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 미끄러진 물방울, 60㎚ 코팅 넘어 구리층까지 상처 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9 07:40
0.2~2nC로 대전된 염수방울 3,000개 반복 충돌…보호막 절연파괴 뒤 습식 부식이 이어지는 2단계 경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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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U.S. Geological Survey, Communications and Publish, CC0 1.0 Universal Public Domain Dedicati)

비가 내린 뒤 잎이나 유리처럼 매끈한 표면을 흘러내린 물방울은 그저 젖은 물일까. 지름 약 4㎜의 염수방울을 자기 지름의 열 배쯤 되는 4㎝ 거리만 미끄러뜨리자 방울에는 표면에 따라 0.2~2nC의 양전하가 생겼다. 이렇게 대전된 서로 다른 방울 3,000개를 초박막 코팅 시편의 같은 부근에 반복해서 떨어뜨리자, 보호막을 넘어 아래 구리층까지 파고든 구멍 모양의 국소 결함이 관찰됐다.

연구진이 제시한 그림은 대전된 물방울이 작은 번개처럼 보호막에 바늘구멍을 열고, 그 뒤 남은 소금물이 노출된 금속을 부식시켜 상처를 넓히는 과정이다. 다만 실제 번개와 같은 에너지라는 뜻은 아니며 빛나는 스파크가 촬영된 것도 아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방전이 금속을 계속 녹이는 단일 과정이 아니라, 먼저 코팅을 손상시키고 이후 통상적인 습식 부식이 뒤따를 수 있다는 데 있다.

2nC는 어디서나 나온 값이 아니었다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 등이 수행한 주 실험에서는 접지된 주사침으로 35µL의 1mM 염화나트륨 방울을 만들었다. 35µL는 구형으로 환산하면 지름 약 4㎜다. 방울은 50도로 기울인 표면에서 약 4㎝를 미끄러진 뒤 약 5㎜ 아래의 시편으로 떨어졌다. 시편도 물이 빠져나가도록 10도 기울였으며 새 방울은 12초마다 공급했다.

전하량은 활주 표면에 따라 달랐다. 자주달개비류 잎에서는 약 0.2nC, PVC 폼보드에서는 약 0.3nC, 투명 폴리스티렌판에서는 약 0.7nC, PFOTS 처리 석영에서는 약 2nC가 측정됐다. 따라서 이 실험의 범위는 0.2~2nC이며, 2nC는 PFOTS 처리 석영에서 나온 상한이다. 일반 유리나 잎을 지난 방울이 모두 2nC를 얻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2nC는 기본전하 약 125억 개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연 강수입자를 조사한 제한된 뇌우 현장 연구에서는 전하 크기가 1~50pC였고 부호도 양과 음이 모두 나타났다. 이번 활주 실험의 200~2,000pC가 더 크고 모두 양전하였다는 점에서 실험 조건과 자연 강수를 곧바로 같게 볼 수 없다. 자연 방울도 표면을 미끄러진 뒤 추가로 대전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 현장 규모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물 105mL가 약 10시간 동안 같은 곳을 두드렸다

대표 시편은 석영 위에 증착한 35㎚ 구리층과 그 위의 60㎚ Teflon AF 1600 코팅으로 구성됐다. 60㎚는 굵기 60~70µm인 머리카락의 약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두께다. 자동차 도막이나 두꺼운 구리판이 아니라 전체 적층 두께가 명목상 95㎚인 초박막 실험계였다는 뜻이다.

대전된 방울 3,000개를 맞은 네 가지 활주 조건 모두에서 최초 접촉점 주변에 구멍 모양 결함이 나타났다. 원자힘현미경으로 측정한 높이 차는 약 91.15㎚였고, 결함이 60㎚ 코팅을 넘어 구리층까지 들어갔다는 해석과 부합했다. 다만 구리층 전체를 완전히 관통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3,000회는 최초 손상이 생긴 임계 횟수나 표본 수가 아니라 한 시편에 가한 노출 횟수다.

