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로증 DNA ‘오타’ 대신 프로제린의 ‘막 고정 스위치’를 바꿨다

망가진 물건을 고칠 때 반드시 처음 생긴 흠집부터 메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흠집 때문에 부품이 엉뚱한 곳에 달라붙는다면, 그 접착고리를 끊는 방법도 있다.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진은 조로증의 원인 DNA 한 글자를 되돌리는 대신, 비정상 단백질 프로제린이 세포핵의 막에 붙도록 만드는 ‘막 고정 스위치’를 바꿨다. 신경과 근육을 함께 기른 신경근육 오가노이드에서 이 전략을 시험한 결과, 핵막에 붙잡혀 있던 DNA 손상반응 단백질들이 다시 핵 안에서 초점을 만들었다. 다만 mRNA-LNP를 직접 주입한 고용량군의 편집률 8.55%는 단일 최고값이며, 평균은 6.22%, 범위는 4.19~8.55%였다. 사람이나 동물에서 치료효과를 시험한 연구도 아니다.
연구진이 ‘FATE’라고 이름 붙인 이 접근은 조로증을 일으킨 돌연변이 자체를 없애지 않는다. 대신 돌연변이가 만든 프로제린이 핵막에 고정되는 마지막 단계를 차단한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연결고리 하나를 끊어 세포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살핀 오가노이드 개념증명이다. 논문은 2026년 8월 31일 동료심사를 거쳐 교정 전 조기 공개됐으며, 아직 최종 교정을 마친 출판본은 아니다.
아미노산은 그대로인데 단백질 50개가 사라진다
고전형 허친슨·길포드 조로증(HGPS)의 약 90%는 LMNA 유전자의 c.1824C>T(p.G608G) 변이를 지닌다. 이 변이는 겉으로는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RNA를 필요한 부분끼리 이어 붙이는 스플라이싱 과정에서 숨은 절단 지점을 활성화한다. 그 결과 정상 단백질보다 아미노산 50개가 빠진 프로제린이 만들어진다.
문제의 핵심은 프로제린 끝에 남은 CSIM이다. CSIM은 CAAX 모티프, 즉 단백질 말단에 지질을 붙이도록 지시하는 짧은 표지다. 첫 번째 시스테인에 파네실이라는 지질이 붙는 파네실화가 일어나면 단백질은 핵막에 고정된다. 정상 prelamin A는 이후 ZMPSTE24 효소가 말단을 잘라 성숙한 라민A가 된다. 프로제린에는 이 절단 부위가 없기 때문에 파네실화된 채 핵막에 남는다.
FATE는 LMNA c.1981T>C(p.C661R) 변화를 새로 만들어 CSIM을 RSIM으로 바꾼다. 시스테인이 아르기닌으로 바뀌면 파네실이 붙을 자리가 사라진다. 조로증 원인변이도, 프로제린 생산도 남지만 프로제린이 핵막에 응집하는 것을 막는 설계다. 연구진은 near-PAMless SpRY-ABE8e 염기편집기와 가이드 RNA TGCTGCAGTTCTGGGGGCTC, PAM TAA를 사용했다. 반대 가닥의 A를 G로 바꾼 결과가 기준가닥에서는 T에서 C로의 변환으로 나타난다.
같은 미니 조직에서도 근육이 먼저 흔들렸다
연구진은 신경과 골격근 조직이 한 구조 안에서 함께 자라는 신경근육 오가노이드를 사용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만든 작은 입체 조직 모델이다. 실제 장기 전체를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다른 세포가 같은 환경에서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할 수 있다.
프로제린은 이 오가노이드의 신경 구획보다 근육 구획에 주로 축적됐다. 프로제린 양성 근육세포의 오가노이드별 평균 비율은 배양 40일에 6.8%, 74일에 19.3%, 156일에 40.9%로 늘었다. 처음보다 마지막 시점에 약 6배 많아진 셈이다. 신경 구획이 상대적으로 보존된 현상은 알려진 miR-9 작용과 부합했지만, 연구진이 이번 실험에서 성숙한 miR-9 자체를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다.
프로제린 양성 근육세포에서는 53BP1과 ATM이 핵막 주변에 몰렸다. 두 단백질은 DNA가 손상됐을 때 손상 지점으로 이동해 대응 과정을 조직하는 ‘수리공’에 가깝다. 연구진이 DNA 손상을 유도하기 위한 실험 조건으로 5 Gy의 X선을 조사했지만, γH2AX·pATM·53BP1 초점이 제대로 생기지 않았다. γH2AX 초점은 323개 세포 중 322개에서 형성되지 않았고, pATM 초점은 조사한 58개 세포 모두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5 Gy는 치료량이 아니라 세포의 손상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조건이다.
