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기압에도 버틴 맨틀 광물…상전이 좌우한 것은 ‘시간’

광물에 수백만 기압을 가해도 예상했던 새 결정구조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김동훈 교수와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구와 행성을 이루는 광물의 변화가 압력과 온도만이 아니라 그 조건이 지속되는 시간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미리 합성한 마그네슘 규산염 MgSiO3의 고압상인 브리지마나이트와 아키모토아이트를 레이저 충격으로 압축했다. 고압상은 같은 화학조성을 지녔지만 높은 압력에서 원자 배열이 달라진 형태를 뜻한다. 실험은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Advanced Photon Source의 Dynamic Compression Sector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충격이 가해지는 동안 방사광 X선 회절로 광물의 구조를 실시간 관찰했다. X선 회절은 결정에 X선을 비춰 생기는 무늬로 원자 배열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매우 짧은 순간에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광물이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지, 다른 구조로 바뀌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브리지마나이트는 최소 274기가파스칼, 약 270만 기압까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유지했다. 정적·평형 조건에서는 MgSiO3 브리지마나이트가 약 125기가파스칼과 2500켈빈에서 포스트페로브스카이트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동적 실험에서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압력에서도 해당 상전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아키모토아이트도 87~116기가파스칼에서 일메나이트 구조를 유지했다. 압력이 344~401기가파스칼에 이르자 새로운 평형 결정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결정성을 잃었다. 결정성이 사라졌다는 것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뜻으로, 예상되는 다른 결정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와는 구별된다.
압력보다 늦게 움직인 원자 배열
연구진은 나노초, 즉 10억분의 1초 단위로 진행되는 충격에서는 MgSiO3의 상전이가 열역학적으로 어느 구조가 더 안정적인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자 결합을 다시 배열하고 새로운 결정의 씨앗인 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해 변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동역학적 저해’라고 한다.
결정 내부에서 원자를 둘러싼 다면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와 전체 골격이 얼마나 단단한지도 상전이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압력과 온도가 전이에 알맞은 범위에 들어가더라도 기존 골격을 해체하고 새 배열을 만드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리지마나이트는 지구 하부 맨틀의 주요 구성 광물이며 충격을 받은 운석에서도 발견됐다. 이번 결과는 오랜 시간 평형을 이룬 상태를 기준으로 만든 상도를 운석이나 행성 충돌처럼 수 나노초 동안 이어지는 현상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충돌 뒤 발견된 광물의 구조를 해석할 때 최고 압력과 온도뿐 아니라 충격이 지속된 시간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18일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논문에는 Sota Takagi, Donghoon Kim, Yingwei Fei, Sally June Tracy가 저자로 참여했다.
자료: 고려대학교, 카네기과학연구소, 아르곤국립연구소 Advanced Photon Source, 미국과학진흥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