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파감시 지침 개정…한국 AI·빅데이터 분석 기술 반영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27 05:27
ITU-R 2026년판 핸드북, 데이터 관리·자동화·네트워킹 신설…ETRI 개정안과 국내 시범운영 사례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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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Bastiaan Quast)

사람이 장비별 측정값을 일일이 살피던 전파감시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신호와 간섭 원인을 찾아내는 체계로 바뀌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이 2026년판 전파감시 핸드북을 무료로 공개한 가운데, 한국이 제안하고 시범 운용한 지능형 전파 분석 기술도 핵심 분야에 반영됐다.

이번 핸드북은 ITU가 공개한 2011년판 이후 나온 새 판본이다. 개정 초안은 2026년 6월 3일 ITU-R 연구반 1 회의에 제출됐다. 새 제4장은 ‘데이터 관리·자동화·네트워킹’을 다룬다. 전파를 측정하는 장비의 기능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계속 쌓이는 관측자료를 어떤 형식으로 저장하고 연결할지, 이를 어떻게 자동 처리해 실제 감시 업무에 활용할지까지 주요 기술 과제로 다룬 것이다.

전파감시는 단순히 신호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허가된 주파수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내는 주파수 허용편차와 신호가 실제로 차지하는 폭인 점유대역폭을 측정하고, 통신에 필요하지 않지만 장비에서 방출되는 불요발사도 살핀다. 허가받지 않은 전파나 정상적인 통신을 방해하는 혼신을 찾아내고, 문제가 되는 송신원의 위치를 추적하는 업무도 포함된다. 측정과 판별, 탐사와 위치추적이 서로 이어지는 만큼 개별 장비의 성능만으로는 전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에 AI와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면 여러 감시지점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신호를 함께 비교하고 분류할 수 있다. 한 지점에서 포착된 이상 신호를 다른 지점의 관측 결과 및 축적된 자료와 연계해 살펴보는 기반도 마련된다. 사람이 개별 측정 결과를 차례로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스템이 자료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와 간섭 가능성을 가려내는 능동적·자동화된 감시체계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4년 5월 핸드북의 ‘처리 및 분석’ 부분에 관한 개정안을 ITU-R 작업반 WP1C에 공식 제출했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데이터 중심 분석 방식을 특정 지역의 시범 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고, 각국 전파관리 기관과 현장 기술자가 참고하는 국제 실무 지침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번 반영으로 전파감시에서 자료 처리와 AI 분석이 측정 이후의 보조 업무가 아니라 감시체계를 구성하는 주요 분야라는 점도 한층 분명해졌다.

한국의 시범운영 사례는 별도의 ITU-R 보고서 SM.2542에도 기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30MHz부터 7.5GHz까지의 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센서를 갖춘 3개 감시지점에서 데이터 기반 빅데이터 전파감시 체계를 시범 운용했다. 여러 장소의 관측자료를 한데 모아 분석하는 체계를 실제 감시지점에 적용해 본 사례다. 향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도 보고서에 소개됐다.

보고서는 차세대 감시체계의 구성요소로 분산형 센서와 엣지 처리, 시각 동기화, 공통 데이터 형식, 중앙·지역 데이터베이스, 머신러닝 기반 분석을 제시한다. 분산형 센서가 여러 지역의 신호를 수집하면 엣지 처리는 관측 현장에서 자료를 우선 처리한다. 서로 다른 지점의 측정 시점을 맞추는 시각 동기화와 공통 데이터 형식은 자료를 정확하게 비교하고 결합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중앙과 지역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자료는 머신러닝 분석에 활용된다. 흩어진 장비와 관측자료를 하나의 분석망처럼 연결해야 자동 감시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ITU는 전파감시 핸드북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전파관리 기관 및 기술자가 사용하는 실무 참고서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한국이 개발하고 시험한 지능형 감시 방식이 국제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술 지침에 포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파 이용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불법 전파와 혼신에 대응하려면 신호를 잘 측정하는 것과 함께 대규모 관측자료를 표준화해 연결하고 빠르게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한국의 제안과 시범운영 경험은 전파감시의 중심이 개별 측정장비에서 데이터 기반의 연결·자동 분석 체계로 이동하는 과정에 반영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자료: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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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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