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성 구름의 ‘미지 흡수체’, 이름 대신 1,278cm⁻¹라는 문턱을 얻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9 07:14
IBS 참여 연구진, 2020년 반사광 역산해 후보물질이 갖춰야 할 절대 흡수능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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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 / Pioneer Venus Orbiter, NASA 미디어 이용지침(미국 내 저작권 비대상, 보도·정보 목적 사용 )

어두운 강물도 폭포에서 미세한 물방울로 부서지면 하얀 안개처럼 보인다. 금성의 창백한 구름도 비슷한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사람 눈에는 연노랗고 밋밋하지만 자외선으로 보면 줄무늬와 얼룩이 드러난다. 약 1µm 안팎의 황산 액적이 빛을 강하게 흩뜨리는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성분이 일부 빛을 삼키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 성분을 발견하거나 금성 구름 시료를 분석한 결과가 아니다. 2020년 금성 낮 면의 평균 반사광을 재현하려면 구름방울 속 액체가 얼마나 강하게 빛을 흡수해야 하는지를 거꾸로 계산한 연구다. 2020년 금성 낮 면 평균과 특정 구름 구조를 가정한 모델은 375nm에서 상용로그 기준 선형 흡수계수 a₃₇₅=1,278cm⁻¹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이는 연구가 다룬 365~455nm 구간 안에서의 최대값이다.

밝은 행성과 시험관 속 액체를 바로 비교할 수 없는 이유

금성의 미지 흡수체는 적어도 약 280~500nm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행성에서 측정한 밝기와 시험관 속 용액의 흡광도를 곧바로 맞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성 구름에서는 작은 액적이 빛을 여러 차례 산란시키고, 대기 중 기체도 파장마다 빛을 흡수한다. 빛이 어느 물질을 얼마나 지나왔는지 단순한 직선 자로 잴 수 없는 셈이다.

연구진은 SO₂·OCS·O₃·CO₂·SO·H₂O·H₂S·HCl의 흡수와 구름방울의 다중산란을 복사전달 모델에 넣었다. 복사전달 모델은 빛이 대기와 입자 사이에서 흡수되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과정을 계산하는 도구다. 2020년 공동관측에는 3개 우주선과 6개 지상망원경 등 9개 시설이 참여했지만, 자세제어와 측광보정 등의 문제를 거친 최종 반사율 스펙트럼에는 4개 시설 자료만 사용됐다.

모델은 흡수체가 고도 59~65km의 모드 1·2 액적에 균일하게 섞였다고 가정했다. 두 액적 집단의 유효반지름은 각각 0.43µm와 1.26µm였고, 입자 밀도가 줄어드는 구름 스케일 높이는 4km로 뒀다. 산란 계산에는 75중량% 황산의 굴절률을 적용했다. 이 파장대의 황산 액적 자체는 거의 빛을 흡수하지 않고 산란이 지배적이므로, 1,278cm⁻¹는 황산의 물성이 아니라 미지 성분을 포함한 벌크액에 추가로 요구되는 값이다.

7.8µm 만에 빛 90%가 줄어드는 흡수력

상용로그 흡수계수는 빛이 일정한 거리를 지날 때 세기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낸다. 산란이 없는 이상적인 직선 광로에서 375nm 빛이 흡수계수 1,278cm⁻¹인 액체를 약 7.82µm 지나면 세기가 90% 줄고, 약 15.65µm에서는 99% 줄어든다. 1cm를 통과한 투과율은 10의 마이너스 1278제곱이다. 다만 실제 금성 구름에서는 빛이 액적 사이에서 여러 번 산란하므로 이 거리를 실제 광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후보물질을 실험실에서 걸러낼 기준이 된다. 몰흡광계수가 약 10만M⁻¹cm⁻¹인 고효율 포르피린형 발색단을 가정해도 약 13mM, 구름액 1L당 약 12g이 필요하다. 고효율 소분자 비교군 전체로 보면 약 5~73g/L, 즉 약 0.5~7% w/V 범위다. 포르피린·엽록소·베타카로틴·헤모글로빈 등은 흡수효율과 농도의 감을 잡기 위한 비교 눈금일 뿐 금성에서 검출된 물질이 아니다. 여기서 유기물도 생물의 흔적이 아니라 탄소 기반 화합물이라는 화학적 분류를 뜻한다.

