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주가 너무 빨리 팽창한다 — 두 개의 정밀한 시계가 어긋난 자리
벽시계와 휴대전화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킨다면 우리는 둘 중 하나가 고장 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주를 재는 가장 정밀한 두 ‘시계’가 오랫동안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고장을 찾지 못했다.
엇갈린 것은 우주의 팽창 속도다. 허블상수는 우주가 지금 얼마나 빨리 부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한쪽은 약 67.4, 다른 쪽은 약 73.0이라고 말한다. 차이는 약 9%다. 값이 클수록 우주는 더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그만큼 더 젊다는 뜻이 된다.
같은 우주를 쟀는데 왜 답이 다를까. 이 불일치를 ‘허블 텐션’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숫자 하나를 정하지 못한 문제가 아니다. 두 측정이 모두 옳다면, 우주가 움직이는 방식을 설명하는 현재의 규칙에서 무엇인가 빠졌을 수 있다.
아기 우주는 67, 오늘의 우주는 73을 가리켰다
67.4라는 답은 우주의 아주 오래된 모습을 보고 얻었다. 유럽우주국의 플랑크 위성은 우주배경복사라는 희미한 빛을 측정했다. 우주배경복사는 아주 어린 우주가 남긴 빛의 흔적이다.
연구자들은 이 흔적을 현재의 우주 모형에 넣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을지를 계산했다. 그렇게 오늘의 팽창 속도를 거꾸로 추정한 결과가 67.4±0.5였다. 먼 과거의 사진을 보고 지금 아이의 키를 계산한 셈이다.
73.0이라는 답은 현재에 가까운 우주를 직접 재서 나왔다. 존스홉킨스대 애덤 리스가 이끄는 SH0ES팀은 별과 폭발한 별의 밝기로 거리를 잰 뒤, 그 은하들이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지 살폈다. 결과는 73.0±1.0이었다.
숫자만 보면 차이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양쪽의 측정 정밀도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이 불일치의 크기를 ‘5시그마’라고 부른다. 두 값이 우연히 이만큼 어긋날 확률이 약 350만분의 1, 동전을 스물두 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올 확률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물리학에서 ‘발견’을 선언하는 기준선이기도 하다. 그만큼 ‘어쩌다 잘못 쟀다’로 넘기기 어렵다.
우주 팽창률을 재는 일은 처음부터 어려웠다. 벨기에의 조르주 르메트르는 1927년 팽창하는 우주를 예측했지만, 프랑스어로 발표한 연구는 널리 주목받지 못했다. 에드윈 허블은 1929년 관측으로 팽창을 보여줬다. 당시 그가 얻은 허블상수는 약 500이었다. 오늘의 67∼73보다 일곱 배 이상 컸다.
측정은 한 세기 동안 크게 정교해졌다. 2018년에는 공식 명칭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숫자를 둘러싼 오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사울 펄머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는 허블상수에 대해 “수십 년 동안 풀기 불가능한 문제였던 길고도 빛나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깜빡이는 별이 우주의 자가 됐다
현재 우주에서 73이라는 값을 얻으려면 먼저 아주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아야 한다. 자를 들고 갈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확인한 거리 기준으로 더 먼 곳을 재고, 그 결과로 다시 더 먼 곳을 재는 방식을 쓴다. 이를 거리사다리라고 한다. 자로 잰 짧은 자를 이어 더 긴 자를 만드는 것과 같다.
사다리의 중요한 계단은 세페이드 변광성이다. 이 별은 일정한 주기로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1912년 하버드에서 별빛을 계산하던 헨리에타 리비트는 깜빡이는 주기가 길수록 별이 실제로 더 밝다는 법칙을 찾아냈다.
세페이드는 와트수가 적힌 전구와 비슷하다. 전구가 원래 얼마나 밝은지 아는데 멀리서 어둡게 보인다면, 그 차이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원래 밝기를 알고 거리 측정에 쓰는 천체를 ‘표준 촛불’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가까운 별의 거리에서 출발해 세페이드까지의 거리를 정한다. 이어 세페이드가 있는 은하에서 특정 종류의 폭발한 별을 관측한다. 그 폭발한 별을 더 먼 은하에서 찾아 사다리를 계속 올린다. 아래 계단이 조금만 흔들려도 꼭대기의 답이 함께 흔들린다.
