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최대수명 7년과 41~42년…박쥐 유전체에서 겹친 바이러스 적응과 ‘손상 세포 폐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31 07:03
윗수염박쥐속 9종의 유전체와 장수종 세포를 분석해 면역·DNA 손상 대응·암 억제·노화의 연결 가능성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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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iNaturalist · Marlo Perdicas, CC BY 4.0)

몸무게가 약 7g인 작은 박쥐 한 마리가 다리에 표지를 단 채 41년 뒤 다시 확인됐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지켜본 평균수명이 아니라 야생에서 표지·재포획으로 확인된 최대수명 기록이다. 같은 윗수염박쥐속에는 최대수명 기록이 7년인 종도 있다. 가까운 친척 사이에서 기록이 약 6배 벌어진 셈이다. 연구 본문은 장수 기록을 42년의 Myotis brandtii로 적었지만, 원 재포획 기록과 보충표는 41년이며 현재 분류에서는 당시 시베리아 개체를 M. sibiricus로 보는 견해도 있다. 숫자와 종 이름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작은 박쥐의 몸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세포 손상을 견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질문은 남는다.

2026년 8월 26일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을 바이러스와의 진화적 상호작용에서 추적했다. 핵심 장면은 손상된 세포를 무조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손상이 큰 세포에 ‘폐쇄’ 신호를 높이는 반응이었다. 세포를 건물에 비유하면 DNA 수리는 갈라진 벽을 보수하는 작업이고, 세포사멸은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한 방을 스스로 폐쇄하는 작업이다. 다만 연구가 어느 정도의 균열에서 수리 대신 폐쇄를 택하는지까지 측정한 것은 아니다.

가까운 친척인데 최대수명 기록은 약 6배

윗수염박쥐속은 139종 이상이 6개 대륙에 분포하며 약 3,300만 년 전에 출현한 집단이다. 최대수명 기록이 7년인 종과 41~42년인 종은 약 1,060만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처럼 가까우면서도 수명 기록이 크게 다른 집단을 비교하면 장수와 함께 진화한 유전체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M. lucifugus, M. velifer, M. evotis 등 북미산 8종의 유전체를 새로 조립하고 기존 M. yumanensis 유전체를 더해 9종을 비교했다. 새 유전체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두 반수체형을 구분한 염색체 규모 조립이었다. 염기의 평균 98.6%, 종별로는 98.1~99.0%가 22~23개 염색체 스캐폴드에 배치됐다. 완전히 조립된 염색체 비율은 종에 따라 29~70%였다. 즉 높은 배치율을 확보했지만 모든 염색체가 빈틈없이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최소 5종에서 확인된 상동유전자 1만9,646개의 단백질 서열을 정렬해 양성선택을 분석했다. 양성선택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특정 단백질 변화가 유리하게 남은 진화적 흔적을 뜻한다. 장수 계통에서는 암 관련 경로와 DNA 이중가닥 절단 복구 경로에 이런 신호가 집중됐다. 최대수명 약 34년인 작은갈색박쥐 M. lucifugus에서는 상동재조합 복구 경로 65개 유전자 중 35개, 단일가닥 어닐링 기반 상동성 복구 경로 37개 중 21개가 선택 유전자 집합에 들어갔다.

DNA 바이러스는 ‘문장’, RNA 바이러스는 ‘사본 수’가 달라졌다

분석의 또 다른 축은 바이러스 상호작용 단백질, 즉 VIP 5,527개였다. 이는 바이러스 구성요소와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보고된 숙주 단백질의 목록이다. 모두 바이러스를 막는 방어 유전자는 아니다. 바이러스의 감염을 돕거나 세포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도 포함돼 있다.

DNA 바이러스하고만 상호작용하는 VIP 1,046개에서는 단백질 서열의 양성선택이 과대표현됐다. 반면 RNA 바이러스하고만 상호작용하는 VIP 2,655개에서는 같은 종류의 전 유전체적 서열 선택 과대표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전자군의 복제와 소실이 유의하게 많았다. 설명서에 비유하면 DNA 바이러스 관련 적응에는 문장 자체를 고친 흔적이, RNA 바이러스 관련 적응에는 설명서 사본 수를 늘리거나 줄인 흔적이 두드러진 셈이다. 연구 결과는 ‘DNA 바이러스에는 적응했지만 RNA 바이러스에는 적응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두 바이러스 유형에 서로 다른 유전체 변화 방식으로 적응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항바이러스 단백질 PKR을 만드는 EIF2AK2의 복제형은 9종 중 7종에서 확인됐다. PKR은 바이러스에 대응해 단백질 생산을 억제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강하게 작동하면 정상 세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화재경보기와 비슷하다. 실제로 사람 PKR을 제거한 HeLa 세포에 박쥐 PKR1과 PKR2를 함께 발현했을 때 VSV와 SINV 억제력이 단일 복제본보다 유의하게 커지지 않았다. 고용량 발현에서는 세포 생존성이 낮아져 방어와 자기 손상 사이의 절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살아 있는 박쥐에서 수행한 감염 실험이 아니라 사람 세포에 박쥐 단백질을 넣은 재구성 실험이다.

