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노바디 5종으로 코브라·킹코브라 4종 독에서 생쥐 보호…지역 맞춤 항독소의 가능성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14:39
아프리카 독소 연구에서 찾은 항체 후보 활용…독 주입 후 투여에서도 보호 효과, 사람의 안전성·효과 검증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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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Smithsonian Institution](https://nationalzoo.si.e, 퍼블릭 도메인)

아프리카 뱀의 독소를 연구하며 찾은 항체를 인도 코브라의 독에도 쓸 수 있을까. 인도과학원(IISc)·덴마크공과대학(DTU) 공동연구진이 생쥐 실험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항체 조각인 나노바디 5종을 조합한 실험용 항독소가 인도산 코브라·킹코브라 4종의 독을 주입한 생쥐의 사망을 막았다고 보고했다. 사람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단계는 아니다.

2026년 9월 9일 발표된 이번 연구는 독과 항독소를 미리 섞는 시험뿐 아니라, 독을 먼저 주입한 뒤 항독소를 투여한 실험에서도 보호 효과를 보였다. 핵심은 서로 다른 뱀의 독에 대응할 항체 후보를 확보하고, 필요한 종류를 골라 조합했다는 점이다. 지역에 따라 독 성분이 달라지는 문제에 대응할 접근을 제시했다.

같은 코브라도 사는 곳에 따라 독이 달랐다

뱀독에 맞는 항독소를 찾는 일은 적지 않은 생명과 연결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3년 자료는 세계에서 해마다 약 540만 명이 뱀에 물리고, 이 가운데 독에 의한 중독은 180만~270만 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사망 추정치는 8만1410~13만7880명이다. 뱀에 물린 사례 전체가 독 중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제 개발을 어렵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뱀 이름만으로 독의 구성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1년 연구는 안경코브라의 7개 개체군, 즉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집단을 비교했다. 이들은 6개 생물지리 구역에 걸쳐 있었다. 연구에서는 독 성분뿐 아니라 생쥐에 대한 치사성과 시험한 항독소의 중화 성능, 즉 독의 작용을 막는 능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생쥐 정맥에 독을 주입했을 때 LD₅₀는 체중 1㎏당 0.22~2.53㎎이었다. LD₅₀는 정해진 실험 조건에서 동물 절반을 사망시키는 독의 양이다. 가장 큰 값이 가장 작은 값의 약 11.5배로, 같은 기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독의 양이 열 배 넘게 벌어진 셈이다. 이는 생쥐 실험에서 측정한 차이이며, 사람의 사망위험이 11.5배 다르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항독소를 평가할 때는 어느 종을 시험했는지와 함께 어느 지역의 독을 썼는지도 살펴야 한다. 한 지역의 독을 막았다는 결과만으로 같은 종의 모든 독에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차이에 대응할 방법으로, 여러 뱀이 공유하는 독소의 특징을 겨냥한 항체 후보의 활용 가능성을 살폈다.

작은 항체 5종을 골라 독소군에 대응했다

나노바디는 낙타과 동물의 중쇄항체에서 가변영역(VHH), 즉 표적을 알아보는 부위를 이용한 작은 항체 단위다. 이번 연구의 ‘5종’은 서로 다른 종류의 나노바디 다섯 가지를 뜻한다. 항체 분자 다섯 개만 투여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코브라과 뱀의 독소를 대상으로 확보했던 후보를 이번 조합에 활용했다.

초기 후보를 찾는 과정에는 면역반응을 유도한 낙타과 동물과 파지 디스플레이가 사용됐다. 파지 디스플레이는 항체 후보를 바이러스 표면에 제시해 필요한 후보를 골라내는 기술이다. 이렇게 선별한 항체는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재조합 기술로 생산할 수 있다. 재조합 항독소란 골라낸 항체의 유전정보를 생산 설계도로 삼아 만드는 항독소를 말한다.

이번 조합이 겨냥한 독소군은 α-신경독소, 세포독소, 인지질분해효소 A₂였다. α-신경독소는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방해하고, 세포독소는 세포를 손상시킨다. 인지질분해효소 A₂는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을 분해하는 효소다. 이름도 작용도 다른 독소군에 대응하도록 작은 항체들을 조합한 것이다.

보호 효과를 확인한 대상은 코브라 2종과 킹코브라 2종이었다. 코브라는 인도 여러 지역의 안경코브라와 인도산 외알코브라였다. 킹코브라는 인도 서고츠산맥의 오피오파구스 칼링가(Ophiophagus kaalinga), 인도 북동부의 오피오파구스 한나(Ophiophagus hannah)였다. 이 네 종의 결과를 인도 전체 독사에 대한 효과로 넓혀 해석할 수는 없다.

