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개국 7개 광시계 채널을 광섬유로 연결했다…두 이터븀 시계, ‘41억 년에 1초’ 수준으로 일치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6 07:01
영국·독일이 독립 제작한 Yb⁺ E3 시계 국제 비교 첫 10⁻¹⁷ 아래…초 재정의의 문턱과 남은 과제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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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hysikalisch-Technische Bundesanstalt/www.ptb.de, CC BY 4.0)

영국과 독일에서 서로 다른 연구진이 만든 시계 두 대가 있다. 두 시계의 속도를 비교했더니 약 41억 년에 1초 차이를 가려내는 수준에서도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없었다. 지구가 생긴 뒤 지금까지에 가까운 시간을 놓고 겨우 1초를 따지는 셈이다. 다만 실제로 41억 년 동안 시계를 돌렸다는 뜻은 아니다. 측정된 총 분수 주파수 불확도 7.7×10⁻¹⁸을 긴 시간의 오차로 환산한 비유다.

이탈리아 국립계량연구원(INRIM), 프랑스 LNE-파리천문대 시간·공간연구소(LNE-OP), 영국 국립물리연구소(NPL), 독일 연방물리기술청(PTB) 연구진은 유럽 광섬유망으로 4개국의 광시계 채널 7개를 연결한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2월 24일부터 65일간 측정하고 2026년에 발표한 연구다. 가장 정밀한 결과는 NPL과 PTB가 각각 독립 제작한 단일 이터븀-171 이온의 전기 팔중극(E3) 전이 시계에서 나왔다. E3 전이는 이터븀 이온 내부의 특정 에너지 준위가 바뀌며 약 642THz, 즉 초당 약 642조 번 진동하는 빛을 내는 현상이다.

초당 92억 번에서 642조 번으로 촘촘해진 눈금

현재 국제단위계의 1초는 세슘-133 원자의 교란되지 않은 바닥상태 초미세 전이 주파수를 정확히 9,192,631,770Hz로 고정해 정의한다. 세슘 원자가 초당 약 92억 번 만드는 규칙적인 진동을 시간의 눈금으로 삼는 방식이다. 국내 기본단위인 초도 같은 세슘 기준을 따른다.

광시계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빛의 주파수를 눈금으로 쓴다. 이번 최고 결과에 사용된 이터븀 이온 E3 전이의 주파수는 세슘보다 약 7만 배 높다. 자에 새긴 눈금이 촘촘할수록 작은 길이 차이를 읽기 쉬운 것처럼, 더 빠르게 진동하는 원자 전이를 이용하면 시간의 미세한 차이를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연구실에서 시계 하나가 높은 성능을 내는 것만으로는 국제적인 시간 기준을 바꿀 수 없다. 다른 나라가 다른 장비와 보정 방법으로 독립 제작한 시계도 같은 속도로 가는지 검증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새 초를 확정한 실험이 아니라, 국제 광섬유망을 통해 광시계의 주파수비, 즉 두 시계가 같은 속도로 가는지를 확인한 비교 실험이다.

파리를 거쳐 2155㎞, 흔들리는 빛을 되돌려 보정했다

연구진은 이터븀·스트론튬·수은 원자를 이용한 광시계를 연결했다. INRIM은 중성 이터븀-171 광격자시계, LNE-OP는 중성 수은-199 광격자시계를 운용했다. NPL은 단일 이터븀-171 이온 E3 시계와 스트론튬-87 광격자시계를, PTB는 이터븀-171 이온의 E2·E3 채널과 스트론튬-87 광격자시계를 연결했다. 다만 PTB의 E2와 E3 채널은 같은 물리 패키지와 이온 트랩을 공유하며 두 전이를 교대로 측정했다. 따라서 7개 채널을 완전히 독립된 장비 7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각 연구소는 원자 전이에 고정한 시계 레이저를 운용하고, 광주파수빗을 이용해 이 레이저와 광섬유 전달용 빛의 주파수를 비교했다. 광주파수빗은 서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수많은 빛의 주파수를 자의 눈금처럼 이용해 매우 높은 광주파수를 읽는 장치다. 영국과 독일 사이의 신호는 프랑스 파리권 연결점을 거쳐 명목상 2155㎞를 이동했다.

긴 광섬유도 완벽히 고정돼 있지는 않다. 온도와 진동이 섬유 길이와 빛의 위상을 흔들면 전달된 주파수에 잡음이 생긴다. 연구진은 왕복한 빛으로 이 흔들림을 측정하고 능동적으로 상쇄했다. 링크의 불안정도는 1초 평균에서 10⁻¹⁵ 미만이었고, 수천 초를 평균한 뒤에는 10⁻¹⁸ 미만으로 낮아졌다. 특성평가된 주파수 오프셋도 10⁻¹⁸ 미만이었다.

