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2개월간 남극 얼음 695기가톤 늘었다…7,500㎞ 밖 열대 바다가 누른 ‘폭설 스위치’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1 07:29
위성시대 최대 단기 증가분 68%가 동남극에 집중…회복 아닌 자연변동, 라니냐와의 구분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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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University of Washington · Yoshihiro Nakayama, CC BY — 저작자 표시 필수)

남극의 ‘빙상 통장’에 강설은 입금되고, 바다로 빠져나가는 빙하는 출금된다. 2021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22개월 동안에는 입금이 출금을 앞질렀다. 이 기간 ‘남극 얼음’, 곧 바다에 떠 있는 해빙 면적이 아니라 육상 남극빙상의 총질량이 약 695.0기가톤(Gt·6,950억 톤) 늘었다. 물로 환산하면 약 695㎦, 2,500㎥짜리 올림픽 수영장 약 2억7,800만 개를 채울 양이다.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보고한 이번 증가는 2003~2024년 중력위성 기록에서 가장 큰 22개월 증가다. 다만 제목의 ‘반전’은 단기 질량곡선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남극빙상이 회복됐거나 융해가 멈췄다는 의미는 아니다. 695Gt도 모두 새로 내린 눈이 아니라 강설과 승화, 유출, 빙하의 바다 유출 등을 합친 순질량 변화다.

남극 전체가 아니라 동남극 한 구역에 몰렸다

증가분은 남극에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동경 70~145도·남위 65~75도의 퀸메리랜드–윌크스랜드(QW)에서 470.3±29.1Gt이 늘어 전체의 약 68%를 차지했다. 남극반도도 약 22%를 보탰지만 마리버드랜드을 비롯한 서남극은 계속 질량을 잃었다. 한쪽의 폭설이 다른 쪽의 빙하 손실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더 긴 시간축을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남극빙상은 2003~2024년 연평균 140.5±2.0Gt을 잃었다. 22개월 증가량은 이 장기 평균 손실의 약 4.95년분에 해당하지만, 이는 규모를 체감하기 위한 비교일 뿐 과거 손실이 복구됐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도 이번 사건을 지속적인 회복이 아닌 ‘아마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했다.

리모컨은 열대에, 물탱크는 인도양에 있었다

연구진이 제시한 출발점은 동남극에서 약 7,500㎞ 떨어진 열대 온난수역(TWP)이었다. 계절주기와 장기 추세를 제거한 이 해역의 해수면온도는 사건기에 약 0.5K 높았다. 이 온난화가 열대 대류와 상층 대기의 발산을 바꾸고, 로스비파 열차를 일으켰다는 해석이다. 로스비파는 지구 자전과 위도에 따른 힘의 차이 때문에 대기에서 크게 굽이치며 멀리 영향을 전달하는 파동이다.

파동이 남쪽으로 이어지면서 호주 남쪽에는 저기압, 동남극 연안에는 고기압이 놓이는 남북 방향의 쌍극자가 형성됐다. 이 배치가 폭풍의 길과 ‘대기의 강’을 QW 쪽으로 돌렸다. 대기의 강은 좁고 긴 띠를 이루며 많은 수증기를 운반하는 통로다. 인도양의 습한 공기가 이 통로를 따라 동남극으로 이동했고, 누적 강설에 따른 표면질량수지 증가가 빙하 유출 등의 손실을 잠시 앞질렀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구분이 있다. 대기 순환을 움직인 스위치는 열대 바다였지만, 눈의 직접적인 수분원은 주로 중위도 인도양과 남아프리카 쪽이었다. 물 분자 태깅 모의에서 이 핵심 수분원은 평년 QW 강수의 약 49%, 사건기 강수 증가분의 45%를 공급했다. 해당 해역의 증발량 자체는 유의하게 늘지 않았다. 열대의 물이 곧장 남극에 내린 것이 아니라, 열대의 열이 바람길을 바꿔 기존 수증기의 진로를 돌린 셈이다.

얼음을 촬영하지 않는 ‘우주 저울’

질량 변화는 GRACE와 GRACE-FO 쌍둥이 위성으로 측정했다. 이 위성들은 얼음의 두께를 사진으로 찍지 않는다. 지구 위를 나란히 돌면서 중력이 강한 곳을 지날 때 생기는 두 위성 사이 거리의 미세한 변화를 재고, 월별 중력장 변화에서 질량을 계산한다. 얼음뿐 아니라 대기와 해양의 질량, 빙하기 이후 지각의 움직임도 함께 감지하므로 지각조정과 지구중심, 저차 중력계수, 해안 신호 누출 등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중력자료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ERA5와 MERRA-2 재분석, RACMO와 MAR 지역기후모형, ECHAM5와 CAM5 대기대순환모형, 54개 수분원 구역을 추적한 물 태깅 자료를 결합했다. QW에서 ERA5 강수 이상은 351.2±26.2Gt, 두 지역기후모형의 표면질량수지 이상은 각각 348.3±25.3Gt과 346.3±24.8Gt이었다. 이례적인 적설이라는 방향은 일치했지만 GRACE의 470.3Gt보다 약 119~124Gt 작아 질량수지가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각 ±값도 모든 관측·모형 오차를 포괄한 신뢰구간이 아니라 22개월 월값의 표준편차다.

이상화된 ECHAM5 실험에서는 TWP를 평균 0.67K 따뜻하게 했을 때 동남극 강수가 약 0.3㎜/일 늘고 300헥토파스칼 고도가 약 40m 높아졌다. 사건기 관측에서는 각각 약 0.3㎜/일과 약 20m였다. 연구진은 이를 TWP 고수온이 동남극 쌍극자를 직접 강제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모형의 격자가 거칠어 좁은 남극 해안 지형과 개별 폭풍을 세밀하게 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회복 신호가 아니라 예측 오차를 보여준 사건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남아 있다. 별도 연구는 3년 연속 라니냐와 강해진 편서풍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진은 동태평양의 라니냐 냉각만 준 실험에서는 QW 쌍극자가 나타나지 않고 TWP 온난화 실험에서는 재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 심사에서는 TWP의 따뜻한 바다가 라니냐의 서쪽 부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라니냐와 무관함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 TWP 고수온이 더 직접적인 강제 요인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해석이다.

강해진 편서풍과 잦아진 대기의 강, 해빙 감소를 함께 강조하는 경쟁 설명도 배타적이지 않다. TWP가 원격 순환의 방아쇠가 되고 대기의 강이 수송수단으로, 해빙 감소가 국지적인 조절요인으로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핵심 통계 모드인 MCA3도 전체 제곱공분산의 8%만 설명한다. QW와 TWP 영역, 사건 기준을 관측된 패턴을 참고해 정했다는 선택 편향 위험도 있다.

출판 직후인 2026년 9월 1일 현재 이 원격연결을 독립적으로 재현한 후속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연구진의 기존 동남극 연구도 2003~2020년 자료를 다뤄 이번 사건을 직접 검증할 수 없다. 결국 이번 695Gt 증가는 남극의 회복 선언이 아니라 자연변동이 장기 손실을 잠시 가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열대와 남극을 잇는 원격연결을 기후모형이 얼마나 정확히 재현하느냐가 단기 및 10년 규모 해수면 전망의 오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이유다.

자료: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텍사스대 우주연구센터·NASA·유럽중기예보센터·IMBIE·IPCC·극지연구소·서울대·해양수산부·국립해양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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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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