프로제린을 없애지 않고 ‘수리공’을 풀어줬다
FATE를 안정적으로 편집한 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자 프로제린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핵막의 응집이 풀리고 핵질 안으로 분산됐다. ATM과 53BP1의 핵막 억류도 완화됐다. X선을 조사한 뒤에는 γH2AX·pATM·53BP1 초점이 다시 나타났다. 핵막 주변에서 유전자 활동을 억제하는 조밀한 구조인 이질염색질과 관련된 H3K9me3 신호도 회복 양상을 보였다. 근육세포의 전반적인 유전자 발현 상태인 전사체는 원인변이를 교정한 대조군에 가까워지는 방향을 나타냈다.
비전형 조로증 변이 c.1968+5G>A를 지닌 환자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도 53BP1의 위치와 조사 후 초점 형성이 회복됐다. 이는 특정 원인변이 하나를 직접 고치는 방식과 달리, 여러 변이가 공통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제린의 파네실화 단계를 겨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시험한 질환 배경은 고전형 1종과 비전형 1종뿐이다. 모든 조로증이나 모든 LMNA 관련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말할 수는 없다.
또 초점의 재출현은 ‘DNA 복구 완료’와 다르다. 화재경보기와 출동 신호가 다시 켜진 것에 가깝다. 실제 이중가닥 절단이 얼마나 복구됐는지, 오류 없이 고쳐진 비율이 얼마인지, 장기간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줄었는지는 측정하지 않았다.
8.55% 뒤에 남은 전달·안전성의 문턱
연구진은 편집기 mRNA를 지질나노입자(LNP)에 담아 오가노이드에도 전달했다. 이는 동물의 정맥에 주사한 전신 전달 실험이 아니다. 근육 구획을 미세바늘로 세 차례 찔러 150~250 hPa의 압력으로 직접 주입하고, 바늘을 3초 동안 유지한 뒤 10일간 배양했다. 이후 오가노이드 전체 DNA를 시퀀싱했다.
단순 배양 방식의 편집률은 평균 1.622%였고, 직접 미세주입에서는 저용량군 평균 2.924%, 중간용량군 평균 4.052%, 고용량군 평균 6.217%였다. 고용량군 범위는 4.19~8.55%였다. 따라서 8.55%는 표적 DNA 읽기 100개 가운데 약 9개가 바뀐 한 오가노이드의 최고 사례를 뜻한다. 편집된 세포의 비율이나 근육세포만의 편집률, 치료된 세포의 비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편집률은 전체 오가노이드 DNA에서 측정됐고, 표현형 회복 영상은 군당 오가노이드 3개를 바탕으로 제시돼 두 결과를 직접 등치할 수도 없다.
안전성 문제도 남았다. 검사한 코딩 후보에서는 약 1% 판정선 이상의 비표적 편집을 찾지 못했지만, 유전자 사이 후보인 Off-3 한 곳에서는 처리군 약 18.24%, 대조군 0.224%의 편집이 검출됐다. 오프타깃은 편집기가 의도하지 않은 DNA 위치까지 바꾸는 현상이다. 표적 DNA뿐 아니라 비표적 DNA 변화도 세포에 남으므로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FATE는 질환 대립유전자만 골라내는 방식도 아니다. 표적이 질환변이에서 떨어진 LMNA 공통 말단에 있어 정상 prelamin A도 비파네실화되고 ZMPSTE24의 가공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라민A의 분자량 증가가 관찰됐다. 새로 생긴 –RSIM 단백질과 비파네실화된 정상 prelamin A가 장기간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로증의 치명적 병리와 관련된 혈관 평활근·내피세포, 심혈관 기능은 이번 모델의 중심이 아니었다. 전신 전달과 장기별 분포, 면역반응, 근력, 생존 개선도 시험하지 않았다. 이미 프로제린이 쌓인 성숙세포의 병변을 되돌릴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핵심 결과의 유전적 배경이 제한적이고, 단일세포 RNA 분석도 조건별 오가노이드 6개를 합쳐 라이브러리 하나씩 만든 1회 분석이었다. 사전 표본수 산정과 무작위배정, 눈가림도 없었으며 LNP의 핵심 이온화 지질 구조와 구체적인 몰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고전형 c.1824C>T 원인변이를 직접 고쳐 HGPS 생쥐의 여러 장기에서 약 20~60% 편집과 중앙생존기간 215일에서 510일로의 증가를 보고한 연구가 있었다. 이번 FATE의 차별점은 최초의 조로증 염기편집이라는 데 있지 않다. 돌연변이마다 다른 ‘오타’보다 프로제린이 공유할 수 있는 막 고정 과정을 겨냥했다는 데 있다. 그 가능성을 치료 후보 전략으로 발전시키려면 혈관과 심장으로 편집기를 전달하고, 실제 기능 개선과 장기 안전성, 정상 LMNA 편집의 영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료: 서울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Progeria Research Foundation·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미국 식품의약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