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무도 못 본 달의 충돌, 1년 반 만에 드러난 흔적 — 태양계 최대 '갓 생긴' 충돌구 McGetchin

2024년 봄 어느 날, 달 표면 한 곳이 축구장 두 개를 이어붙인 크기만큼 통째로 파였다. 소리를 들은 사람도, 섬광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다. 지구에서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로부터 1년 반 가까이 지난 2025년 10월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사진을 정기적으로 훑어보던 한 영상 분석가가 낯선 밝은 반점과 그 주위를 두른 어두운 그림자를 우연히 발견했다. 태양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갓 생긴' 충돌구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정기 점검 중 우연히 걸린 흔적
이 발견은 NASA의 달 정찰궤도선(LRO)이 17년 넘게 쌓아온 방대한 관측 데이터 속에서 나왔다. LRO는 2009년 발사 이후 달 궤도를 돌며 표면을 반복 촬영해왔고, 이번까지 최소 1000개의 신생 충돌구와 10만 건 이상의 표면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충돌구도 예정된 탐사가 아니라, 인튜이티브 머신스 소속 이미지 처리 전문가 로버트 와그너가 광각카메라(LROC WAC)로 같은 지점을 반복 촬영한 사진들을 품질 점검하던 중 우연히 걸려든 것이다. 촬영 시점을 비교한 결과 충돌구는 2024년 4월 11일에서 5월 22일 사이, 약 6주의 어느 시점에 생긴 것으로 좁혀졌지만 정확한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다. 발생부터 발견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후 연구진은 좁은각카메라(NAC)로 약 6개월간 추가 관측을 벌여 충돌구의 3차원 지형도를 만들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16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 두 편으로 나뉘어 실렸다. 하나는 충돌구와 분출물 자체를 분석한 논문이고, 다른 하나는 열적외선 관측을 바탕으로 먼 지역까지 퍼진 표면 변형을 다룬 논문이다. 발표와 연구에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LROC를 운영하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참여했다.
축구장 두 개, 아파트 14~15층 깊이
이번에 국제천문연맹(IAU)으로부터 'McGetchin'이라는 이름을 받은 이 충돌구는 지름 222m(728피트, 장축 231m×단축 213m)로 측정됐다. 축구장 두 개를 이어붙인 길이와 맞먹는 규모다. 깊이는 약 43m로 아파트 14~15층 높이에 해당하며, 충돌 벽면은 평균 24도, 가장 가파른 곳은 약 40도까지 기울어져 있다. 충돌 때 밀려 올라온 테두리(림)는 원래 지표면보다 평균 8m 높게 솟아 있다. 위치는 달 동쪽 반구, 스푸만스해 동쪽의 북위 1.35도, 동경 67.18도 지점이다. 앞서 확인된 가장 큰 신생 충돌구는 2012년 10월 무렵 달 앞면 습해(Mare Humorum)에 생긴 지름 약 70m짜리로, 2013년 NASA가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충돌구는 그보다 세 배 이상 크다.
50년 전 이론과 우연히 마주친 이름
충돌구에 붙은 이름 'McGetchin'은 아폴로 시대 지질·행성과학자 토머스 R. 맥게친(1936~1979)에서 따왔다. 그는 1977년 달과학연구소(현 달·행성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1973년 동료들과 함께 충돌로 튄 파편, 즉 분출물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한 인물이다. 국제천문연맹은 2026년 5월 4일 이 명칭을 승인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이름이 붙은 이번 충돌구는 50여 년 전 그가 세운 분출물 확산 이론을 실제 관측으로 시험해보는 사례가 됐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예상보다 멀리 튄 파편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대목은 충돌 당시 파편, 즉 분출물이 흩날린 방식이다. 그동안 이런 충돌에서는 분출물이 지표면에 대해 약 2도의 얕은 각도로 낮게 퍼져나가는 것이 전형적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 충돌구 주변에서는 분출각이 10도 이상으로, 기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튄 흔적이 확인됐다. 분출은 한 번이 아니라 최소 두 단계의 파동으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파로 인한 표면 교란은 충돌구 반경의 1000배가 넘는, 즉 10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감지됐다. 충돌구 자체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 흔적이 남은 셈이다. 열적외선 관측장비 디바이너(Diviner)는 충돌구 주변 약 6km 반경에서 밤마다 주변보다 약 9도(섭씨) 낮은 '저온대(콜드스팟)'도 확인했다. 충돌로 부서지고 뒤집힌 표토(레골리스)가 성글고 밀도가 낮아지면서 밤에 열을 덜 붙잡아두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몇 세대에 한 번 일어나는 일, 그리고 남은 질문
연구팀이 만든 통계 모델에 따르면 이만한 규모의 충돌은 달에서 평균 132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이를 대중에게 설명하면서 "약 100년 또는 그 이상에 한 번"이라고 단순화해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 두세 세대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건이 우연히 카메라에 포착된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로 관측해서 센 빈도가 아니라 통계 모델이 내놓은 평균값이며, 실제 충돌은 정해진 주기 없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충돌을 일으킨 물체의 정체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논문은 이를 "작은 혜성 또는 소행성의 파편"이라고만 서술했으며, 정확한 크기와 질량은 향후 별도 논문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NASA는 보도자료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물체를 "건물 3~6층 크기"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이는 논문이 제시한 확정 수치가 아니라 NASA의 설명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충돌 에너지는 충돌체의 밀도와 속도를 일정하게 가정해 계산한 추정값(약 6.5×10¹³줄)으로 제시됐는데, 이 역시 실측치가 아니라 가정에 기반한 계산 결과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향후 달 기지 등 구조물의 안전성을 설계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자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 국제천문연맹(IAU), 학술지 Science Advanc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