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같은 아이들을 7·8·11·14세에 추적했더니…손은 빨라져도 ‘숨은 패턴의 이점’은 줄었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16:09 · 수정 2026.09.15 16:33
97명 종단분석에서 시각적 순서 학습의 반응시간 이점 감소…전체 속도·정답률은 향상, 모든 학습의 쇠퇴로 해석할 수 없어
[기획] 같은 아이들을 7·8·11·14세에 추적했더니…손은 빨라져도 ‘숨은 패턴의 이점’은 줄었다
연구진이 소속된 ELTE 외트뵈시 로란드대 심리학연구소 건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자벨라 거리 46번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12akd·CC BY-SA 4.0)

화면에 강아지 얼굴이 나타나면 그 위치에 맞는 키를 누른다. 아이가 자라면 이런 과제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같은 아이들을 7·8·11·14세에 해당하는 네 시점에 검사하자 다른 변화가 함께 나타났다. 자주 등장하는 숨은 패턴 덕분에 얻는 추가적인 반응속도 이점은 작아졌다. 손이 빨라지는 것과 패턴을 익혀 얻는 이점이 커지는 것은 서로 다른 변화였다.

ELTE 외트뵈시 로란드대와 그리니치대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2026년 9월 3일 공개했다. 심사와 게재 승인을 마친 조기공개 논문이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특정 시각 과제에서 반응시간으로 측정한 학습 이점의 감소다. 성장하면서 지능이나 학습 능력 전체가 떨어졌다는 결과는 아니다.

강아지를 따라 누르는 동안 익힌 것은 무엇인가

통계학습은 반복되는 경험에서 자주 나타나는 관계나 패턴을 익히는 능력이다. 여기서 ‘통계’는 아이가 수식을 계산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자극들이 자주 이어지는지 경험을 통해 익힌다는 의미다. 1996년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생후 8개월 영아가 인공 음성열을 2분 들은 뒤 음절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이용해 단어 경계를 구분했다고 보고했다. 단어의 뜻이나 언어 전체를 배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른 시기에도 이런 학습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연구는 소리 대신 눈으로 보는 자극의 확률적 순서, 즉 일정한 조합이 다른 조합보다 자주 나타나는 순서를 다뤘다. 연구진은 헝가리 학교에서 모집한 아동을 2010년 10월부터 2018년까지 반복 평가했다. 처음 모집한 135명 가운데 두 시점 미만 참여한 24명과 신경심리검사 자료가 누락된 14명을 제외한 97명이 주분석에 포함됐다. 이들 모두가 네 차례 검사를 마친 것은 아니다.

검사에는 교대 연속반응시간 과제(ASRT)를 사용했다. 화면의 네 위치 중 한 곳에 강아지 얼굴이 나타나면 해당 키를 누르는 방식이다. 정해진 위치와 무작위 위치가 번갈아 제시되면서, 연이어 나타나는 세 자극의 조합 가운데 일부가 다른 조합보다 흔해졌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은 나타난 그림에 반응하는 것이었다. 다음 위치를 미리 맞히도록 요구한 게임은 아니었다.

시점마다 본 시행은 1,600회였고 연습을 포함하면 1,700회였다. 반응한 뒤 다음 자극이 나타날 때까지의 간격은 120밀리초, 즉 0.12초였다. 연구진은 드문 조합에 반응하는 데 걸린 시간에서 흔한 조합의 반응시간을 뺐다. 이 차이가 클수록 흔한 패턴에서 더 빨리 반응했다는 뜻이다. 사후 질문에서 참가자들은 교대 순서를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식적인 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체 속도와 패턴의 이점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97명 주분석에서 통계모형으로 추정한 학습 이점은 7세 23.90밀리초, 8세 20.00밀리초, 11세 14.30밀리초, 14세 10.70밀리초였다. 각각의 95% 신뢰구간은 18.25∼29.60밀리초, 13.36∼26.70밀리초, 7.97∼20.70밀리초, 5.42∼16.00밀리초였다. 신뢰구간은 추정치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보여주는 구간이며, 아이들 개인 점수의 최솟값과 최댓값은 아니다.