항체 후보를 조합하는 접근은 ‘지역마다 필요한 도구를 골라 넣는 공구함’에 비유할 수 있다. 나노바디가 도구라면 독소군은 각 도구가 대응할 대상이다. 여러 뱀의 독소가 공유하는 특징에 맞는 도구를 확보해 두고, 지역의 독소 구성에 따라 조합을 달리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이는 연구 결과에서 읽을 수 있는 개발 방향이며, 지역별 완제품이 개발되거나 승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독을 먼저 주입한 뒤에도 보호했지만, 조건을 구분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두 방식으로 항독소를 시험했다. 하나는 독과 항독소를 미리 섞은 뒤 생쥐에 주입하는 사전 혼합 실험이었다. 다른 하나는 독을 먼저 주입하고 이후 항독소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구제 실험이었다. 구제 실험은 이미 독에 노출된 뒤 치료한다는 순서에서 실제 치료 상황에 한 걸음 가까운 시험이다.

두 실험은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사전 혼합에서는 독과 항독소가 투여 전에 만난다. 구제 실험에서는 독이 몸에 들어간 다음 항독소가 투여된다. 따라서 미리 섞었을 때 보호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독 노출 이후의 치료 효과까지 확인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독 주입 후 투여에서도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관련 성과를 읽을 때는 선행 연구와도 구분해야 한다. 2025년 연구에서는 나노바디 8종을 조합해 사전 혼합 실험에서 아프리카 코브라과 18종 중 17종의 독에 대한 생쥐 생존을 확보했다. 이번 결과는 나노바디 5종과 인도산 뱀 4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연구다. 두 연구의 항체 종류 수나 대상 뱀의 종 수를 합쳐 하나의 항독소 성능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번에 확인된 보호 효과에도 해석의 경계가 있다. 군별 생쥐 수, 실제 투여량, 관찰기간 등은 논문 본문·보충자료와 대조하지 못했다. 분모가 확인되지 않은 성공률을 제시하거나, 사람에게 적용할 치료 가능 시간을 계산할 근거는 부족하다. 확인된 결론은 독 주입 후 항독소를 투여한 동물실험에서도 보호 효과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지역 맞춤 치료까지 남은 거리

시험한 독 가운데 효과가 없었던 것도 있다. 연구진은 시험한 인도 크레이트류의 독에는 이번 조합이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크레이트류와 위험한 살무사류까지 포괄하려면 추가 나노바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합 방식을 발전시킬 여지와 함께, 현재 조합의 적용 범위도 보여준다.

항체가 작다는 특징만으로 치료 성능을 판단할 수도 없다. 선행 연구는 나노바디가 혈액에서 빨리 제거될 경우 물린 부위에서 뒤늦게 유입되는 독소에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항체가 조직에 얼마나 잘 도달하는지와 몸속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독소를 알아보는 능력과 치료에 필요한 시간 동안 작용하는 능력은 따로 검증할 문제다.

사람에게 필요한 용량과 안전성, 체내 지속시간, 더 늦게 투여했을 때의 효과도 남아 있다. 의약품 제조기준을 충족하고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WHO가 강조하는 항독소 배치, 의료진 훈련, 가격, 원거리 의료 접근성 역시 치료 성과를 좌우할 과제다. 생쥐에서 독을 막는 항체 조합을 찾는 것과 환자가 필요한 때 치료받게 하는 것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한국에서도 독 성분의 차이를 살핀 연구가 있다. 전남대학교·남부대학교·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이 참여해 2026년 3월 6일 발표한 논문은 국내 살무사속(Gloydius) 3종의 독 단백질과 유전자 발현, 즉 유전정보가 작동하는 양상의 차이를 보고했다. 종에 따라 독 구성이 다르다는 사실은 어떤 독소에 대응할 항독소가 필요한지 조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연구는 이번 나노바디 조합의 한국 살무사 효능을 시험한 결과가 아니다. 두 연구가 연결되는 지점은 각 지역과 종의 독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성과는 기존 항체 후보를 다른 지역의 관련 독소에 활용하고, 독 노출 이후에도 생쥐를 보호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가능성을 지역별 치료제로 이어가려면 대응하지 못한 독소를 보완하고 사람의 안전성과 효과, 공급 조건을 차례로 입증해야 한다.

자료: 인도과학원(IISc), 덴마크공과대학(DTU), 세계보건기구(WHO), 전남대학교, 남부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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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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