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후 '잠자던 단층' 다시 깨어났다…부산대, 풍계리 지진활동 17년 추적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9.19 05:32
부산대 연구팀, 만탑산 일대 지진 1,399회 분석…핵실험 뒤 수년간 단층 재활성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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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장전캠퍼스 정문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RedMosQ, CC BY-SA 3.0)

2017년 9월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만탑산 지하에서 여섯 번째 핵실험을 강행한 뒤, 그 아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단층대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상 지하 핵실험 직후 주변 지진활동은 짧은 기간 안에 잦아드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탑산 일대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진 횟수가 늘고, 그 진원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띠며 하나의 패턴으로 조직화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눈길을 끈다.

이 연구는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이 중국 청두이공대학교 판싱리(Xingli Fan) 교수팀, 중국과학원, 중국지진국, 산둥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관측 자료를 공동으로 분석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만탑산 핵실험이 판 내부 단층을 재활성화했다(Nuclear tests at Mt. Mantap have reactivated intraplate fault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미국 동부시간 2026년 9월 17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국과 중국, 즉 진원지로부터 80~200㎞ 떨어진 관측소들에서 수집된 지진 자료를 모아 정밀하게 재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간 만탑산 일대에서 총 1,399회의 국지 지진, 다시 말해 관측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소규모 지진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는 기존에 공식 지진목록에 기록돼 있던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그동안 이 지역에서 벌어진 미세한 지진활동 상당수가 통상적인 관측망으로는 제대로 포착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보여준다.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관측자료를 정밀하게 다시 들여다봤기 때문에 비로소 드러날 수 있었던 결과인 셈이다.

특히 연구팀이 주목한 대목은 지진활동이 시간에 따라 변화해 온 양상이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지하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2017년 9월 이뤄진 6차 실험의 위력이 가장 컸다(추정 위력 약 100~250킬로톤, 미국지질조사국 추정 규모 6.3).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 폭발이 있고 나서 약 3주가 지난 시점부터 주변의 지진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 증가 추세는 한 차례로 그치지 않고 2025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게다가 이렇게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고, 북북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두 개의 기존 단층대를 따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하게 모여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핵실험이 가한 충격이 폭발이 일어난 그 순간의 균열로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히려 이미 지하에 존재하고 있던 단층에 오랜 시간에 걸쳐 응력, 즉 암반에 가해지는 힘을 서서히 전달하면서 단층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진은 지하 암반이 쌓여 있던 힘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단층면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발생하는데, 핵실험처럼 강한 충격이 한 번에 가해지면 이미 만들어져 있던 단층이 자극을 받아 이후 오랜 기간 잠재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지하 핵실험이 주변 지질에 남기는 여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핵실험 이후 지진활동을 비교적 짧은 기간만 관찰해 온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17년에 걸친 장기 관측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야만 비로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앞으로도 이런 지역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료: 부산대학교, Science(A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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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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