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섯 걷는다리 아래 남은 ‘노’…3억2400만 년 전 곤충의 수상한 배

1985년 텍사스에서 주운 명함보다 짧은 화석을 편광필터로 다시 비추자, 가슴의 여섯 다리 아래로 아홉 쌍의 배 부속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쪽 일부는 작은 카누의 노처럼 납작했다. 걷는 다리는 오늘날 곤충처럼 이미 여섯 개였지만, 배에는 물속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가 남아 있었다. 육상형 몸과 수생형 도구가 한 동물에 겹쳐 보이는 뜻밖의 조합이다.
국제 연구진은 미국 텍사스주 브루스터 카운티 테스누스층에서 나온 화석 ‘SDNHM 28852’를 신속·신종으로 기재하고, 연구진이 줄기곤충으로 해석한 Chosha praecursor라고 이름 붙였다. ‘줄기곤충’은 현생 곤충의 직접 조상이라는 뜻이 아니다. 현생 종과 그 마지막 공통조상의 모든 후손을 뜻하는 왕관군 가까이에 있지만, 그 바깥에서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멸종 가지를 가리킨다.
화석은 새로 발굴된 것이 아니다. 프레더릭 슈람과 마이클 에머슨이 1985년 수집해 샌디에이고자연사박물관에 보관했고, 처음에는 갑각류의 어린 개체로 분류됐다. 2011년 재검토에서는 머리와 몸통 부속지가 기존에 비교되던 절지동물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집부터 새로운 종으로 발표되기까지 41년이 걸린 셈이다.
걷는 다리 6개, 배에는 부속지 18개
C. praecursor의 몸길이는 머리부터 배 끝까지 32.09㎜, 가운데 꼬리실과 두 미모까지 합치면 49.66㎜다. 연구진은 세 마디 가슴과 11마디 배, 채찍 모양 더듬이 한 쌍, 가운데 꼬리실, 두 미모와 산란관을 확인했다. 산란관을 근거로 이 개체를 성체 암컷으로 해석했다.
가슴에는 세 쌍의 외가지 보행다리가 있었다. ‘외가지’는 하나의 주된 가지로 뻗은 부속지라는 뜻이다. 실제로 걷는 다리라고 확인된 것은 이 6개다. 배 1~9마디에는 이와 별도로 여러 마디로 나뉜 외가지 부속지 아홉 쌍이 남아 있었다. 따라서 흔히 말할 수 있는 ‘24개’는 보행다리 6개와 배 부속지 18개를 합한 수이지, 24개의 다리로 걸었다는 뜻이 아니다. 배 부속지 18개가 모두 노 모양이었던 것도 아니며, 납작하게 변형된 모습은 뒤쪽 일부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산란관과 꼬리실 등을 곤충에 가까운 파생형질, 즉 조상 상태에서 새롭게 달라진 특징으로 봤다. 반면 배의 여러 부속지는 조상형 특징이 남은 것으로 해석했다. 핵심은 가장 오래된 곤충이라는 연대 기록이 아니라, 여섯 보행다리라는 곤충형 체제와 배의 다마디 부속지가 한 몸에 공존했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고리’라기보다 육상형 몸과 수생형 도구가 함께 남은 멸종 곁가지의 스냅사진에 가깝다.
뒤쪽 배 부속지의 납작한 외형은 물을 미는 노를 닮았고, 다른 배 부속지는 아가미 같은 기능을 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연구가 직접 확인한 것은 부속지의 위치와 분절, 외형이다. 실제로 헤엄칠 때 사용했는지, 호흡 표면이나 혈관·기관계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륙양용차처럼 두 환경의 장비를 함께 갖춘 모습으로 비유할 수는 있지만, 그 동물이 헤엄치거나 아가미로 호흡하는 장면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새 발굴 대신 빛을 바꿔 가려진 구조를 찾았다
연구진은 저각도 반사광과 반전 교차편광으로 화석을 촬영했다. 교차편광은 편광 선글라스 두 장을 엇갈려 겹쳐 암석 표면의 번쩍임을 줄이는 것과 비슷하다. 서로 다른 초점에서 찍은 사진은 소프트웨어로 합쳐 선명도를 높였다. 새 화석을 캐낸 것이 아니라, 오래된 표본에서 암석과 화석 사이의 가려진 대비를 끌어낸 작업이었다. CT나 조직학 분석으로 아가미 연조직을 찾아낸 연구는 아니다.
계통 위치를 가리기 위해서는 58개 형태 형질을 비교했다. 전체 행렬에는 23분류군, 축소 행렬에는 17분류군이 들어갔고, 최대절약법과 베이지안 분석이 사용됐다. 최대절약법은 진화적 변화 횟수가 가장 적은 계통을 찾는 방식이고, 베이지안 분석은 여러 계통 가설의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현생 분류군의 관계를 고정한 분석과 고정하지 않은 분석도 모두 실시했다.
