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 공여자 복강경·로봇 수술, 단계별 첫 국제 합의 마련

살아있는 사람이 간 일부를 내어주는 생체 간이식에서 복강경·로봇 수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정리한 첫 국제 합의문이 나왔다. 수술을 어느 기관에서 누구에게 적용할지를 넘어, 의료진이 실제 수술실에서 따라야 할 구체적인 술기와 주의사항을 제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이광웅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최소침습 간 공여자 절제술의 단계별 수술 기법에 관한 국제 전문가 합의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소침습 수술은 큰 절개 대신 작은 구멍으로 기구와 카메라를 넣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등을 뜻한다.
원논문 초록에 따르면 합의 과정에는 12개국의 복강경·로봇 공여자 간절제술 전문가 56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6개 실무그룹을 구성해 수술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35개 핵심 질문을 검토했다. 2025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7차 국제생존자간이식학회 세계대회에서는 질문과 권고문을 토론한 뒤 디지털 투표를 진행했다. 별도의 국제 전문가 10명은 각 권고의 합의 강도를 평가했다. 논문은 2026년 8월 2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절개 위치부터 담관 처리까지 권고
강한 권고가 도출된 항목에는 수술 기구를 넣는 포트의 위치와 환자 자세가 포함됐다. 담낭관을 당겨 간문부 박리를 돕는 방법도 제시됐다. 간문부는 간으로 드나드는 혈관과 담관이 모인 부위로, 구조가 복잡해 세심한 박리가 필요한 곳이다.
간을 어느 선을 따라 자를지 표시할 때는 인도시아닌그린 형광을 활용하도록 했다. 인도시아닌그린은 빛을 비추면 혈류와 조직의 경계를 형광으로 보여주는 물질이다. 간 조직을 나누는 간실질 절단에는 초음파로 조직을 분리하는 CUSA와 에너지 기구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권고됐다. 담관은 먼저 절단한 뒤 클립으로 막는 ‘절단 후 클립’ 기법이 강한 권고를 받았다.
수술 중 간으로 들어가는 혈류를 일정 시간씩 차단하는 프링글법도 채택됐다. 합의문은 이 방법을 출혈을 줄이는 데 안전하고 유익한 보조 술기로 제시했다. 생체 간 공여자는 치료를 받는 환자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장기를 제공하는 만큼, 출혈을 비롯한 수술 위험을 줄이고 술기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도입 기준에서 실제 수술 단계로
이번 합의는 2021년 마련된 선행 국제 합의를 구체화한 후속 성격을 지닌다. 당시 합의는 18개 임상질문에서 44개 권고를 만들고 각 권고에 90%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주된 초점은 최소침습 공여자 간절제술을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의료기관과 수술 대상의 선정 기준이었다. 이번에는 포트 배치, 간 박리와 절단, 담관 처리처럼 실제 수술의 흐름을 세부 단계로 나눴다.
술기 표준화가 필요한 배경은 세계적인 활용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발표된 세계 조사에서 응답한 생체간이식 기관 76곳 중 34곳인 44.7%가 최소침습 공여자 간절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2년 시행된 전체 공여자 간절제술 4,774건 가운데 최소침습 방식은 1,551건으로 32.6%를 차지했다.
최소침습 수술 1,551건을 방식별로 보면 로봇 수술이 63.9%, 순수 복강경 수술이 35.7%, 복강경 보조 수술이 0.4%였다.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 서로 다른 장비와 방식이 활용되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문은 수술의 핵심 단계를 공통 언어로 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자료: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HepatoBiliary Surgery and Nutrition, International Laparoscopic Living Donor Liver Transplantation Group, International Laparoscopic Liver Society,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PubMed
