무정렬' 상태를 기계가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로봇에게 맡기는 산업 현장 실증이 오픈소스 기술을 앞세워 시작된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업 아이벡스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2026년도 신산업 분야 오픈소스 사업화 지원사업'에 자사 과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정된 과제는 오픈소스 기반 로봇·비전 플랫폼 'AIVot(아이봇)'을 활용해, 볼트 제조사 케이피에프(KPF)의 자분탐상 공정에 제품을 자동 투입하는 사업화다. 자분탐상은 금속 표면의 미세한 균열을 자기장으로 검출하는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지금까지 이 라인에서는 작업자가 부품을 하나씩 손으로 집어 검사기에 넣어 왔다.

뒤엉킨 부품을 읽어내는 '난적재' 자동화

이번 과제의 핵심은 '난적재(빈 피킹·Bin Picking)'다. 정해진 자리에 가지런히 놓인 부품을 집는 것이 아니라, 상자 안에 무질서하게 쌓인 부품 더미에서 하나를 골라 집어 올리는 기술을 말한다. 조명·그림자·부품 간 겹침 탓에 위치와 방향을 특정하기 어려워, 로봇 자동화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제로 꼽혀 왔다.

아이벡스는 이 문제를 3D 비전과 자세 추정 기술로 푼다. 부품 표면을 무수한 점의 좌표로 나타내는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를 만든 뒤, 6D 자세 추정(6D Pose Estimation) 기술로 부품이 공간에서 어느 위치에, 어떤 방향으로 놓여 있는지를 계산한다. 위치(x·y·z)와 회전(방향) 여섯 축을 한꺼번에 추정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파악한 좌표를 따라 로봇 팔이 부품을 파지해 검사장비에 투입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회사가 공개한 공정 개념도를 보면, 이 시스템은 틸팅과 세척을 거친 부품을 로봇이 자동 투입하고 자화·검사·탈자·배출로 이어지는 7단계 라인으로 설계됐다. 한 대의 그리퍼로 T볼트·캐리지볼트·트랙볼트 등 11종의 다품종을 파지하고, 최대 길이 800mm·직경 72mm, 중량 19.33kg급까지 대응하며, 부품 하나를 처리하는 택타임(1개 처리에 걸리는 주기 시간)은 7초 이내를 목표로 한다.

바탕은 '오픈소스'…비용 문턱을 낮춘다

이 자동화의 토대는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공개된 오픈소스다. 로봇 제어에는 로봇 운영체제 ROS2를, 영상 인식에는 컴퓨터 비전 라이브러리 OpenCV를 활용한다. 둘 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함께 만들어 무료로 공개한 표준 소프트웨어로, 값비싼 전용 솔루션에 기대지 않고도 자동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NIPA 사업이 '오픈소스 사업화'를 겨냥한 것도 이런 개방형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의 돈 되는 제품으로 이어가려는 취지다.

아이벡스는 여기에 웹 기반 사용자 화면과 코드를 짜지 않고도 공정을 구성하는 노코드(No-code) 설계 기능을 얹어 현장 적용 문턱을 낮췄다. 또 산업용 MLOps 플랫폼 'AIVOps'를 통해 현장에서 쌓이는 데이터로 AI 모델을 계속 다듬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MLOps는 AI 모델을 한 번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운영하면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관리·개선하는 체계를 뜻한다.

성민수 아이벡스 대표는 "이번 과제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작업을 AI 비전과 로봇 기술로 자동화하는 산업용 피지컬 AI 적용 사례"라고 밝혔다. 피지컬 AI(Physical AI)는 화면 속에 머무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로봇처럼 물리적 실체를 움직여 현실 세계의 일을 처리하는 AI를 가리키는 말로, 최근 제조·물류 현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볼트 라인에서 주조·단조로

아이벡스는 케이피에프 현장에서 나온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난적재 자동화 솔루션을 표준화해, 볼트·너트 제조는 물론 주조·단조 공정 등 다른 제조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라인에 맞춘 일회성 자동화가 아니라, 유사한 '무더기 부품 집기' 문제를 안고 있는 여러 공정에 되풀이해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과제는 아직 한 곳의 실증 단계다. 상자 속 부품이 심하게 엉키거나 표면 반사가 강한 조건에서 인식 정확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 그리고 현장의 검사 속도에 맞춰 목표한 택타임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느냐가 확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업 기간과 규모 등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료: 아이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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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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