농도가 높아질수록 계산은 더 까다로워진다. 수십 g/L 수준에서는 분자들이 쌓이거나 뭉치면서 흡수가 약해지는 저색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묽은 용액에서 구한 몰흡광계수를 그대로 늘려 적용하면 실제 필요량을 작게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유기 타르와 철 화합물, 서로 다른 시험대

일반적인 황산 속 유기 타르는 현재 요구되는 스펙트럼과 잘 맞지 않았다. 포름알데히드나 포도당 등은 황산에서 갈색 또는 검은 혼합물로 변하며 가시광 전반을 넓게 흡수했다. 반면 금성 모델의 흡수는 375nm에서 강하고 455nm에서는 54cm⁻¹ 미만으로 빠르게 약해졌다. 황산에서 안정하면서 더 제한된 파장대를 흡수하는 특정 분자나 좁은 조성의 혼합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많은 포르피린이 500~700nm에서 보이는 Q-band라는 추가 흡수대도 금성 관측에는 뚜렷하게 대응하지 않아 강한 Q-band를 가진 종류에는 불리하다.

공급량 문제도 크다. 기존 평형모델의 유기탄소 농도를 탄소 50개짜리 발색단으로 조립한다고 가정하면 약 2.8µM이고, 375nm 흡수계수는 약 0.28cm⁻¹에 그친다. 새 요구값보다 약 4,560배 낮다. 유기물 가설이 성립하려면 별도의 생성·농축·순환 과정이 필요하다.

철 화합물 가설은 여전히 경쟁 중이다. 2024년 연구는 로모클라스·산성 황산철·용존 Fe³⁺의 조합과 철 1~2중량%를 제시했다. 2025년 염화철(III) 실험은 농황산과 HCl에서 400개가 넘는 스펙트럼을 측정해 용매가 흡수 모양을 크게 바꾼다는 점을 보였다. 다만 금성 스펙트럼과 비교한 곡선은 최대값을 1로 맞춘 정규화 자료여서 절대 흡수량을 검증한 것은 아니었다.

물속 자료를 단순 선형 외삽하면 필요한 FeCl₃가 약 1.3kg/L로 계산된다. 반면 2026년 동료심사 전 복사전달 모델은 황산철 생성을 무시할 때 1.0~1.2중량%, 부분 전환을 포함할 때 초기 FeCl₃ 1.2~1.5중량%를 제시했다. 용매와 입자 모드, 수직분포, 계산 방식이 서로 달라 이 숫자들을 같은 조건의 승패표처럼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FeCl₃가 배제됐다고도, 정답이라고도 말할 단계가 아니다.

정답의 이름이 아니라 후보가 넘어야 할 문턱

1,278cm⁻¹는 통계적 신뢰구간이 붙은 보편적 물성이 아니다. 흡수층의 고도와 두께, 입자 수와 크기, 흡수체가 두 액적 집단에 균일하게 섞였다는 가정에 의존한다. 흡수체가 상층 연무까지 넓게 퍼진다면 개별 액체에 필요한 흡수력은 낮아질 수 있고, 특정 입자 집단에만 들어 있다면 그 입자는 평균보다 더 강하게 빛을 흡수해야 한다.

분석 대상도 2020년 한 시기의 낮 면 평균이다. 365nm 알베도는 2006~2017년 약 2배 변했고 지역과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365~455nm만 모델링해 283nm에서는 SO₂와 미지 흡수체의 기여를 충분히 나누지 못했다. 455nm 너머의 흡수도 알 수 없어 실제 벌크액이 밝은 노란 페인트처럼 보일지, 아스팔트처럼 어두울지도 판정할 수 없다. 고도에 따라 여러 흡수체가 함께 존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색소 찾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도 57km 위 상부 구름에는 대기권 상단으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약 10%, 금성이 실제 흡수하는 태양에너지의 약 절반이 침적된다. 이는 미지 흡수체와 황산 구름 입자를 합친 에너지 수지다. 알베도와 태양가열률, 바람 변화 사이의 상관과 모델 반응은 확인됐지만 흡수체 변화가 바람을 직접 바꿨다는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교신저자인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 행성대기그룹 CI는 복사전달 모델 개발과 계산을 담당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지구 저궤도에서 금성을 장기간 관측하는 CLOVE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8U급 CLOVESat-1은 자외선부터 근적외선까지 4개 파장대·8개 채널로 구름과 SO₂, 미지 흡수체를 관측할 계획이다. 2026년 발사 예정으로 발표됐지만 2026년 8월 29일 현재 완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1,278cm⁻¹는 정답의 이름이 아니라 후보가 넘어야 할 문턱이다. 정체를 가리려면 상층 구름의 대략 영하 30도·약 80중량% 황산 환경에서 후보물질의 절대 흡수계수를 측정하고, 복사전달 계산과 맞춰야 한다. 마지막 확인은 실제 금성 현장 탐사가 맡아야 한다.

자료: 기초과학연구원(IBS), 미국 Foundation for Applied Molecular Evolution, 영국 케임브리지대·리즈대, 폴란드 브로츠와프과학기술대, Kongsberg NanoAvio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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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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