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충 4종에 달라진 잎의 ‘화학 배합’…서울대, 식물 방어 조절 경로 확인

애기장대 잎에 진딧물을 두 마리, 네 마리, 여섯 마리씩 올려놓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서울대 연구진은 엿새 뒤 곤충의 증식과 함께 잎 안의 화학 조성을 살폈다. 같은 식물이라도 공격한 해충의 종과 처음 투입한 개체수에 따라 대사체, 즉 잎 안에 존재하는 여러 대사물질의 구성이 달라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와 통계학과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2026년 9월 15일 공개됐다. 동료심사를 통과한 선공개본으로, 최종 편집 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 연구진은 해충별 화학 반응을 비교하고, 그 반응에 식물호르몬 신호와 세포막의 신호 전달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먹는 방식이 같아도 잎의 반응은 같을까
해충을 구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먹는 방식이다. 잎을 씹어 먹는 곤충이 있고, 체관액을 빠는 곤충이 있다. 체관액은 식물의 양분 수송 통로를 흐르는 액체다. 먹이 범위도 다르다. 여러 종류의 식물을 먹으면 광식성, 먹이식물의 범위가 좁으면 전문식성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이런 큰 분류만으로 식물의 화학 반응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살폈다.
연구진은 3주령 애기장대에 해충 네 종을 각각 6일간 먹였다. 잎을 씹는 곤충으로는 광식성인 담배거세미나방과 전문식성인 배추좀나방을, 체관액을 빠는 곤충으로는 광식성인 복숭아혹진딧물과 전문식성인 무테두리진딧물을 비교했다. 네 종을 한 식물에 동시에 올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실험군에 따로 처리했다.
공격 강도는 처음 넣은 개체수로 나눴다. 담배거세미나방은 갓 부화한 유충 1·2·3마리, 진딧물 두 종은 각각 날개 없는 성충 2·4·6마리를 투입했다. 배추좀나방도 초기 투입량을 세 단계로 설정했다. 배추좀나방의 투입 발육 단계는 원자료에 알과 유충이라는 표현이 함께 있어 하나로 확정하기 어렵다.
여기서 개체수가 세 배라는 말은 피해량도 세 배라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은 마지막 진딧물 수와 씹힌 잎 면적, 피해 지점 수도 확인했다. 처음의 공격 조건과 실제로 남은 피해를 함께 살핀 것이다. 식물의 반응을 해석할 때도 초기 해충 수와 최종 피해량을 구분해야 한다.
방어물질의 총량 넘어 ‘성분 조합’의 차이
분석 결과, 잎의 대사물질 구성에는 섭식 방식과 먹이 범위라는 큰 분류를 넘어서는 종별 차이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루코시놀레이트였다. 이는 식물 방어와 관련된 물질군의 이름으로, 그 안에도 여러 하위 계열이 있다. 같은 이름으로 묶이는 방어 관련 물질이라도 어떤 성분이 늘어나는지는 해충에 따라 달랐다.
담배거세미나방이 공격했을 때는 글루코시놀레이트의 여러 하위 계열이 증가했다. 복숭아혹진딧물 공격에서는 그중 메틸티오알킬 계열이 특징적으로 유도됐다. 방어물질을 하나의 총량으로만 보는 대신, 여러 성분의 ‘배합’을 살펴야 드러나는 차이였다. 여기서 배합은 물질 구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비유이며, 식물이 의식적으로 대응책을 고른다는 뜻은 아니다.
배추좀나방과 무테두리진딧물 공격에서는 야생형, 즉 비교의 기준이 되는 식물의 글루코시놀레이트 양에 유의한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이를 두 해충에는 방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글루코시놀레이트 외의 물질군도 분석했다. 특정 물질군의 변화가 작다는 사실과 식물 전체의 방어 반응이 없다는 주장은 다르다.
공격 강도에 따른 변화에도 경계가 있다. 초기 투입량이 달라지면 대사 조성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모든 단계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비교에서는 관찰한 차이를 우연한 변동과 구분할 충분한 근거를 얻지 못했다. 식물이 모든 공격 단계를 정확히 구별했다고 표현할 수 없는 이유다.
수천 개의 신호에서 조절 경로를 짚다
이런 차이를 찾기 위해 연구진은 비표적 대사체 분석을 사용했다. 미리 정한 소수 물질만 측정하는 대신 넓은 범위의 화학 신호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잎 추출물 속 여러 성분의 신호를 읽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탠덤 질량분석, LC-MS/MS를 활용하고, 그 결과를 곤충의 증식·생장과 연결했다.
