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네기멜런대, 147년 만에 '수평 자기장에서도 통하는' 홀 효과 확인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근접 센서, 전동기의 위치 감지 등에는 '홀 효과'라는 원리를 이용한 아주 작은 센서가 흔히 쓰인다. 그런데 1879년 미국의 한 대학원생 에드윈 홀이 이 현상을 처음 보고한 뒤 147년 동안, 이런 센서는 반드시 자석을 판 표면에 수직으로 세워야만 작동한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오랜 통념이었다. 카네기멜런대(CMU) 연구팀이 이 통념을 깨고, 자석을 판과 나란히 눕혀 놓아도 같은 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147년 통념, 왜 확인이 없었나
홀 효과는 전류가 흐르는 얇은 판에 자기장을 걸면 전류와 자기장 모두에 수직인 방향으로 미세한 전압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 원리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근접 센서, 전동기의 위치 감지 등에 이미 폭넓게 쓰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센서들은 예외 없이 자기장이 판 표면에 수직(면외)일 때만 반응했다. 이론적으로는 대칭성이 충분히 낮은 자성 재료라면 자기장이 판과 나란한(면내, 수평) 방향일 때도 홀 신호가 날 수 있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자성 재료를 실제로 만들기가 어려워 실험으로 확인된 적이 없었다.
두 물질을 붙여 자성을 '심다'
연구팀은 위상 물질(전자의 움직임이 독특한 방식으로 보호되는 물질) TaIrTe4를 원자 몇 층 두께로 얇게 깎아낸 뒤, 강자성 절연체 Cr2Ge2Te6(CGT)와 포개 붙였다. TaIrTe4 자체는 자석이 아니지만, CGT와 맞닿은 계면에서 일어나는 '근접효과'—서로 다른 물질이 붙어 있을 때 한쪽의 성질이 다른 쪽으로 스며드는 현상—덕분에 전자적 특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자성만 얻게 됐다. 두 물질이 결합하면서 시스템 전체의 대칭성은 낮아져 거울처럼 대칭을 이루는 면이 단 하나만 남았다. 자화(자석의 세기와 방향)가 이 대칭면 안에 성분을 갖게 되면 대칭이 깨지면서, 기존에 알려진 수직 방향 자화뿐 아니라 수평 방향 자화 크기에 비례하는 홀 신호도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연구팀은 실험으로 보였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저차원계에서의 면내 이상 홀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2026년 하반기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것은 물리학과 부교수 시란짓 싱과 조티 카토치이며, 박사후연구원 아이슈안 카오와 라비 쿠마르 반다펠리가 공동 제1저자로, 조교수 슈바유 채터지가 대칭성에 기반한 이론 모델링을 맡았다.
재현성 확인과 전기적 조절
연구팀은 주로 소자 2개에서 이 현상을 확인한 뒤, 별도로 제작한 소자 2개에서 다시 같은 신호가 나오는지 재현성을 점검했다. 측정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11K~80K(섭씨 약 영하 262도~영하 193도) 구간에서 이뤄졌는데, 이는 CGT가 강자성을 유지하는 임계온도(약 60~66K) 부근을 포함하는 범위다. 연구팀은 또 게이트 전압—반도체 소자에 걸어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전압—을 이용해 이 홀 반응의 세기를 전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응용하면 지금까지 자기장의 방향마다 따로 붙여야 했던 센서를 하나로 통합해, 여러 방향의 자기장을 동시에 감지하는 다축 자기 센서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남은 과제들
다만 이번 확인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측정은 모두 극저온에서만 이뤄졌고, 상온에서도 같은 효과가 작동하는지는 연구팀이 "현재 연구 중"이라고 밝힌 미완의 과제다. 정확한 미시적 메커니즘도 확정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내놓은 이론 모델은 실험값을 정량적으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칭성에 근거한 정성적 설명이며, 채터지 조교수는 메커니즘을 확정하려면 소수층 TaIrTe4에 대한 상세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라는 표현도 폭넓게 쓰기는 조심스럽다. 초강자성 산화물이나 디랙 반금속, 카고메 자성체 계열 물질에서 면내 방향의 이상 홀 반응을 보고한 선행 연구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의 새로움은 '평면 내 홀 효과를 처음 관찰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층 두께로 설계한 이종접합에서 게이트 전압으로 조절 가능한 형태로 이를 구현했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또한 이번에 확인된 면내 이상 홀 효과는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온 별개의 현상인 '플레이너 홀 효과(planar Hall effect)'와는 다르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논문은 이해상충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번 연구와 국내(한국) 연구진·기업 간의 직접적 연관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카네기멜런대학교, Nature Materia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