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물질 사촌 원자 '뮤오늄', 초유동 헬륨 대포로 쏘아 올렸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20 07:26
100만분의 2.2초짜리 입자로 아인슈타인 자유낙하 이론을 검증할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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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Markus Fischer / Paul Scherrer Institute (PSI), CC BY-SA 4.0)

눈을 한 번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0.1~0.4초다. 스위스 연구진이 다루는 입자는 그 수만분의 1도 안 되는, 100만분의 2.2초 만에 사라진다. 이 찰나의 시간 안에 원자를 만들고 냉각시키고 하늘로 쏘아 올려 검출까지 마쳐야 하는 실험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취리히)과 폴셰러연구소(PSI) 공동연구팀이 해냈다. 이들은 초유동 헬륨을 이용해 방향과 속도가 가지런히 정렬된 '초열적(superthermal)' 뮤오늄 빔을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2026년 9월 14일 발표했다.

반물질이 섞인 '가짜 수소'

뮤오늄(Muonium)은 양전하를 띤 반뮤온(μ⁺)과 전자(e⁻)가 결합한 원자다. 보통 수소 원자가 양성자와 전자로 이뤄지는 것과 비슷하지만, 양성자 자리에 전자보다 약 207배 무거운 반물질 입자인 반뮤온이 들어가 있다. 강한 핵력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물리학자들은 이를 보통 물질·반물질과 구분되는 '2세대' 반물질-물질 결합계로 분류한다.

100만분의 2.2초와의 싸움

문제는 반뮤온의 수명이다. 이 입자는 생성된 뒤 2.2마이크로초(100만분의 2.2초)면 붕괴해 사라진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원자를 합성하고, 방향과 속도를 가지런히 맞추고, 측정까지 끝내야 한다. 기존에는 다공성 물질에 반뮤온을 흘려보내 뮤오늄을 만드는 '확산원' 방식을 썼는데, 이렇게 얻은 원자는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 정밀한 측정에 쓸 수 없었다. 산탄총으로 과녁을 맞히려 한 셈이다.

초유동 헬륨을 '원자 대포'로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PSI 가속기에서 나온 반뮤온을 0.2켈빈, 즉 절대영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까지 냉각한 초유동 헬륨 박막에 쏘아 넣은 것이다. 반뮤온은 헬륨 속 자유전자와 결합해 뮤오늄이 되는데, 이 원자는 헬륨 안에서 양(+)의 화학퍼텐셜을 갖기 때문에 액체 표면 밖 진공 쪽으로 저절로 밀려 나온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화학퍼텐셜을 원자 대포로 쓴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얻은 빔은 평균 속도 초속 약 2.2km(2180m/s)로, 속도 편차도 150m/s 미만일 만큼 고르게 정렬됐다. 소총탄(초속 약 0.9~1km)보다 두 배 이상 빠르지만, 빛의 속도(초속 30만km)에 비하면 13만분의 1 수준이다. 산탄총이 저격총으로 바뀐 셈이다.

아인슈타인 이론, 2세대 반물질에서도 통할까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이 빔으로 뮤오늄 간섭계를 만들어 아인슈타인의 약한 등가원리, 즉 "모든 물체는 조성과 무관하게 똑같은 속도로 자유낙하한다"는 원리를 검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원리는 보통 물질과 반수소·포지트로늄 같은 '1세대' 반물질에서만 확인됐다. 뮤온이 포함된 '2세대' 반물질로는 이번이 처음 시도되는 도전이다. 목표 정밀도는 퍼센트(%) 수준으로, 보통 물질을 대상으로 한 최고 정밀도 실험인 MICROSCOPE 위성(2022년 최종 결과, 10의 마이너스 15제곱 수준까지 편차 없음을 확인)보다 자릿수로는 훨씬 낮다. 다만 두 실험은 검증 대상 입자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열 비교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목표는 "더 정밀하게"가 아니라 "지금까지 전혀 검증하지 못했던 입자군에서 처음으로, 비록 거칠더라도" 검증해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빔은 만들었지만, 중력은 아직

다만 이번 성과를 "중력을 측정했다"거나 "아인슈타인 이론을 검증했다"고 부르기는 이르다. 실제로 이뤄진 것은 정렬된 빔을 만든 것뿐이며, 지금 빔은 수직 방향으로만 나가 중력 측정에 필요한 수평 방향 빔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헬륨 속 뮤오늄의 정확한 결합에너지, 0.7켈빈 이하에서의 형성 확률, 원자의 열화·확산 과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반뮤온의 극히 짧은 수명은 이 실험 전체를 관통하는 근본적 제약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2026년 안에 이번 빔 생성 방식 자체를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실제 중력 측정 실험은 2~3년 뒤로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스위스 국가연구역량센터(NCCR)의 "Muoniverse"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다.

자료: ETH취리히, 폴셰러연구소(P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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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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