야생형에서는 분자 특징 신호 6,139개를 검출했다. 이 가운데 2,745개에서 물질을 구분하는 데 쓰이는 MS/MS 스펙트럼을 확보했고, 1,441개를 화학 계열로 분류했다. 세 숫자는 서로 다른 분석 단계의 결과다. 검출 신호 6,139개를 모두 구조가 확정된 물질이나 방어물질 6,139종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실험은 야생형을 포함한 다섯 유전자형, 즉 유전적 구성이 다른 식물들을 13개 조건에서 비교하는 520개체 규모로 설계했다. 다만 해당 대사체 그림 자료에서 실제 분석된 조건별 관측 수는 5~8개체였다. 계획한 규모와 각 분석에 쓰인 표본 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응을 조절하는 경로는 돌연변이 식물과 야생형을 비교해 조사했다. 식물 내부에서 반응을 전달하는 호르몬 신호 관련 계통과 BAK1·SOBIR1 공동수용체 관련 계통을 사용했다. 공동수용체는 세포막에서 다른 수용체와 함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특정 신호 경로가 달라진 식물의 반응을 비교해 그 경로의 관여를 살핀 것이다.
이 결과가 해충마다 고유한 신호분자가 특정 수용체에 직접 결합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BAK1과 SOBIR1은 여러 스트레스 수용체에 관여한다. 따라서 돌연변이의 차이가 해충별 인식의 변화 때문인지, 더 일반적인 스트레스 감지 변화 때문인지 분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남았다. 연구진도 공개 동료심사 과정에서 이 점을 인정했다.
진딧물 수가 줄어든 잎, 작물 적용까지 남은 거리
물질의 양과 곤충의 증식·생장이 함께 달라졌다고 해서 곧바로 그 물질의 방어 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후보물질은 이런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탐색적으로 선별됐다. 알란토인은 한 단계 더 확인했다. 연구진은 표준물질과 비교해 정체를 확인한 뒤, 잎에 직접 공급하는 별도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5주령 애기장대에서 떼어낸 잎에 알란토인 용액을 공급했다. 농도는 0.1·1·10 μM(마이크로몰/리터) 세 단계였고, 물만 공급한 대조군도 뒀다. 각 조건은 20회 반복했다. 잎마다 무테두리진딧물 성충 한 마리를 놓고 사흘 뒤 개체수를 셌다. 앞선 주 실험의 3주령 식물·6일 조건과는 구분되는 실험이다.
알란토인 10 μM 용액을 공급한 분리 잎에서는 사흘 뒤 평균 진딧물 수가 10.5마리로, 물 대조군의 15.4마리보다 31.8% 적었다. 시험한 최고 농도에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한 것이다. 이 수치는 평균 개체수의 상대 차이로, 진딧물의 사망률이나 농경지에서의 방제율을 뜻하지 않는다.
낮은 두 농도의 결과도 함께 봐야 한다. 0.1 μM에서는 평균 11.9마리, 1 μM에서는 13.5마리였으며, 두 조건 모두 물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효과가 전혀 없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농도를 높일수록 효과가 일관되게 커졌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또한 공급 용액의 농도는 진딧물이 실제로 먹는 체관액의 농도가 아니다. 이번 대사체 분석 대상 역시 체관액만이 아니라 잎 전체였다. 자연 상태의 공격에서 체관액 속 알란토인이 증가하는지, 그것이 진딧물 반응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
환경에 따른 차이는 국내의 별도 작물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과학기술원·서울대·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참여한 2025년 배추 연구에서는 실내 저항성군에 속했던 계통이 야외 시험에서 감수성군으로, 다른 계통은 반대로 분류됐다. 감수성은 해충 공격에 취약한 쪽을 뜻한다. 그 야외 시험도 망실과 클립케이지를 사용했으므로 일반 농가의 제한 없는 노지 조건과 같지는 않았다.
복수 해충에 대한 식물의 화학 반응 비교는 2006년에도 있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해충 종·공격 강도·유전자형을 함께 비교하고 넓은 대사체 분석을 곤충 반응과 연결한 데 있다. 해충 저항성 육종에서 방어물질의 총량과 성분 조합을 함께 평가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작물과 야외 환경, 여러 해충의 동시 공격에서도 결과가 이어지는지, 수확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자료: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