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잡한 3D 격자재료 14종, 성능 설계 공간은 ‘거의 2차원’이었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0.23 06:41
448개 계산 사례를 네 가지 형상 지표로 압축…다섯 기계·열 물성 변동을 높은 수준으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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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자이로이드 패턴을 10% 밀도로 채운 3D 프린팅 구조물이다. 해당 연구·행사의 현장 사진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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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과 해면, 산호처럼 생김새가 전혀 다른 3차원 미로들을 단 몇 개의 숫자로 정리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3D 격자 구조 14종의 계산자료를 네 개 형상 지표로 나타내자, 데이터 변동의 93.3%가 두 축으로 펼쳐졌다. 실제 구조가 납작해진 것은 아니다. 복잡한 4차원 정보가 종이 한 장처럼 휘어진 ‘거의 2차원 지도’ 위에 놓인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삼중주기 최소곡면(TPMS), 즉 세 방향으로 반복되는 매끈한 최소곡면을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실제 제작한 재료 14개나 결정학의 14개 브라베 격자가 아니라 TPMS 토폴로지 14종이었다. 각각을 얇은 곡면 자체가 재료가 되는 시트형과 뼈대 또는 망처럼 이어지는 스켈레탈형으로 구현하고, 구조마다 체적분율 16단계를 적용했다. 모두 합치면 14종×2형×16단계인 448개 사례다. 다만 448개 실물 시편을 출력해 파괴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수행한 유한요소 시뮬레이션이다.

복잡한 형상을 네 개 숫자로 읽다

TPMS는 내부 공간을 나누는 복잡한 곡면을 지닌다. 문제는 형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강성이나 항복 특성, 열이 흐르는 방식이 함께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후보를 일일이 정밀 계산하려면 탐색해야 할 설계 공간이 커진다. 연구진은 형상의 어떤 특징이 실제 물성 예측에 중요한지 먼저 가려내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연구진은 각 CAD 형상을 사람이 해석할 수 있는 기하학 지표 16개로 표현했다. 이어 유한요소해석으로 영률, 전단탄성률, 열전도도, 단축 인장 항복한계, 전단 항복한계 등 다섯 유효 물성을 계산했다. 영률과 전단탄성률은 각각 잡아당기거나 비틀 때 얼마나 잘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강성 지표다. 항복한계는 힘을 없애도 원래 모양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기 시작하는 경계를 뜻한다.

그다음 XGBoost와 SHAP을 사용했다. XGBoost는 여러 판단 규칙을 조합해 수치 관계를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이고, SHAP은 학습된 모델의 예측에 각 입력값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풀어보는 설명가능 인공지능 방법이다. 분석 결과 시트형과 스켈레탈형을 함께 다루는 통합 모델에는 정규화 내부표면적, compactness, 평균 방사거리, 방사거리 분산 등 네 지표가 사용됐다.

compactness는 단순한 ‘조밀함’이나 ‘복잡도’와 정확히 같지 않다. 같은 부피의 구에 견줘 표면이 얼마나 펼쳐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형상 지표다. 표면적과 compactness는 두 구조형 모두에서 공통으로 중요했지만, 그보다 낮은 순위의 중요 지표는 시트형과 스켈레탈형에서 달랐다. 특정 지표가 중요하다는 결과도 그 값을 크게 만들수록 모든 성능이 좋아진다는 인과 법칙을 뜻하지는 않는다.

네 지표로 예측하고, 두 축으로 지도를 그리다

네 지표만 사용한 모델은 다섯 물성 모두에서 결정계수 R²가 0.93을 넘었다. 중첩 교차검증에서 물성별 R²는 0.936∼0.950이었다. R²는 ‘정확도 93%’가 아니라 시험자료에 나타난 물성 변동을 모델이 얼마나 설명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개별 예측의 오차가 언제나 7% 이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여기서 ‘네 지표’와 ‘거의 2차원’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물성 예측기의 입력에는 네 숫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 네 숫자가 제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이 네 지표를 표준화한 뒤 주성분분석(PCA), 즉 여러 변수의 주요 변화 방향을 찾아 압축하는 통계기법을 적용하자 첫 번째 축이 53.1%, 두 번째 축이 40.2%를 설명했다. 두 축을 합치면 전체 변동의 93.3%다.