가장 잘 맞은 계통수는 Chosha를 현생 곤충군의 자매군에 뒀다. 그러나 육각류 전체의 자매군으로 두는 대안도 SH 위상검정에서 p값 0.1945로 기각되지 않았다. 이 검정 결과는 최적 계통이 참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치를 배제할 근거가 충분한지 살피는 데 가깝다. 여러 고생대 화석의 갈라진 순서도 다분지, 즉 어느 가지가 먼저 갈라졌는지 정하지 못한 상태로 남았고 지지도는 0.65 미만이었다. 따라서 Chosha는 확정된 줄기곤충이라기보다 연구진이 초기 줄기곤충으로 해석한 후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곤충이 처음 육지에 오른 순간은 아니다
연구진은 화석이 나온 층서를 약 3억2400만 년 전으로 해석했다. 새 방사성연대 측정으로 연대를 정밀하게 잰 것은 아니다. 같은 산지를 2011년 문헌은 펜실베이니아기로 불렀고, 미국지질조사국은 테스누스층 전체가 미시시피아기와 초기 펜실베이니아기에 걸친다고 기술했다. 이 때문에 연대는 연구진의 층서 해석에 귀속해 이해해야 한다.
더 중요한 시간상의 제약도 있다. 가장 오래된 확실한 육각류 기록은 약 4억500만 년 전으로, Chosha보다 약 8100만 년 앞선다. Chosha를 최초의 곤충이나 곤충이 육지에 오르기 직전의 직접 조상으로 그리면 시간 순서가 뒤집힌다. 약 8000만~8100만 년이라는 넓은 기록 간격과, 3억8300만 년 전부터 3억2300만 년 전까지로 정의된 약 6200만 년의 ‘육각류 공백’도 서로 다른 범위다. 이 화석은 엄격히 정의된 공백의 거의 끝에 놓여 있어 공백 한가운데를 채운 발견으로 볼 수 없다.
반수생이라는 해석에도 두 갈래 가능성이 남는다. Chosha가 육각류 바깥의 자매군이라면 물에서 육지로 옮겨가던 과정의 모자이크형 몸일 수 있다. 반대로 육각류 내부에 놓인다면, 이미 육상성이었던 계통이 다시 물에 적응한 결과일 수 있다. 육각류의 마지막 공통조상이 이미 육상성이었다는 계통유전체 연구도 있어, 현재 분석만으로 두 시나리오를 가를 수 없다.
화석 한 점과 비어 있는 형질이 남긴 숙제
신종 기재는 완모식표본 한 점에 의존한다. 두 번째 Chosha 표본이 없어 성별 차이, 성장 단계, 개체 변이와 압착 과정의 왜곡을 비교할 수 없다. 58개 형질 가운데 실제로 부호화된 것은 26개, 44.8%뿐이며 나머지 32개는 화석에서 관찰할 수 없는 결측 형질로 남았다. 성체 암컷으로 기술된 표본에서 수컷 생식공에 관한 형질이 부호화된 이유도 공개 보충문서에는 설명되지 않았다.
분석 재현성에도 점검할 부분이 있다. 논문 설명은 최대절약 분석에 동일가중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공개 R 코드에는 내재가중을 뜻하는 수치가 들어 있다. 보고된 지지도 분석은 1000회 부트스트랩이지만 공개 스크립트에는 잭나이프 명령이 있고 1000회 반복 구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베이지안 모형과 프로그램 버전 표기도 문서와 공개 파일 사이에 어긋난다. 이 차이만으로 계통 결론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개된 패키지만으로 보고된 분석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다.
화석이 테스누스층 셰일의 석회질 점토암 단괴에서 나온 것은 확인됐지만, 매몰 장소가 곧 서식지라는 보장도 없다. 특정 층준을 연안의 얕은 물로 본 설명과 테스누스층 전반을 상당한 수심의 분지 퇴적으로 본 설명이 함께 존재하며, 사체가 물로 운반됐을 가능성도 남는다. 결국 이 화석이 보여주는 것은 확정된 진화 단계가 아니라 검증해야 할 정교한 가설이다. 추가 표본, 독립적인 계통 재분석과 부속지 기능 검토가 뒤따라야 적어도 일부 줄기곤충이 반수생 단계를 거쳤다는 가능성의 무게를 판단할 수 있다.
자료: 케임브리지대학교, 중국과학원 난징지질고생물연구소, 샌디에이고자연사박물관, 미국지질조사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