방울 3,000개의 총부피는 105mL에 불과하지만 12초 간격으로 공급하면 약 10시간이 걸린다. 많은 물을 한꺼번에 붓는 실험이 아니라, 대전과 젖음이 같은 부근에서 장시간 반복되는 조건이었다. 반대로 접지 주사침에서 약 4㎝를 직접 낙하시킨 중성 방울, 도전성 ITO 위 PFOTS를 지나 전하가 쌓이지 않은 방울, 이동 중 텅스텐선으로 전하를 중화한 방울에서는 같은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영상전하와 절연파괴, 그 뒤에 부식이 왔다

PFOTS 처리 석영을 지난 방울은 충돌 전 +2.0±0.021nC를 띠었다. 충돌 때 구리층에서는 +1.8±0.022nC가 검출됐고, 시편을 떠난 방울에는 +0.016±0.003nC만 남았다. 처음 전하의 약 90%에 해당하는 양이 구리층에서 검출되고 방울에는 약 0.8%만 잔류한 셈이다. 고속영상에서는 방울 아랫부분이 원뿔처럼 길어진 뒤 40~80µs 구간에 시편과 접촉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구리층으로 흐른 전류 신호를 직접 측정했다.

연구진이 제안한 첫 단계는 영상전하 유도다. 영상전하는 양전하를 띤 방울이 금속 가까이 다가갈 때 금속 표면에 반대 부호의 전하가 모이는 현상이다. 이때 좁은 부위에 집중된 전기장이 코팅의 절연강도를 넘으면 절연파괴, 즉 전기를 막던 보호막이 국소적으로 버티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전류가 흐르며 생기는 줄열도 코팅 손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노출된 금속에 잔류 염수가 닿는다. 산소 농도차와 염화물, 국소 전위차가 미세 갈바니 전지, 즉 작은 전기화학 반응 구역을 만들고 이후 일반적인 습식 부식이 결함을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방울이 충돌하지 않고 코팅 위를 계속 미끄러진 실험에서도 숨은 절연체–금속 경계를 따라 홈 모양 손상이 생겼다. 충돌 충격만이 필수 원인은 아니며 전기장이 집중되는 재료 경계도 취약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방전 해석에는 추론이 포함된다. 원뿔 변형과 전류 신호, 전하 이동, 코팅 결함은 관찰됐지만 발광 스파크나 방전 채널을 촬영하거나 전압과 전류를 동시에 시간분해해 측정하지는 않았다. 물방울을 반지름 2㎜의 완전한 도전성 구로 놓은 모델도 실제 원뿔 끝의 전기장 집중, 표면 거칠기, 코팅 두께에 따른 절연강도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부식 생성물은 약 5만회에서 확인됐다

3,000회 실험이 보여준 것은 주로 코팅의 미세 형상 결함과 구리층 손상이다. 구리의 화학적 부식이 확증된 조건은 별도의 장기 실험이었다. 연구진은 상용 40µm 구리박에 60㎚ Teflon AF를 코팅하고 농도가 더 높은 10mM 염화나트륨 대전 방울을 반복 충돌시켰다. 10,000회 뒤에는 코팅 장벽 성능을 나타내는 임피던스가 저하됐고, 약 50,000회 뒤에는 1㎜가 넘는 부식 영역이 형성됐다.

약 50,000회 조건에서는 구리 부식 생성물인 Cu₂O와 Cu₂(OH)₃Cl이 Raman과 XRD 분석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XRD에서는 금속 구리 피크가 여전히 지배적이었다. 또 10,000회 충돌 시편과 비교한 연속 침지 시간은 4시간으로, 연구진 설명상 약 50,000회 충돌의 누적 접촉시간에 해당해 비교 조건이 완전히 대칭적이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기존 내후성 시험에서 물방울의 전하와 코팅의 절연파괴 내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실제 자동차, 선박, 교량, 건물이나 문화재를 빗속에서 장기간 시험한 연구는 아니다. 핵심 실험도 자연 빗물이 아니라 조제 염수와 매우 얇은 코팅·금속층을 사용했다. 현장 부식에서 이 경로가 차지하는 비율과 수명을 얼마나 단축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활주 대전에서 전기이중층의 이온과 전자가 각각 얼마나 전하를 운반하는지, 접촉선에서 어떤 원자적 과정이 벌어지는지도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논문 공개 사흘 뒤인 2026년 8월 29일 기준 독립적인 직접 재현이나 재현 실패 논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이 부식 경로를 직접 재현한 논문이나 관련 국가표준, 인증제품, 산업 적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작은 물방울이 보호막의 시작점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의 비와 구조물에서 얼마나 큰지는 이제 측정해야 할 문제로 남았다.

자료: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Springer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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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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