비선형적인 구조까지 살피는 Levina–Bickel 고유차원 추정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표준화 전 추정값은 약 2.08이었고, 표준화 후에는 이웃 수 k가 25∼40일 때 평균 약 1.94였다. 이웃 수를 10에서 40으로 바꾸면 추정값은 1.51∼2.00이었다. 선형 분석과 비선형 분석이 모두 데이터가 놓이는 휘어진 저차원 표면인 ‘다양체’의 차원을 약 2로 평가한 셈이다.

각 토폴로지를 따로 보면 고유차원은 1.23∼1.52, 평균 1.30이었다. 한 종류 안에서는 주로 체적분율이 달라지면서 데이터가 거의 한 줄의 궤적을 그렸고, 여러 토폴로지를 합치자 구조 종류 사이의 차이가 두 번째 방향을 만들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따라서 수많은 독립 설계변수를 무작위로 탐색했더니 보편적인 2차원 법칙이 나타났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첫 두 축이 보존하지 못한 변동도 6.7% 남아 있다.

완성된 자동설계기가 아닌 ‘후보 선별 지도’

이번 결과의 의미는 복잡한 형상 전체를 매번 처음부터 해석하지 않고도 유망한 후보를 좁힐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설계자는 강성, 항복 특성, 열전도도의 원하는 조합에 가까운 영역을 저차원 지도에서 먼저 찾은 뒤, 후보만 정밀 계산하는 역설계 절차를 구상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이 완성된 자동 역설계 시스템을 실증한 것은 아니다. 이번 지도는 향후 역설계를 위한 압축된 기반이다.

훈련자료를 줄인 검사에서는 364개 사례로 학습했을 때 R²가 0.956∼0.982, 224개에서는 0.933∼0.959, 168개에서는 0.905∼0.931이었다. 168개는 전체 자료의 37.5%로, 원자료의 62.5%를 훈련에서 제외한 조건이다. 반면 전혀 보지 않은 토폴로지를 통째로 제외한 검사는 더 까다로웠다. CYFK 스켈레탈형을 제외했을 때 물성별 R²는 0.742∼0.902, SplitP 시트형·스켈레탈형을 제외했을 때는 0.791∼0.946이었다. 익숙한 설계 범위 안의 보간에는 강했지만 새로운 형상으로의 확장에서는 성능이 낮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무 기반 회귀 모델은 훈련자료의 목표값 범위를 넘어 외삽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연구진은 미관측 토폴로지의 물성 범위 양끝에서 오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지도를 새로운 모든 격자재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설계 법칙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물의 거칠기와 피로는 지도 밖에 남았다

계산은 알루미늄의 열전도도 237 W·m⁻¹·K⁻¹, 영률 69 GPa, 포아송비 0.3, 초기 항복응력 250 MPa를 입력값으로 사용했다. 이는 출력한 시편에서 측정한 값이 아니다. 곡면은 voxel, 즉 작은 정육면체 칸을 쌓은 형태로 근사했다. 연구진은 대표 토폴로지와 일부 체적분율에서 격자 수렴성과 요소 형식을 점검했다. 고해상도 조건의 요소 형식 차이는 대체로 약 0.2∼1.3%였고, 저해상도를 포함한 전체 비교에서 큰 값은 약 3.63%였다. 그러나 모든 토폴로지와 조건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것은 아니다.

실제 적층제조에서는 표면 거칠기, 최소 벽 두께, 미용융 분말, 내부 기공, 수축, 잔류응력, 제작 방향성과 재료 불균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 계산은 이런 결함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좌굴과 피로, 충격, 동적 응답, 유체 압력강하, 완제품의 경계·크기효과도 다섯 예측 물성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연구가 제시한 것은 모든 3D 격자재료를 지배하는 두 개의 만능 변수가 아니다. 선택된 TPMS 14종과 두 구조형, 체적분율 16단계에서 네 형상 지표의 변화가 거의 두 방향으로 정리된다는 계산상의 발견이다. 이 압축 지도가 실제 제조 결함을 견디고 새로운 토폴로지까지 안내할 수 있는지는 실물 제작과 추가 검증이 답해야 할 다음 질문으로 남았다.

자료: 뉴욕대 아부다비·뉴욕대 탠던 공대·파트라대·스프링거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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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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