강한 DNA 손상 뒤 커진 ‘세포 폐쇄’ 신호

연구진은 최대수명 약 34년인 M. lucifugus의 날개 피부 일차 섬유아세포에 NCS를 처리했다. NCS는 방사선과 유사하게 DNA 이중가닥 절단을 일으키는 약물이다. 비교군은 같은 속의 M. evotis와 속 밖의 Eidolon helvum, Pteropus rodricensis, Rousettus lanosus였다. 최대수명 7년인 종과 41~42년 기록종의 세포를 직접 맞붙인 실험은 아니었다.

공개된 10nM와 500nM 처리 결과 가운데 M. lucifugus 세포는 24시간 뒤 조사한 종 중 세포사멸 신호 증가와 생존 신호 감소가 가장 컸다. 500nM에서는 무처리군을 1로 했을 때 세포사멸 발광신호가 1.597배, 생존 발광신호가 0.816배였다. 같은 조건의 M. evotis는 각각 1.213배와 0.979배였다. 이는 M. lucifugus 세포의 59.7%가 죽었다는 뜻이 아니다. 사멸과 생존을 나타내는 발광신호의 상대적 변화이며 실제 암 발생률이나 세포사멸 비율을 측정한 값도 아니다.

별도의 RNA 염기서열 분석에서는 NCS 처리 6시간 뒤 세포주기 정지와 관련된 MDM2, CDKN1A, 세포사멸과 관련된 BAX의 전사가 증가했다. 세포분열·성장·DNA 수리·합성 관련 경로의 전사는 감소했다. 18시간 뒤에도 세포주기 관련 경로 감소와 스트레스 반응 증가가 관찰됐다. 그러나 이는 특정 농도와 시간에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 결과다. 실제 DNA 수리 속도와 정확도, 돌연변이 축적량을 측정해 ‘이 종은 DNA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RNA 분석의 처리농도도 본문과 보충방법에는 100nM, 품질관리 표본명에는 100µM로 적혀 있어 내부 표기가 충돌한다.

바이러스 면역과 장수를 잇는 가설, 아직 인과는 아니다

DNA 바이러스하고만 상호작용하는 VIP와 DNA 손상 반응 유전자의 중복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여기에 양성선택 유전자까지 포함한 세 집합의 중복도 유의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이러스에 대응하며 생긴 변화가 손상 세포 제거와 세포 항상성, 암 억제, 장수에도 함께 이익을 줬을 수 있다는 ‘길항적 다면발현’ 가설로 해석했다. 하나의 유전적 변화가 여러 특성에 동시에 영향을 주며 이익과 비용이 함께 얽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겹침은 원인을 증명하지 않는다. 연구는 바이러스 면역이 장수를 일으키는지, 박쥐의 실제 종양 발생률과 암 사망률이 낮은지 조사하지 않았다. 세포실험도 날개 피부 섬유아세포 한 종류에 한정됐다. M. lucifugusM. evotis는 각 8개체였지만 속 밖 비교종은 각 2개체였고, RNA 분석은 M. lucifugus 2개체에서 조건당 3회 반복했다. 면역세포와 다른 장기, 살아 있는 박쥐의 감염 환경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지는 남은 질문이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장수의 단일 비결이나 인간의 항노화 치료법이 아니다. 장기간의 진화에서는 DNA 복구 경로가 강한 선택을 받았고, 배양세포에 강한 손상을 줬을 때는 수리 관련 전사가 줄면서 세포사멸 신호가 커졌다는 두 장면이다. 약한 손상은 정확히 수리하고 복구하기 어려운 세포는 제거하는 전략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 전환 문턱은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와의 상호작용, DNA 손상 대응, 암 억제와 노화가 어디에서 실제 인과관계로 이어지는지 밝히는 일이 다음 과제로 남았다.

자료: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애리조나대, 국제감염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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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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