그래서 73이라는 값이 잘못됐다면 세페이드 관측에 숨은 오류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특히 멀리 있는 세페이드는 주변 별과 먼지가 한 점으로 뭉쳐 보일 수 있다. 붐비는 콘서트장에서 친구의 얼굴만 골라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을 ‘붐빔’이라고 한다.
더 날카로운 눈은 논쟁을 끝내지 못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 의심을 시험할 날카로운 눈이 됐다. 애덤 리스팀은 2024년 NGC4258 은하와 폭발한 별이 관측된 은하 다섯 곳에서 세페이드 약 1,000개를 다시 살폈다. 주변 빛에 섞여 있던 별들을 하나씩 더 분명하게 구분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이 계산한 세페이드 거리는 거의 같았다. 별 밝기를 재는 눈금에서 두 관측의 차이는 -0.01±0.03에 그쳤다. 사실상 완전히 일치한 것이다.
붐빔 때문에 허블이 별을 실제보다 밝게 보고 거리를 잘못 계산했다는 설명은 ‘8.2시그마’로 기각됐다. 앞서 발견의 기준이던 5시그마보다도 훨씬 강한, 우연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이다. 제임스웹은 허블의 실수를 잡아낼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허블 관측이 맞았다고 판정한 심판이 됐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가간딥 아난드는 “놀라울 정도로 잘 일치했다. 이는 허블로 수행한 연구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리스는 더 강하게 말했다. 그는 “허블 텐션의 원인이 측정 오류라는 가능성을 매우 높은 신뢰도로 배제할 수 있다”며 “측정 오류가 사라지고 나면, 우리가 우주를 잘못 이해했을지 모른다는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가능성이 남는다”고 밝혔다.
같은 망원경을 보고도 답은 갈렸다
그러나 모두가 73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시카고대 웬디 프리드먼이 이끄는 CCHP팀도 같은 제임스웹 관측으로 거리를 다시 쟀다. 이들은 세페이드를 포함해 서로 다른 세 가지 별의 밝기 기준을 사용했다.
2024년 3월 13일 시카고에서는 세 개의 봉인된 봉투가 열렸다. 연구진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의 답을 모른 채 측정했다. 미리 답을 보고 판단이 기울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봉투 속 숫자는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세페이드만 사용하면 허블상수는 약 72였지만, 다른 두 기준은 약 69와 약 68을 가리켰다. 셋을 함께 고려한 프리드먼팀의 답은 약 70이었다. 초기 우주가 가리킨 67.4와 현재 우주의 73 사이였다.
프리드먼은 이 차이가 새로운 우주 법칙의 증거라기보다 거리 측정법 어딘가의 숨은 치우침을 보여준다고 본다. 그는 “세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물리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하나 이상의 거리 측정법에 체계적인 오류가 있다는 뜻”이라며 “허블상수가 73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스팀은 이후 관측 대상을 늘렸고 값이 다시 약 73으로 모인다고 밝혔다. 같은 망원경을 사용한 두 연구진이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허블 텐션은 해결됐다는 판정도, 사라졌다는 판정도 받지 못했다. 논쟁은 지금도 측정법과 표본을 넓혀가며 진행 중이다.
우주의 표준 조리법에 빠진 재료가 있을까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우주를 보통물질 약 5%, 암흑물질 약 25%, 암흑에너지 약 70%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빠르게 만드는 정체불명의 에너지다. 표준모형은 그 힘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 가정에도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암흑에너지분광기 DESI는 수백만 개에서 1,500만 개에 이르는 은하와 퀘이사를 이용해 우주의 팽창 역사를 추적했다. 퀘이사는 이 조사에서 먼 우주를 살피는 표지로 쓰이는 천체다.
DESI가 사용한 ‘우주 줄자’는 아기 우주의 음파가 은하 분포에 일정한 간격으로 남긴 흔적이다. 먼 곳을 볼수록 과거를 보게 되므로, 시대마다 이 간격이 어떻게 보이는지 비교하면 우주가 어떻게 커졌는지 읽을 수 있다.
