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분의 단축, 이제 ‘빠른 수술’ 너머를 증명할 때다

수술 시간을 평균 두 시간 넘게 줄였다는 결과보다 필자의 눈에 더 들어온 것은 ‘복잡한 수술은 장비와 절개를 늘려야 안전하다’는 오랜 직관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진은 카메라와 보조기구를 한 절개창에 배치하는 축소포트 로봇 췌십이지장절제술을 기존 로봇·복강경 수술과 비교했고, 기존 로봇수술보다 평균 123.1분 짧은 수술시간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수술 동선과 기구 운용을 다시 설계한 결과로 읽어야 한다.
수술실의 시간은 환자의 시간이기도 하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 주변 장기를 절제한 뒤 소화액이 흐를 길을 다시 이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작은 오차가 수술 후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교한 박리와 재건이 요구된다. 로봇수술은 관절처럼 움직이는 기구와 확대된 시야로 이런 미세 조작을 돕지만, 장비 배치와 기구 교환, 로봇을 환자에게 연결하는 과정이 복잡해지면 오히려 시간이 늘 수 있다.
따라서 123.1분 단축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수술시간이 줄면 장시간 마취와 수술실 점유에 따른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고, 같은 인력과 시설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고난도 수술이 집중되는 병원에서는 한 건의 시간 절감이 환자 대기와 의료진 피로, 수술실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빠르다는 사실만으로 더 좋은 수술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결과를 곧바로 축소포트 방식의 우월성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수술의 목적은 빨리 끝내는 데 있지 않다. 출혈과 합병증, 개복수술로의 전환 여부, 입원기간과 회복 속도, 재입원, 장기적인 치료 성적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한 절개창에 기구를 모으면 상처를 줄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구끼리 부딪치거나 특정 각도의 조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이 성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음 과제는 ‘누가 해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일이다. 여러 기관에서 환자 특성과 의료진 숙련도를 달리해 검증하고, 수술 단계별 표준 절차와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로봇 장비와 소모품 비용까지 포함한 경제성 평가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성과는 종착점이 아니라 수술 혁신의 평가 기준을 속도에서 환자 가치로 넓히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기술의 진보는 절개창의 수가 줄었을 때가 아니라, 환자가 더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때 완성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