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타민 A 대사체가 T세포의 ‘엔진’을 지켰다…교모세포종 재발 늦춘 생쥐 연구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8 08:26
ATRA로 CD8 T세포의 말기 탈진을 억제하자 항-PD-1 병용 효과가 커져…표준치료·독성 검증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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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IH; Alex Ritter, Jennifer Lippincott-Schwartz, Gi, 퍼블릭 도메인(PDM 1.0·미국 연방정부 저작물))

뇌종양을 수술로 떼어낸 뒤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남아 다시 자란다면, 면역세포가 그 잔존세포를 끝까지 추적해 없앨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교종을 절제한 생쥐에게 비타민 A의 활성 대사체 전트랜스 레티노산(all-trans retinoic acid·ATRA)과 항-PD-1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여한 결과, 8마리 중 4마리가 생존곡선상 약 90일까지 남았다. 대조군과 ATRA·항-PD-1 단독치료군은 그림상 군별 약 38~50일 사이에 모두 사망했다. 다만 이는 환자를 치료한 결과가 아니라 군당 생쥐 8마리를 비교한 전임상 연구다. 생존곡선에 남았다는 사실도 완치나 종양 소실을 뜻하지 않는다.

강인 제1저자와 이흥규 KAIST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2026년 8월 26일 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오래된 처방약인 ATRA를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물질이 아니라, 암과 싸우는 CD8 T세포가 너무 일찍 지치지 않도록 상태를 조절하는 물질로 활용했다. ATRA는 비타민 A의 생리활성 대사체지만 실험에서는 용량을 정해 투여한 약리 물질이다. 식품이나 일반 비타민 A 보충제를 먹는 것과 동일시할 수 없다.

브레이크를 풀어도 엔진이 꺼졌다면

항-PD-1 치료는 T세포에 걸린 면역 억제 신호, 즉 브레이크를 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오래 암과 싸운 T세포가 이미 움직일 힘까지 잃었다면 브레이크만 풀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논문이 말하는 ‘말기 탈진’은 PD-1·TIM-3·LAG-3·CD39 네 표지를 함께 발현하고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브레이크뿐 아니라 엔진까지 꺼진 차에 가까운 셈이다.

이 문제는 교모세포종에서 특히 중요하다.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369명이 참여한 무작위 3상 시험에서 항-PD-1 제제 니볼루맙과 베바시주맙의 중앙 전체생존기간은 각각 9.8개월과 10.0개월이었다. 위험비는 1.04, 95% 신뢰구간은 0.83~1.30, p값은 0.76으로 니볼루맙의 생존 이득이 나타나지 않았다. 95% 신뢰구간은 실제 효과가 있을 법한 범위를 뜻하는데, 이 범위가 치료군 간 차이가 없다는 값인 1을 포함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은 T세포의 엔진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그 상태를 붙드는 것이다. ATRA가 정준 WNT/β-catenin 신호를 높이면, β-catenin과 결합할 수 있는 긴 형태의 TCF-1인 TCF-1^βBD가 증가한다. 이 긴 TCF-1은 탈진을 늦추는 유전자 프로그램을 여는 열쇠에 해당한다. 그 결과 CD8 T세포가 고도로 탈진하는 비율이 줄고, 이후 항-PD-1으로 브레이크를 풀었을 때 기능 회복이 더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산소 1% 환경에서 확인한 T세포의 변화

연구진은 시험관에서 초기 활성화 단계부터 CD8 T세포에 5ng/mL의 ATRA를 총 5일간 처리했다. 이 처리 기간에 포함된 72시간 동안 일반 대기 산소 농도 약 21%의 20분의 1 수준인 산소 1% 환경에서 T세포와 암세포를 1대 2로 섞어 대치시켰다.

그림상 PD-1·TIM-3·LAG-3·CD39 네 표지를 동시에 나타낸 T세포 비율은 약 53%에서 28%로 낮아졌다. 이 결과는 군당 5개 웰에서 얻었고 p값은 0.0001보다 작았다. 별도의 실시간 살상시험에서는 T세포와 종양세포를 1대 1로 섞었으며, 24시간 살상률이 그림상 약 68%에서 92%로 높아졌다. 이 시험은 군당 3개 웰이었고 p값은 0.0003이었다. IL-2·IFN-γ·TNF-α 세 사이토카인을 함께 생산한 비율도 그림상 약 1%에서 6~7%로 늘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들이 공격과 조절 신호를 주고받을 때 쓰는 단백질이다.

단순한 동반 변화인지, WNT/β-catenin 경로가 실제로 필요한지도 확인했다. β-catenin을 shRNA로 낮추자 ATRA에 따른 TCF-1^βBD 증가와 네 탈진 표지 감소, 사이토카인 생산·세포독성 증가가 대부분 사라졌다. 반대로 β-catenin을 안정화하는 WNT 작용제 SKL2001은 ATRA와 비슷한 변화를 만들었다. 인과성을 뒷받침하는 결과지만 ATRA가 다른 경로로도 작용할 가능성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다.

