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문고전번역, 국가 인문학 R&D로 다뤄야 하는 이유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9.06 05:31
OCR·온라인 DB 확산 속 번역 기반 데이터와 전문 인력의 공공적 가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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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국가유산청,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한문고전번역이 책을 만드는 작업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 기반을 설계하는 국가 인문학 연구개발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고문헌을 디지털 문자로 옮기고 검색 가능한 데이터로 축적하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앞으로 어떤 자료를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고 검증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고전번역원법은 고전문헌을 1909년 이전에 한자·한글 등으로 작성된 기록물 가운데 학술연구 가치가 있는 자료로 정의한다. 법은 이러한 문헌의 수집·정리·번역뿐 아니라 번역정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일도 국가기관의 법정 목적에 포함한다. 고전번역이 일부 연구자의 개별 작업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보존하고 공동으로 활용해야 할 공공 지식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미 번역 성과의 이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 고전번역 종합정보망에는 조사 시점 기준 고전번역서 서지정보 8,226건이 등록돼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발행 학술지에 2026년 실린 논문 「뉴 노멀 시대, 고전번역사업의 역할」은 번역 성과의 이용 중심이 종이책에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인공지능 활용 가능성과 함께 그 한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도 구축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운영하는 AI허브는 2020년 고서 한자 OCR 학습데이터 10,142,816자와 원문 이미지·라벨 파일을 각각 57,081개 마련했다. OCR은 문헌 이미지에 찍힌 글자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문자로 바꾸는 기술이다. 사람이 책장을 한 장씩 읽어 입력하던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전처리 도구로 이해하면 쉽다.

AI허브가 공개한 한자 객체검출 모델의 성능은 F1-Score@IoU 0.8 기준 0.89다. 이는 이미지에서 한자 영역을 얼마나 잘 찾아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지, 문장의 뜻을 정확히 해석하거나 번역했다는 점수는 아니다. 글자 모양을 찾는 일과 문헌의 시대적 맥락, 용례, 문장 관계를 해석하는 일은 구분해야 한다. AI허브 역시 이 데이터를 검색과 한문 자동번역 같은 2차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도록 제시했다.

따라서 인공지능 활용이 확대될수록 전문가 검증의 역할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공식 서버에 공개된 DH2026 기조강연 질의응답에서는 AI 답변의 정오만 판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답변의 근거 데이터와 누락·오독을 전문가가 점검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검증된 해석을 XML과 DBMS에 축적해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XML은 문헌의 구조와 의미를 표시하는 형식이며, DBMS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검색하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다.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현행 과정도 운영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23년 청계서당 전문가과정을 신설했다. 2026년 과정은 사서·삼경·한국사료·문집·초서 강독을 3년 동안 교육하며, 참여자에게 월 100만원의 장학금과 수업료 면제를 제공한다. 한문 문장을 읽는 능력뿐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와 형태의 자료를 장기간 다루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 인문학 R&D라는 관점은 번역문 한 편을 완성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원문 이미지와 판독 결과, 번역문, 해석 근거, 오류 수정 기록을 연결하고 다음 연구와 서비스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과정까지 연구개발의 범위로 보는 접근이다. 축적된 자료와 전문가의 검증 체계가 결합돼야 고전번역의 디지털 전환도 안정적인 지식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료: 한국고전번역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AI허브), 한국연구재단(KCI),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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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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