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만여 뼛조각 속 4.5㎝…고대 단백질로 확인한 데니소바인의 첫 노뼈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07:26
형태 관찰과 단계별 단백질 분석으로 표본 5점 확인…팔 형태와 중국 서남부 분포를 보여주는 화석 증거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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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Dongju Zhang / [Wikimedia Commons](https://commons, CC BY-SA 4.0)

10㎝ 자의 절반도 안 되는 뼛조각으로 오래전 인류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중국 윈난성 볜푸 동굴(Bianfu Cave)에서 나온 약 4.5㎝의 조각이 그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뼈에 남은 단백질의 차이를 읽어 이 조각이 데니소바인의 노뼈임을 확인했다. 노뼈는 팔꿈치와 손목 사이에 있는 두 뼈 중 하나다.

표본 번호 BFD771인 이 화석은 팔꿈치 쪽 일부만 남아 있다.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의 푸차오메이가 연구 설계와 총괄을 맡은 연구진은 이를 발표 당시 처음 확인된 데니소바인의 노뼈로 보고했다. 2026년 9월 9일 발표된 연구는 작은 파편에서도 고인류의 몸과 분포를 이해할 증거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유전적 흔적에 비해 부족했던 몸의 증거

데니소바인은 2010년 시베리아 데니소바동굴의 손가락뼈 DNA에서 처음 확인된 고인류 집단이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은 물질이다. 현대 인구에 남은 유전적 흔적을 통해 이들이 아시아에 널리 분포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몸의 모습을 살펴볼 화석, 특히 머리 아래의 골격 자료는 부족했다. 어디에 살았는지와 어떤 몸을 가졌는지는 각각 화석으로 채워야 할 질문이었다.

고대단백질체학, 즉 오래된 표본에 남은 단백질을 분석하는 연구는 그 빈칸을 줄여왔다. 2019년에는 샤허 턱뼈가 고대 단백질을 통해 데니소바인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에는 바이 스야동굴에서 나온 갈비뼈도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성과를 데니소바인의 첫 머리 아래 골격 화석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새로 확보한 것은 팔의 특정 부위인 노뼈를 직접 비교할 표본이다.

발견의 출발점은 채석장 복원 현장이었다. 볜푸 동굴은 2019년 4월 폐채석장 일대의 생태복원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해 하반기 윈난성 문물고고연구소가 남은 퇴적층의 공동 발굴을 주도했다. 이후 출토된 수많은 뼛조각 가운데 인류의 흔적을 가려내기 위해 겉모양 관찰과 분자 분석을 단계적으로 결합했다.

6만 점을 살핀 뒤 단백질의 ‘신분표’를 읽다

연구진이 먼저 형태를 조사한 뼛조각은 6만 점을 넘었다. 이 가운데 인류의 뼈일 가능성이 있는 후보 22점을 추렸다. 다음으로 후보 22점과 무작위로 고른 54점, 모두 76점에 ZooMS를 적용했다. 무작위 표본은 단백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목에 등장하는 6만여 점은 형태 조사량이며, 전부 단백질 검사를 했다는 뜻은 아니다.

ZooMS는 뼈에 남은 단백질인 콜라겐을 잘게 나눈 뒤, 그 조각들의 질량 패턴을 비교해 동물의 분류를 돕는 분석법이다. 겉모양에서 얻은 후보를 단백질의 ‘신분표’로 다시 살피는 셈이다. 다만 이 신분표는 어느 개인인지 알려주거나 유전정보 전체를 읽어내는 장치가 아니다. 뼈의 주인이 어느 분류 집단에 속하는지 좁혀가는 단서다.

단백질의 보존 상태도 확인해야 했다. 무작위 표본에서는 상부층 뼈 36점 중 24점, 하부층 뼈 18점 중 3점에서 콜라겐이 검출됐다. 같은 동굴에서도 지층에 따라 분석에 쓸 단백질이 남아 있는 정도가 달랐던 셈이다. 이 수치는 검사한 뼈에서 콜라겐이 검출된 비율이며, 인류 뼈의 발견률이나 검사법의 정확도를 나타내지 않는다.

후속 정밀 분석에는 인류 뼈 3점과 다른 포유류 뼈 14점, 모두 17점을 사용했다. 치아 2점은 별도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LC–MS/MS라는 정밀 질량분석으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사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작은 구성 단위다. 앞선 단계에서 콜라겐 조각의 질량 패턴을 비교했다면, 여기서는 그 구성 단위의 배열을 더 자세히 읽었다.

데니소바인 판별을 뒷받침한 표지는 COL1A2 R996K였다. 콜라겐 사슬의 특정 위치에서 아미노산인 아르기닌(R) 대신 라이신(K)이 나타나는 차이를 뜻한다. 연구진은 최종 귀속 표본 5점 모두에서 이 표지를 확인했다. 집단 사이의 진화적 관계를 나뭇가지처럼 나타내는 계통수 분석도 데니소바인으로의 귀속을 뒷받침했다.