ATRA로 미리 조건화한 CD8 T세포는 ATRA를 제거한 뒤에도 탈진 표지가 적고 살상 기능을 더 유지했다. 그러나 경구 투여한 생쥐의 종양미세환경에서는 ATRA만으로 효과기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항-PD-1을 병용했을 때 회복이 가장 뚜렷했다. 또한 5ng/mL ATRA는 해당 시험관 조건에서 GL261-OVA 암세포를 직접 죽이지 않았다. TCRβ가 없는 생쥐나 CD8 T세포를 제거한 생쥐에서는 경구 ATRA의 항종양 효과가 사라졌지만, CD4 T세포를 제거했을 때는 효과가 남았다. 적어도 이 실험 범위에서는 암세포 직접 살상보다 CD8 T세포 의존성이 핵심이었다.

수술 뒤 남은 암세포를 겨냥하다

수술 후 재발 실험은 자연적으로 암이 생긴 생쥐를 수술한 연구가 아니다. 연구진은 EGFRvIII 과발현과 Trp53·Pten 소실로 유도한 생쥐 교종에서 오가노이드 유래 세포를 만든 뒤, 3×10⁵개를 3µL에 담아 생쥐 뇌에 이식했다. 9일째 반경 1.5mm로 두개골을 열고 지름 2mm·깊이 3mm 범위를 펀치로 절제했다. 사람에게 시행하는 최대안전절제와는 다른 실험 수술이며, 절제 가장자리와 뇌실 주변에 남은 세포가 다시 자라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수술일부터 ATRA 200µg을 마리당 경구 투여하고 항-PD-1 200µg을 수술 후 1·4·7일에 복강 투여했다. 논문 방법에는 ATRA의 투여 기간은 제시됐지만 하루 한 번이라는 빈도는 명시돼 있지 않다. 두 실험을 합친 군당 8마리의 생존 분석에서 병용군은 항-PD-1 단독군보다 유의하게 오래 생존했고 p값은 0.0127이었다. ATRA 단독군과의 비교에서는 p값이 0.0001보다 작았다.

수술 후 25일째 종양부담은 그림상 대조군 약 29~30×10³개, 병용군 약 2~3×10³개였다. 두 군의 차이는 p=0.0108이었지만 정확히 몇 퍼센트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그래프 근삿값이다. 병용군과 항-PD-1 단독군의 종양 수를 직접 비교한 결과도 p=0.2901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병용군의 종양침윤 CD8 T세포에서는 네 탈진 표지 동시발현이 그림상 대조군 약 40%에서 약 15%로 줄었고, IFN-γ 양성 비율은 약 28%에서 72%로 높아졌다.

비수술 항-PD-1 내성 모델에서도 병용 효과가 관찰됐지만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이 실험은 ATRA를 종양 이식 2주 전부터 투여한 예방적 설계였다. 군당 5마리 가운데 병용군 2마리가 생존곡선의 마지막 표시인 약 70~75일까지 남았고, 항-PD-1 단독은 대조군과 생존 차이가 없었다.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치료보다 유리한 조건이어서 수술일부터 ATRA를 사용한 재발 모델과도 구분해야 한다.

사람에게 갈 때 넘어야 할 문턱

사람 자료는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항-PD-1 전후 환자 24명의 NanoString 분석에서는 ATRA 반응 유전자 점수 변화도, 변화 방향에 따른 생존 차이도 유의하지 않았다. 단일세포 분석에서는 환자 12명에게서 얻은 CD8 T세포 8,485개를 살폈고, 반응자 7명의 세포에서 ATRA 반응·WNT 점수가 높았다. 그러나 중요한 분모는 세포 8,485개가 아니라 환자 12명이다. 같은 환자의 여러 세포를 독립 표본처럼 다뤘다면 p값이 실제보다 작아질 수 있는 가성반복 위험도 남는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받지 않은 WHO 4등급 교종 환자 179명 자료에서는 높은 ATRA 반응형 CD8 서명이 생존과 연관됐다. 나이·성별·초발 또는 재발 여부를 보정한 위험비는 0.58, 95% 신뢰구간 0.42~0.81, p=0.0015였다. 하지만 IDH·1p/19q·MGMT 분자표지까지 추가한 124명 분석에서는 위험비 0.72, 95% 신뢰구간 0.48~1.08, p=0.109로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사람에서도 ATRA 서명이 항-PD-1 반응을 예측한다고 결론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핵심 생존실험은 군당 5마리 또는 8마리였고, 주로 7~10주령 수컷 생쥐를 사용했다. 무작위배정, 평가자 눈가림, 사전 표본수 계산도 논문과 보충방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수술 모델에는 실제 표준치료인 방사선·테모졸로마이드와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스테로이드 환경이 포함되지 않았다. 체중 변화와 장기독성, 혈중·뇌·종양 내 ATRA 농도, 최적 용량도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비타민이나 식품으로 암을 치료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처방약으로 쓰이는 ATRA의 표적을 암세포에서 CD8 T세포의 상태로 옮겨, 항-PD-1이 작동할 여지를 만드는 기전을 생쥐에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임상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방사선·테모졸로마이드 병용, 암컷·고령 동물, 독성·약동학, 환자 단위 통계와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차례로 검증해야 한다.

자료: KAIST,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건양대학교,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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