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광자 한 개 크기 밀침’을 운동 고양이로 읽었다…깨지 않고 본 분자 하나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30 06:54
인스브루크대 연구진, CaOH⁺의 O–H 적외선 흡수 반동을 이웃 Ca⁺ 형광으로 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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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hilipp Schindler / Quantum Molecules, Universität, CC BY-NC-ND 4.0)

어두운 물체를 직접 볼 수 없다면, 그 물체와 함께 흔들리는 밝은 표식을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인스브루크대 연구진은 빛나지 않는 수산화칼슘 분자이온 CaOH⁺ 한 개 옆에 형광 판독이 쉬운 칼슘 원자이온 Ca⁺ 한 개를 가뒀다. 이어 CaOH⁺가 적외선을 흡수하며 받은 단일광자 크기의 순반동을 두 이온의 공동운동에 새기고, 그 흔적을 옆 Ca⁺의 빛으로 읽었다. 자유로운 질량 약 57 u의 CaOH⁺가 이 운동량을 전부 받는다고 단순 환산하면 속도 변화는 초속 약 2.65 mm다. 실제 분자가 그 속도로 날아갔다는 뜻은 아니다. 트랩 안에서 함께 진동하는 두 이온의 양자 위상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는 뜻이다.

2026년 8월 26일 공개된 이번 연구에는 인스브루크대 실험물리연구소를 중심으로 팔라츠키대와 바르샤바대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CaOH⁺의 O–H 결합이 늘었다 줄어드는 신축 기본진동 흡수띠를 분자를 깨뜨리지 않고 관측했다.

분자 하나가 삼킨 빛은 왜 보기 어려운가

일반적인 흡수분광은 시료를 통과하기 전과 후의 빛을 비교한다. 그러나 분자 한 개가 흡수한 빛의 감소량은 광원 자체의 잡음에 쉽게 묻힌다. 원자는 같은 종류의 광자를 반복해서 흡수하고 방출하는 순환전이를 이용해 밝게 만들 수 있지만, 분자는 진동과 회전 상태가 복잡해 이런 닫힌 순환을 갖추기 어렵다. 그래서 기존 분자이온 분광에서는 빛을 흡수한 분자를 광분해하거나, 붙여 둔 태그가 떨어져 나가는 2차 반응을 검출하는 방법이 많이 쓰였다.

이번 실험의 발상은 빛의 감소량 대신 흡수가 남긴 밀침을 재는 것이다. 연구진은 선형 폴 트랩에 질량수 40의 Ca⁺ 두 개를 먼저 가둔 뒤, 하나를 수증기와 반응시켜 CaOH⁺로 만들었다. 생성에는 평균 약 5분이 걸렸으며, 공동운동 주파수를 이용한 질량분석으로 분자이온을 확인했다. CaOH⁺는 형광으로 직접 보이지 않지만 두 이온은 쿨롱힘으로 연결돼 함께 진동한다. 분자가 받은 반동을 밝은 원자이온으로 전달할 통로가 생긴 셈이다.

고양이는 분자가 아니라 두 갈래 운동이었다

연구진은 먼저 두 이온의 축방향 동위상 운동, 즉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진동을 양자역학적 바닥상태 부근까지 냉각했다. 이어 Ca⁺에 두 주파수 성분의 레이저를 가해 원자의 두 전자상태와 공동운동을 얽었다. 공동운동의 파동묶음은 +α와 −α라는 반대 방향의 두 갈래로 벌어졌다. 이것이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운동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다.

분자 자체가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에 해당하는 내부상태의 중첩이 된 것은 아니다. Ca⁺의 전자상태와 두 이온의 공동 진동 파동묶음이 서로 얽힌 상태다. 실험에서 최적으로 사용한 고양이 진폭 |α|는 6.5(7)였다. 괄호 안 숫자는 마지막 자릿수 기준 불확도를 뜻한다. 공개 모델의 운동좌표로 환산한 두 파동묶음의 최대 간격은 약 0.32 μm지만, 직접 촬영하거나 거리계로 측정한 값은 아니다.

