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국 에너지부, 2028년까지 '오류 없는 양자컴퓨터' 만들 기업에 2억1500만달러 건다
초 하나를 겨우 꺼지지 않게 지키는 데 성공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런데 누군가 4년 안에 촛불 100개, 많으면 200개를 한 방에 모아놓고 바람 한 점 없이 유지해내라고 요구한다면 어떨까. 미국 에너지부(DOE)가 2026년 9월 17~18일경 공식 출범시킨 "퀀텀 제네시스 Q 경쟁(Quantum Genesis Q Competition)"이 민간 기업들에 던진 과제가 딱 이런 모양새다. DOE는 2028년까지 세계 최초로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오류허용(fault-tolerant)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기업에 최대 2억1500만달러(약 3000억원)를 걸었다.
왜 지금, 왜 어려운 과제인가
이번 경쟁은 갑자기 튀어나온 사업이 아니다. 2025년 11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국가 프로젝트 "제네시스 미션"(AI·슈퍼컴퓨팅·양자 기술을 연결해 미국의 과학 생산성을 10년 내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DOE 산하 17개 국립연구소가 동원된다)의 하위 요소로, 2026년 6월 발표된 상위 이니셔티브 "퀀텀 제네시스"를 실행에 옮기는 단계다. 담당 조직은 DOE 산하 과학청(Office of Science) 내 고급과학컴퓨팅연구실이며, 과학담당 차관 다리오 길이 총괄한다. 같은 해 6월 22일에는 양자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행정명령과, 연방기관에 2031년 12월31일까지 양자내성암호(PQC)로 전환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이 나란히 나왔다. 양자컴퓨터가 언젠가 현재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그 전에 관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산업육성 정책이 같은 시기에 함께 움직인 셈이다.
핵심 개념인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를 이해하려면 낱개 양자비트(큐비트)의 한계부터 알아야 한다. 큐비트 하나하나는 오류투성이라 그 자체로는 신뢰할 수 있는 계산을 하기 어렵다. 논리 큐비트란 이런 오류투성이 큐비트 여러 개를 묶어 서로의 오류를 감시하고 바로잡게 만든, 훨씬 신뢰도 높은 계산 단위 하나를 뜻한다. 즉 "논리 큐비트 100개"라는 목표 뒤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일반 큐비트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이 개념의 이론적 뿌리는 1995~1996년 발표된 초기 양자오류정정 이론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랫동안 '임계값 이하(below threshold)'—큐비트를 늘릴수록 오류율이 오히려 줄어드는 상태—를 실현하지 못했다. 구글이 2024년 12월 105큐비트 칩으로 사이클당 논리 오류율 0.143%(±0.003%포인트)를 기록하며 이를 처음 입증했지만, 이때 실제로 구현된 것은 사실상 논리 큐비트 1개 수준이었다.
경쟁의 구조와 일정
신청은 미국 내 민간기업만 가능하고 대학은 제외된다. 신청 마감은 2026년 10월19일이고, 사전 설명회는 9월25일 오후1시(미 동부시간)에 열린다. 목표 시한(2028년)까지 남은 시간이 2년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새 하드웨어를 만드는 프로젝트치고는 매우 촉박한 일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금은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팀당 최대 150만달러가 지급되는데, 이 중 기술·검증 계획이 승인되면 먼저 25만달러가 지급되고 나머지 125만달러는 1년 뒤 실제로 검증된 시제품을 제출해야 받을 수 있다. 목표의 야심에 비해 초기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단계에서는 논리 큐비트 100개 이상을 시연한 참가팀들이 기본 인센티브 풀 1억달러를 나눠 갖고, 150개를 달성하면 보너스 풀 5000만달러, 200개를 달성하면 추가로 5000만달러가 더 걸린다. DOE는 이번 경쟁으로 3~10개 팀 수준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확한 상한 표현은 자료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총상금 2억1500만달러라는 숫자가 크게 보이더라도, 2026회계연도에 실제 확정 배정된 금액은 250만달러 수준이라는 보도가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의회의 향후 예산 승인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참가 기업의 성과는 자체 발표가 아니라 DOE가 별도로 운영하는 독립 검증·검사 체계(국립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부속 사업, 총 4500만달러 규모)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격차와 반론
지금까지 어떤 기관도 DOE가 요구하는 규모의 오류허용 양자컴퓨터를 시연한 적이 없다. 구글이 2024년 처음으로 '임계값 이하' 오류정정을 입증했을 때 구현한 것이 논리 큐비트 사실상 1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DOE가 요구하는 100~200개와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메릴랜드대의 한 물리학 교수는 "기기 품질에 획기적 돌파구가 없는 한, 2028년 양자컴퓨터로 도울 수 있는 과학적 질문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며 '논리 큐비트'라는 개념 자체의 실질적 유용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랜드연구소의 한 선임 물리학자도 "2028년에 나올 논리 큐비트가 얼마나 더 안정적일지는 여전히 매우 불확실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자금보다 더 근본적인 병목으로 꼽히는 것은 사람이다.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오류정정(QEC) 관련 종사자는 약 1800~2200명 수준에 불과하고, 관련 채용공고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 한 명을 키우는 데는 최대 10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돈은 걸려 있어도 그 돈을 쓸 사람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인 셈이다.
한국의 현황
한국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26년 1월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초전도 방식(현재 20큐비트, 내년 목표 50큐비트)과 중성원자 방식(목표 1000큐비트) 컨소시엄이 각각 추진되고 있다. DOE의 이번 경쟁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신청 마감까지 한 달여, 목표 시한까지 2년여가 남은 지금 확인된 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완전한 오류허용 계산 단위가 아직 1개뿐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100배 이상으로 늘리라는 요구가 나왔다는 사실뿐이다.
자료: 미국 에너지부(DOE), 백악관, 구글(Google), 리버레인, 랜드연구소, 메릴랜드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