연구진은 동일한 1초 시간창의 데이터를 이어 원격 시계 사이의 비율을 계산했다. 여기에 각 시계의 계통 불확도와 통계 불확도, 연구소마다 다른 중력퍼텐셜 때문에 생기는 상대론적 적색편이 보정 불확도를 합쳤다. 중력이 다른 위치에서는 시간의 흐름도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원격 비교의 중력보정 불확도는 2.4×10⁻¹⁸에서 3.0×10⁻¹⁸ 사이였다.

차이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불확도 안에서 찾지 못했다

NPL과 PTB의 이터븀 이온 E3 시계 주파수비는 0.999 999 999 999 999 992 9(77)로 측정됐다. 괄호 속 77은 마지막 자리의 1표준편차 불확도를 뜻한다. 중앙값은 정확한 1보다 7.1×10⁻¹⁸ 낮았지만 총 불확도 7.7×10⁻¹⁸보다 작은 차이다. 따라서 두 시계가 완전히 같다고 증명한 것이 아니라, 현재 측정 불확도 안에서 차이를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결론이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독립 제작한 두 광시계를 10⁻¹⁷ 아래에서 검증한 첫 사례로 평가했다. 같은 NPL–PTB 시계 쌍을 2022년 위성항법시스템(GNSS)으로 비교했을 때의 불확도는 2.8×10⁻¹⁶이었다. 이번 수치는 약 36배 작다.

성과의 범위도 구분해야 한다. 전체 캠페인은 65일이었지만 핵심 E3 시계 쌍의 유효 동시 자료는 10개 일별 구간, 모두 103.2시간이었다. 약 나흘 분량으로, 65일 연속 운전이나 장기 재현성을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최종 정량표에는 6개 시계 사이의 주파수비 11개가 실렸으며 불확도 범위는 7.7×10⁻¹⁸에서 6.1×10⁻¹⁷까지였다. 최고 성능이 7개 채널 전체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PTB의 스트론튬시계는 시계 레이저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 10⁻¹⁷ 규모의 주파수 이동을 사후 보정할 수 없어 관련 비율이 정량 결과에서 제외됐다. 일별 자료의 산포를 나타내는 Birge ratio도 0.7에서 4.5였다. 연구진은 이 값이 1보다 큰 비교의 통계 불확도를 확대했으며, 운전조건 변화와 날짜별 계통보정, 아직 식별하지 못한 계통효과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11개 비율 역시 공통 시계와 보정값을 공유하므로 서로 독립된 검증 11회로 볼 수 없다.

초 재정의의 완성이 아니라 국경 간 검증망의 진전

이번 최고 불확도 7.7×10⁻¹⁸은 초 재정의를 위해 제시된 동일 전이 국제 비교 기준인 약 5×10⁻¹⁸ 미만보다 크다. 서로 다른 연구소의 같은 전이 시계를 최소 3회 비교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어떤 광학 전이 하나를 새 기준으로 선택할지, 여러 전이의 가중 기하평균을 사용할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2030년 국제도량형총회에 정의안과 시행일안을 제안한다는 목표가 논의되고 있지만 확정된 재정의 일정은 아니다.

종류가 다른 시계 사이의 질문도 남았다. 이탈리아 중성 이터븀 시계와 NPL 스트론튬 시계의 비율은 2018년과 2022년 일부 결과에서 약 4표준편차 벗어났지만, 다른 결과와는 일치했다. 어느 측정에 문제가 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프랑스 수은시계도 과거 다른 결과와 최대 약 2.5×10⁻¹⁶, 4표준편차 차이를 보였으며 이번 연구가 그 원인을 직접 해명한 것은 아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성 이터븀 광격자시계 KRISS-Yb1을 운용하고 국제원자시(TAI)에 기여하고 있다. 정정된 절대주파수 측정값은 518 295 836 590 863.73(14)Hz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은 KRISS-Yb1과 세종 인공위성 레이저추적 시스템을 전용 광섬유로 연결하고 우주와 지상의 10⁻¹⁷ 수준 시각 비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럽 실험의 7.7×10⁻¹⁸과 동급인 국내 또는 대륙간 장거리 직접 광시계 비교가 이미 달성됐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초의 재정의가 끝났다는 데 있지 않다. 광섬유 연결망이 국경을 넘어 시계 자체의 오차보다 작은 수준으로 주파수를 전달하고, 서로 다른 연구소의 시계를 검증하며, 이상이 있는 결과까지 가려낼 수 있음을 보였다는 데 있다. 동시에 더 낮은 불확도, 반복된 국제 비교, 장기 운전성, 서로 다른 원자시계 사이의 불일치 해소가 새 초를 향한 다음 과제로 남았다.

자료: INRIM·LNE-OP·LPL·NPL·PTB·BIPM·KRISS·K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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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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