2024년과 2025년 결과에서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며 변할 가능성이 나타났다. 우주배경복사 자료와 함께 보면 이 신호는 3.1시그마, 폭발한 별 자료까지 더하면 최대 4.2시그마였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점점 어려워지는 세기다.
눈길을 끄는 신호지만, 물리학이 ‘발견’이라 부르는 5시그마 문턱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서로 다른 자료 묶음이 잘 맞지 않아 생긴 착시일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더구나 변하는 암흑에너지는 비교적 늦은 우주의 현상이라, 67과 73의 불일치를 곧바로 해결하지도 않는다. 두 문제는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지만 현재로서는 별개의 질문이다.
초기 암흑에너지라는 해법도 거론된다. 아주 어린 우주에서 잠깐 켜졌다가 사라진 부스터가 있었다면, 우주배경복사로 계산한 67.4를 더 높은 값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보이지 않는 새로운 입자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도 있지만, 초기 우주에서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충돌할 수 있다. 어느 후보도 모든 관측을 한 번에 설명하지 못했다.
DESI 공동대변인인 워털루대 윌 퍼시벌은 “우리가 보는 것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우주론의 표준모형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변하는 암흑에너지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발견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시계가 다른 시각을 가리킬 때 가장 편한 답은 한쪽이 고장 났다는 것이다. 제임스웹은 그 답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우주 법칙이 발견됐다고 선언할 수도 없다.
남은 것은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가 우주를 재는 자에 아직 보이지 않는 흠집이 있는가. 아니면 우주의 규칙에 빠진 항이 있는가. 숫자 67과 73 사이의 작은 틈은, 인간이 우주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깊은 문이 됐다.
한국이 쥔 두 개의 관측 지분, 스피어엑스와 거대마젤란망원경
허블상수 공방은 남의 싸움만은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에 2016년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유일한 국제 협력기관이다. 2025년 3월 발사된 스피어엑스는 102개 파장으로 6개월마다 하늘 전체를 다시 찍으며 하루 약 3,600장의 이미지를 쏟아낸다. 정식 관측은 그해 5월 시작됐고 2년 동안 이어진다. 온 하늘 은하들의 분포 통계로 우주 탄생 직후 급팽창의 물리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 과학 목표의 하나로, 초기 우주라는 시계를 플랑크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읽는 작업이다.
지상에서는 칠레에 건설 중인 지름 25m 거대마젤란망원경(GMT)에 지분 10%로 참여해 그 몫만큼의 관측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국제 컨소시엄은 2022년 프로젝트 사상 최대인 2억500만 달러(약 2668억 원)의 추가 투자를 확정하며 제작에 속도를 냈고, 완공 시 제임스웹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를 목표로 내걸었다. 거리사다리의 계단을 더 정밀하게 다듬을 차세대 장비에 한국 몫의 시간이 있는 셈이다.
다음 심판은 예고돼 있다 — 유클리드의 6년, DESI의 4000만 개
논쟁을 가를 데이터는 이미 쌓이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2023년 7월 발사한 우주망원경 유클리드는 6년 동안 하늘의 3분의 1에서 수십억 개 은하의 모양과 분포를 재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겨냥한다. 2021년 5월 본관측을 시작한 DESI 협력단은 5년 관측을 마치면 은하·퀘이사 약 4000만 개의 지도를 완성해, 암흑에너지가 변한다는 신호가 진짜인지 최종 데이터로 가리겠다는 계획이다.
방식이 서로 다른 관측이 같은 우주를 겹쳐 재면 어느 한쪽의 숨은 오차는 드러나고 진짜 신호만 남는다. 67과 73 사이의 틈이 측정의 흠집인지 우주의 빠진 조각인지, 답을 좁힐 도구들은 이미 하늘에 떠 있다.
자료: 미 항공우주국·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존스홉킨스대, 시카고대, 플랑크 협력단, 유럽우주국, DESI 협력단, 사이언스·네이처·한국천문연구원·거대마젤란망원경(GMT) 국제컨소시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