이렇게 단백질로 확인한 표본은 마루뼈 조각 2점, 노뼈 조각 1점, 치아 2점이다. 마루뼈, 또는 두정골은 머리뼈의 위쪽과 옆쪽을 이루는 뼈다. 동굴에서 확인한 인류 화석 전체는 뼈 3점과 치아 4점으로 모두 7점이지만, 그중 단백질로 데니소바인에 귀속한 것은 5점이다. 표본은 남아 있는 뼈나 치아를 세는 단위이므로 이를 사람 5명 또는 7명으로 바꿔 읽을 수는 없다.

여러 집단을 닮은 팔뼈, 중국 서남부의 분포 증거

노뼈에는 서로 다른 비교 집단을 닮은 특징이 함께 나타났다. 팔꿈치 관절을 이루는 머리 부분이 큰 점 등은 네안데르탈인과 닮았다. 반면 보존된 부분의 전체 외형과 관절머리 아래 목 부분의 단면은 현생인류에 더 가까웠다. 하나의 뼈에서도 어떤 부위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닮은 집단이 달랐다는 관찰이다. 이 결과만으로 해당 개체가 두 집단의 혼혈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크기를 해석할 때도 남은 부분과 복원한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관절머리 지름은 약 23.2㎜로 추정됐지만, 남은 가장자리에 원을 맞춰 얻은 근사값이다. 완전한 관절머리가 보존돼 직접 잰 값은 아니다. 연구진은 오른쪽 노뼈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길이 약 45㎜ 역시 남아 있는 조각의 길이이며, 팔이나 노뼈 전체의 길이를 뜻하지 않는다.

분포 측면에서는 중국 서남부에 데니소바인이 있었다는 직접 화석 증거가 추가됐다. 윈난은 주변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어 이들의 분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다만 특정 장소에 남은 화석은 그곳에 존재했다는 증거다. 어느 방향에서 이동해 왔는지, 어디에서 현생인류와 교잡했는지까지 확정하는 이동 경로 지도는 아니다.

노뼈가 나온 7층의 연대는 약 14만8000~13만4000년 전이다. 이는 뼈가 출토된 지층을 기준으로 한 범위다. 인류 화석이 나온 여러 층 전체의 연대인 약 16만7000~13만4000년 전과는 구분해야 한다. 그중 가장 오래된 값을 가져와 ‘16만7000년 된 노뼈’라고 표현하면 서로 다른 층의 정보를 섞게 된다.

뼈 자체를 대상으로 한 우라늄계열 연대측정도 수행했지만, 연구진은 그 결과를 최소연대 추정치로 해석했다. 적어도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추정하는 값이라는 의미다. 지층의 연대와 뼈의 직접 측정값은 측정 대상과 해석이 다르므로, 두 값을 평균 내 하나의 나이로 합칠 수는 없다.

단백질이 답한 질문과 아직 남은 질문

이번 연구가 확보한 노뼈는 1점뿐이다. 보존된 부분의 형태를 비교할 수는 있어도, 이를 근거로 데니소바인 전체의 키·체중·근력이나 집단 내부의 차이를 확정할 수 없다. 연구진은 뼈 3점에서 고대 DNA를 회수하는 데도 실패했다. 볜푸 집단의 더 세부적인 계통과 현대인에게 남긴 유전적 기여를 밝히려면 추가 유전체 증거가 필요하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는 검증과 수정도 있었다. 출판 전 심사에서는 일부 미량 콜라겐의 현대 오염 가능성과 단백질 배열을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추가 검증을 거쳐 의심되는 단백질과 조각의 분석 결과를 제외했고, 재심에서 해당 검토자들은 추가 자료와 결론을 지지했다. 형태 선별과 ZooMS의 결합 역시 기존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새로운 분석법을 발명한 성과는 아니다.

유적 기록에도 한계가 있다. 채석 발파로 원래 동굴 구조와 완전한 퇴적 순서를 복원하기 어렵고, 굳은 하부층에서 뼈를 꺼내는 과정도 파편화에 영향을 줬다. 모든 파손을 고대인의 행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화석이 없는 층과 퇴적 공백도 있어 유적의 모든 시기를 데니소바인에게 귀속하거나 오랜 기간 계속 거주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단백질 분석으로 형태 판별을 보완한 사례가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국가유산청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한 2025년 연구는 현대 동물 4종과 유적 출토 동물뼈 20점을 조사했다. 형태상 소일 가능성이 제기됐던 표본 KAA009는 단백질 분석에서 말속(Equus)으로 확인됐다. 말속은 생물 분류상의 집단 이름으로, 특정 말 종까지 밝혔다는 뜻은 아니다.

이 국내 사례가 십수만 년 된 한반도 인류 화석의 분석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뼛조각을 다시 살필 수 있다는 연구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볜푸 동굴의 4.5㎝ 조각이 채운 것도 그런 빈칸이다. 데니소바인의 몸 전체가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들의 노뼈를 실제 표본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자료: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고인류연구소, 윈난성 문물고고연구소, 막스플랑크연구회,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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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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