이 상태에서 CaOH⁺에 중적외선 펨토초 펄스를 쏘면 흡수 반동이 두 운동 갈래 사이에 기하학적 위상차를 남긴다. 기하학적 위상은 파동이 양자상태 공간에서 거친 경로 차이가 남기는 표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고양이상태 생성 과정을 거꾸로 실행해 이 위상차를 Ca⁺의 전자상태로 옮긴 뒤 형광으로 판독했다. 고양이상태가 광자의 운동량이나 반동 자체를 물리적으로 키운 것은 아니다. 작은 반동이 만든 위상 신호를 더 민감하게 읽도록 한 양자 간섭계다.

적외선 펄스는 10 μs 간격으로 들어왔다. 두 이온의 공동운동 주파수는 400 kHz로, 한 번 진동하는 데 2.5 μs가 걸렸다. 따라서 다음 펄스가 도착할 때까지 이온은 네 번 진동해 같은 위상으로 돌아왔다. 펄스수에 따른 실험은 1·3·5·9·16·24·34개 조건에서 수행했고, 스펙트럼 측정에는 34개를 사용했다. 조사창은 350 μs였으며, 준비부터 형광 판독까지 한 순서에는 약 26.2 ms가 걸렸다.

정밀한 선 하나가 아닌 넓은 O–H 흡수띠

연구진은 3,537.98~4,037.64 cm⁻¹ 범위를 14개 파장 설정으로 조사해 CaOH⁺의 O–H 신축 기본진동 흡수띠를 관측했다. 양자화학 계산이 제시한 최종 전이값은 3,783 cm⁻¹로, 파장 2.643 μm와 에너지 0.469 eV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계산값이지 실험으로 정밀하게 피팅한 전이 중심은 아니다.

사용한 레이저의 대표 폭은 126.7(4) cm⁻¹로 넓었고, 펄스 길이는 푸리에 한계를 가정해 환산한 116.2(4) fs였다. 이 조건에서는 분자의 세부 회전선을 분해할 수 없었다. 실험은 넓은 흡수봉우리를 확인했지만 별도의 실험 중심값과 불확도를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성과의 핵심은 고해상도 스펙트럼이나 완전한 적외선 지문이 아니라, 새로운 반동 검출 원리다.

분자는 남았지만 양자상태까지 보존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말한 ‘비파괴’는 흡수 뒤에도 분자 결합이 끊어지거나 다른 화학종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다. 적외선을 흡수한 직후 O–H 진동상태는 실제로 변했고, 계산상 약 2.8 ms 뒤 복사적으로 이완한다. 반복측정에서도 처음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는 양자 비파괴측정, 즉 QND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다만 2024년 같은 플랫폼에서 CaOH⁺를 광해리해 스펙트럼을 얻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같은 화학종으로 남겨 다시 조사할 수 있었다.

‘단일광자’라는 표현에도 경계가 필요하다. 공개 심사자는 포화영역의 펄스열에서 흡수와 유도방출이 여러 번 일어난 뒤 단일광자 크기의 순반동만 남았을 가능성을 제시했고, 저자들은 이를 가능한 해석이라고 인정했다. Ca⁺의 이진 판독을 위상별로 여러 번 반복하고 사인곡선을 맞춰 신호 대비를 구했기 때문에, 광자 한 개의 흡수사건을 한 회 측정으로 센 단발 검출은 아니다. 고양이상태가 없는 직접법과의 실험적 비교도 충분한 신호대잡음비를 얻지 못해, 성능이 정확히 몇 배 향상됐다고 말할 수 없다.

모델은 흡수봉우리의 위치와 폭, 포화 경향을 정성적으로 포착했지만 신호의 절대 크기와 세부 동역학은 설명하지 못했다. 실제 검증 대상도 57 u의 작은 3원자 이온과 가장 강한 O–H 흡수띠 하나에 한정됐다. 더 무거운 분자와 약한 전이, 2,000 cm⁻¹ 아래 영역, 고해상도 회전선 분광은 남은 과제다. 그럼에도 희귀한 분자를 깨뜨리지 않고 빛 흡수의 미세한 반동을 반복해 물을 수 있다는 점은 분자 한 개를 다루는 분광법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자료: 인스브루크대·팔라츠키대·바르샤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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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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