1밀리초는 1초의 1,000분의 1이다. 흔한 패턴의 이점은 약 0.024초에서 약 0.011초로 줄어든 셈이다. 일상에서 짧게 느껴질 시간 차이지만, 이 과제에서는 흔한 조합과 드문 조합에 대한 반응을 비교하는 학습 지표였다. 연령에 따라 두 조건의 반응시간 차이가 달라지는 현상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그렇다고 검사하지 않은 나이에서도 매년 일정하게 감소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시에 전체 반응시간의 실제 관측 평균은 약 0.78초에서 0.40초로 짧아졌다. 전체 정답률의 모형 추정치도 7세 87.7%(95% 신뢰구간 85.8∼89.5%)에서 14세 93.1%(90.7∼95.6%)로 높아졌다. 아이들은 과제를 전반적으로 더 잘 수행했다. 줄어든 것은 전체 수행 능력이 아니라, 두 종류의 패턴 사이에서 반응시간으로 포착한 추가 이점이었다. 전체 반응시간 평균과 학습 이점의 모형 추정치 역시 구분해 읽어야 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같은 사람의 변화를 장기간 살폈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연령집단을 비교하는 횡단연구가 연령별 단체사진이라면, 같은 사람을 여러 시점에 검사하는 종단연구는 한 아이의 성장 앨범에 가깝다. 다만 평균의 변화가 모든 아이의 변화는 아니었다. 7세와 14세를 비교할 수 있었던 83명 중 48명, 약 57.8%에서 7세 학습 점수가 더 높았다. 이 비율을 개별 아동의 미래를 예측하는 확률로 쓸 수는 없다.

작아진 시간 차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해석의 핵심 쟁점은 기본 반응속도다. 이미 빠르게 반응하는 나이 든 아동에게는 두 조건 사이의 시간 차이가 작아질 여지가 있다. 숨은 패턴을 익히는 능력이 달라져서인지, 전체 속도가 빨라진 영향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개 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연구진은 빠른 참가자를 제외하는 등의 추가 분석에서도 감소 경향이 유지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속도의 영향이 결과를 뒤섞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과, 그 영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다르다.

정답률 결과도 해석의 범위를 제한한다. 전체 정답률이 높아졌다는 사실과 별개로, 흔한 조합과 드문 조합 사이의 정답률 차이에서는 연령에 따른 유의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반응시간에서 나타난 감소가 정확도에서도 반복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정답률이 높고 변동이 작아 차이를 포착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자들의 해석이며, 정답률 결과를 생략하거나 학습 효과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결론낼 근거는 아니다.

집행기능, 즉 목표에 맞춰 주의·기억·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이 이러한 감소를 일으켰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 분석은 14세의 집행기능 점수를 앞선 학습 변화 경로와 연결했다. 언어유창성 요인에서는 관련성이 나타났지만 작업기억 요인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 두 능력이 함께 어떻게 발달했는지, 어느 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줬는지를 확인한 설계는 아니었다. 직접적인 뇌 측정도 없었으며 연구진은 심사 과정에서 기전 설명 문단을 삭제했다고 답했다.

학습 변화 경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 분석 역시 탐색적 분류다. 주분석에서는 한 집단이 3명뿐이었다. 분류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비판 이후 추가 분석이 이뤄졌지만, 이를 교육 현장에서 아이를 구분하는 확정적 유형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표본도 헝가리 학교에서 모집한 편의표본이었고 시점별 누락 자료가 있었다. 사전 통계적 표본수 산정은 하지 않았다. 같은 순서를 반복 배정받은 17명을 제외한 80명 보완분석에서도 연령 차이는 유지됐지만, 이러한 제약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패턴 학습에 하나의 성장 곡선은 없다

다른 과제에서는 유지되거나 향상되는 결과도 나왔다. 2026년 다른 종단연구는 5∼12세 187명을 16개월 추적했다. 확률적 순서 학습은 반복 검사 시점에 따라 향상됐지만, 연령집단별 변화의 차이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수행이 좋아졌다는 결과와 연령집단 사이에 변화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는 함께 성립한다. 과제와 연령, 연구설계가 다른 만큼 이번 연구의 직접적인 재현 실패로 볼 수도 없다.

국내에서는 한국뇌연구원·연세대·충북대 연구진이 2020년 위치확률 학습을 연구했다. 대구에서 모집한 5∼9세 아동과 성인은 목표물이 자주 나타나는 위치에서 더 빨리 반응했다. 이 효과에서는 유의한 연령 차이와 집행기능 개인차의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가 시간에 따라 이어지는 자극의 순서를 다뤘다면, 국내 연구는 목표물이 나타나는 공간적 위치의 확률을 다뤘다. 모두 통계학습이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측정한 내용은 달랐다.

따라서 남은 질문은 아이의 학습 능력이 언제부터 떨어지는지가 아니다. 어떤 패턴을 어떤 과제로 검사하고, 속도와 정확도 중 무엇으로 측정할 때 성장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지다. 이번 연구는 같은 아동의 장기 변화 자료를 더했지만 발달 방향에 관한 논쟁을 끝내지는 않았다. 조기교육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도 아니다. 숨은 시각적 순서가 주는 반응시간 이점의 감소를 모든 공부의 적기나 교육 처방으로 바꾸려면, 지금의 결과를 넘어서는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자료: ELTE 외트뵈시 로란드대, 그리니치대, 로체스터대, 한국뇌연구원, 연세대, 충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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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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